[신성호의 이코노믹스] 박스권 전망 속에 기업 이익이 상승세 결정할 듯
새해 급락한 증시 향방은
한국 주가의 큰 기복은 주요국 주가 추이와 비교됐다. 같은 기간 중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유럽 주가는 소폭 하락, 일본 주가는 연일 최고치 경신, 미국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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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일, 기업 이익 늘며 주가 급등
기업 실적 부진, 국내 지수 급락
기관 매도, 개인 매수 여력 소진
외국인 ‘사자’ 일부 종목에 집중
상장사 이익 늘어날 전망에도
해외 자금 유입 가능성 옅어져
」
극명한 주가대비는 국가별 기업이익 때문인데, 2023년 한국 기업의 이익은 전년 대비 20%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각 분기 이익이 당초 꾸준한 증가 예상과 달리 기복을 보였고, 4분기 이익이 예상을 상당히 하회했다. 이런 신뢰 저하로 인해 1월 주가 흐름이 뒤틀렸다.
반면 2023년 주요국의 기업 이익은 증가했다. 일본 기업의 이익은 2023년 상반기에 15%가량 증가했고, 미국 기업의 이익도 직전 분기 대비 매번 늘었다. 유럽 주요 국가의 연간 기업 이익도 늘었다. 이런 이익 증가가 그간의 높은 금리에도 주요국 주가를 사상 최고로 이끌었다.
기관 부재 속 테마주 투기 기승
실적 부진뿐만 아니라 주식 시장 내 여의치 않은 자금 사정 역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기관투자자의 지속적인 매도로 인해 주가가 외국인 매수 여부에 의존하는 취약한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개인의 주식 매수 여력은 이미 소진된 듯하다. 실제로 개인은 2020년 초반 이래 지난 19일까지 165조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했고, 44조7000억원 가량의 기업공개(IPO) 물량 중 상당액을 인수했다. 그 결과 개인의 자금 여력이 한계에 달한 듯한데, 고객예탁금의 정체·감소 추이가 이를 방증한다.
반면 기관투자자는 같은 기간 104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했다. 4년 넘게 이어진 기관투자자의 끊이지 않는 주식 처분 흐름이 반대로 돌아설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특히 연기금 등은 2020년 5월 이후 현재까지 38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꾸준한 주식 매도는 여타 기관투자자의 주식 보유 축소를 촉발했을 듯하다. 작은 기관은 큰 기관의 행태를 주시하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와 주가 간 균형을 잡아주던 기관투자자의 부재는 여러 부작용을 유발했다. 가장 큰 부작용은 주식 매매 기준 상실이다. 기관투자자의 전방위 매물로 인해 적정 주가란 개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의 비극이다. 그 결과 테마 종목에서 투기가 심했다.
외국인 쪽의 매수 기반도 좁다. 1차 주가 바닥 시점인 2022년 7월 초부터 2024년 1월 19일까지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23조6000억원인데, 이 기간에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의 주식 매입 여부에 따라 등락했다. 그런데 외국인 순매수 금액 중 22조2600억원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외국인의 주식 매수 대상이 한정적이란 의미다. 기업 이익 상황을 감안하면 엷은 매수 기반은 상당 기간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환율 따른 자금 유입 가능성 작아
그동안 주가는 외국인 매수 덕에 유지됐는데, 향후 외국인의 주식 매수는 예전보다 덜할 듯하다. 향후 미 달러 가치가 일정 범위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면 한국 주식시장으로 외국 자금 유입은 주춤해진다.
실제로 외국인은 2008년 이후 환율 추이에 따라 한국 주식을 매수·매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연초까지 주가 상승을 유발한 외국 자금 유입도 달러 약세에 기인한 것이었다. 당시 달러 약세는 금리 급락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5.05%까지 치솟던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지난해 12월 말에는 3.78%까지 떨어졌다. 유통 금리가 급락하자 달러 가치도 하락했는데, 이 과정에서 외국 자금이 우리 주식시장에 유입됐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유통 금리 수준은 미국 기준금리가 연 3.75~4.0%가 돼야 가능한 수준이다. 당시 미국 유통 금리가 지나치게 하락한 것인데, 현재 상황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크게 낮아질 것 같지 않다.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4%로 목표치인 2%보다 높고, 미국 노동시장이 완전고용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연 5.25~5.5%인 현재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거나 소폭만 인하하면 향후 경기 둔화 시기에 금리를 대폭 낮출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Fed는 시장에 퍼져있는 기준금리 상당한 인하 기대를 외면할 것 같다. 부연하면 금리 하락으로 인한 달러 가치 하락과 국내 증시로 해외 자금 유입 가능성은 적을 듯싶다.
달러 가치는 성장률 관점에서 다뤄질 텐데, 역사적으로 미국 성장률과 미국 이외 선진국 성장률 간 우열이 금리보다 달러 가치에 더 영향을 끼쳤다. 금리의 역할은 단지 달러 가치 등락 폭의 확대였다.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2025년 미국 성장률을 1.5~1.8%, 선진국 성장률을 1.4~1.8%로 추정했다. 양자의 성장률이 별 차이가 없다면 향후 달러 가치는 일정 범주에서 등락할 것 같다.
이를 참작하면 환율 요인에 의한 상당한 외국 자금 유입 기대는 더욱 엷어진다. 일본 같이 기업 이익이 증가해야 해외 자금이 유입된다. 물론 미국 반도체 주식의 상승과 맞물려 외국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반도체 주가 상승도 한계가 있기에, 외국인의 주식 매수는 점차 덜해질 듯하다.
주가, 과거 저점 밑돌지 않을 듯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은 3분기까지 계속 늘고, 연간으로 전년 대비 32.7%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올해 이익 증가는 6.6%로 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이익 규모(추정치)도 2021~2022년 주가대비 이익 규모와 비교하면 작다. 그럼에도 기업 이익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익 증가 전망은 타당성이 있다. 제반 여건이 예전보다 원만하기 때문인데, IMF는 올해 세계 성장률을 지난해 3.0%와 비슷한 2.9%로, 한국의 성장률을 지난해(1.4%)보다 높은 2.4%로 추정했다. 또 세계 교역 증가율 전망치를 지난해 0.9%에서 올해 3.5%로 높였는데, 한국 수출은 지난해 4월 이후 증가 추세다.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수출 증가율을 7.6%로 추정했다. 이상을 고려하면 올해 국내 기업 이익은 최소한 지난해보다 줄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주가가 2022년 6월 이후 추세적 하락을 멈추고 몇 개월 간격으로 일정 범위에서 바닥을 세 차례, 정점을 네 차례 형성했다. 1년 7개월에 걸쳐 박스권을 형성한 것인데, 일정 수준에서 하락 멈춤은 기업 이익과 자산 가치 대비 주가가 낮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이 보여온 기업 가치에 대한 주가 반응과 올해 이익 증가를 고려하면 향후 주가가 하락해도 예전의 저점을 하회하지 않을 것 같다.
분기 이익 지속 증가 여부가 관건
문제는 향후 주가 상승 정도다. 주가가 박스권을 상회하려면, 큰 폭으로 그리고 추세적으로 이익이 증가해야 한다. 그런데 두 반도체 업체를 제외하면 기업 이익 증가 규모가 크지 않고, 두 반도체 기업의 이익도 주가 대비 많지 않다. 또 주식 수급도 여의치 않다. 그래서 상당 기간 주가 상승 한계는 기존 박스권 상단으로 간주될 것 같다.
희망이 없진 않다. 올해 3분기까지 분기 이익의 매번 증가 가능성이 그 희망인데, 통상 주가 추세는 이익 수준보다 이익의 추세적 증감 여부에 따라 형성된다. 2020년이 그 사례다. 당시 기업 이익은 2015~2018년보다 적었지만 분기 이익이 매번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가 연간 30.7%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동안 미국 주가 상승도 분기 이익의 연이은 증가에 힘입은 바 크다. 다만 2000년 이후 우리 기업 이익의 매 분기 증가 사례는 적다. 그래서 분기 이익의 지속적 증가 전망을 그대로 믿긴 어렵지만, 향후 분기 이익의 지속적 증가 여부는 주시할 사안이라 하겠다.
정리하면 기업 이익이 늘지만 실질적 증가 규모가 크지 않고, 주식 수요 기반도 엷어 주가는 상당 기간 일정 범주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분기 기준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면 주가는 다소나마 더 상승할 듯하다. 그러나 그 수준이 투자자를 만족시키진 않을 것 같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타파하려면 독일의 게르하트르 슈뢰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예전 집권 기간) 같이 개혁으로 국가 경제를 굳건히 해야 한다. 실제로 룰라의 집권 기간 중 브라질 주가가 546%나 상승한 것을 비롯해 세 나라 주식 시장 모두 큰 성과를 거두었다. 꼭 참고해야 할 해외 사례다.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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