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부하는 시진핑 지지도 90% 중 28.5%는 ‘거품’ [신경진의 차이나는 차이나]

신경진 2024. 1. 2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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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세계 최대 홍보 컨설팅 회사인 에델만에 따르면 2021년 중국 인민의 정부 신뢰도는 91%로 10년 연속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하버드대학 역시 여러 해 동안 비슷한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2년 3월 양회 기자회견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정부 지지율 91%'를 자랑했다. 앞서 2020년 12월 8일 정례 브리핑에서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 역시 하버드대 애쉬센터의 연구를 근거로 “중국공산당(이하 중공)과 정부가 향유하는 민중 지지율은 90% 이상”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제로코로나 방역을 고수하던 2022년 4월 25일 베이징 인민대학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환호하는 학생들에게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4일 발표된 2024 에델만 신뢰지수도 비슷했다. 지난해 11월 28개국 3만2000명을 조사한 결과 중국의 정부 신뢰도는 전년보다 4p 떨어진 85포인트를 기록했다. 사우디(86p)에 이어 2위로 내려앉았지만 미국(40p)보다 두 배 높았다.

「 왕이·화춘잉 “당·정부 지지율 90%”
우회조사 결과 “50~70%가 최대치”
“탄압 우려 反정부 시위 불참” 40%
카터 美교수 “중국, 러 보다 억압적”

에린 바고트 카터(Erin Baggott Carter)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남가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남가주대 홈페이지

그런데 이 같은 중국의 정부 지지도에 약 28.5%의 ‘거품’이 포함됐다는 실증 연구가 중국연구 분야 세계적 학술지 『차이나 쿼터리』 온라인판에 지난 10일 공개됐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에린 카터(사진)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직접 지지 여부를 묻는 기존 방식 대신 익명성을 보장하는 우회 질문으로 중국 지도자의 지지율이 통념보다 높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카터 교수는 애쉬센터 연구가 중국 국민이 “정치적 두려움 때문에 응답 중 자기 생각을 왜곡하지 않는다”는 가설을 전제했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 ‘선호 위장(preference falsification)’이라 부르는 현상이다. 일당(一黨)이 지배하는 독재국가에서 국민이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정치적 입장을 숨기는 ‘가짜 지지’를 일컫는다. ‘선호 위장’은 독재국가에서 보편적이며 중국이 예외이기는 어렵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정치적 탄압 우려 빼니 지지도 ‘뚝’


중국인들의 답변에서 ‘선호 위장’을 어떻게 측정할까? 연구팀은 2020년 6월과 11월 민간 시장 조사 업체에 위탁해 각각 2000명에게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는 나이·성별·수입·지역 등 14억 인구센서스 자료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선정했다. 먼저 직접 질문부터 던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을 지지하나”, “중국 정부는 인민을 위해 봉사하는가”, “반(反)정부 시위에 참여할 것인가” 등을 물었다.
90% 이상의 피조사자가 정부에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시 주석 지지도는 6월 94%, 11월 96%로 나왔다. 8%만 정부 탄압이 두려워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이어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간접질문을 던졌다.

우선 응답자를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눴다. 첫째 그룹은 네 개 문장 중 몇 가지에 동의하는지 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인지는 묻지 않았다. 네 개 문장에는 민감한 서술이 섞여 있었다. 예를 들어 “나는 시진핑의 리더십을 지지한다/나는 매일 외식을 한다/절약은 일종의 미덕이다/나는 자연 친화적인 것을 좋아한다”는 문장 네 개를 보여주고 몇 개에 동의하는지 답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그룹엔 민감한 문장을 뺀 세 문장만 제시했다. 둘째 그룹 역시 몇 개 문장에 동의하는지 물었지만 어떤 문장인지 밝힐 필요는 없다. 저자는 진짜 정치적 의견을 알아내기 위해 두 그룹의 답변 평균치의 차이를 추출했다.(표)

박경민 기자

문장을 열거하는 우회 조사 결과 중국 정부의 만족도는 50~70%로 떨어졌다. 시 주석 지지도는 65~70%로 조사됐다. 간접 질문도 ‘선호 위장’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기에 이 수치는 최대치라고 카터 교수는 지적했다. 중국의 ‘선호 위장’ 지수는 평균 28.5%로 밝혀졌다. 이 수치는 같은 방식으로 조사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지도의 ‘선호 위장’의 3배, 독재국가 평균치 14%의 두 배였다. 중국 국민의 약 40%는 정부의 탄압이 두려워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카터 교수는 결론에서 중국인의 정치적 관점을 측정하는 조사에는 직접 묻는 방식을 사용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이언 존슨 전 뉴욕타임스 베이징 특파원은 X(옛 트위터)에 “중국인이 설문 조사에서 생각을 숨긴다는 매우 유용한 사실을 증명했다”며 “중공이 광범한 합법성을 누린다는 여론 조사 결과에 의문을 품어야 한다”고 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6일 “중국 지도자들은 생각보다 인기가 낮다”며 “불만을 품은 시민이 자신이 소수라고 믿으면 당에 저항은 고사하고 정치적 이슈를 논의할 가능성도 적다”고 이번 연구를 소개했다.

2021년 6월 28일 베이징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공연 피날레에서 대형 스크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이 상영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0년보다 시진핑 지지 훨씬 낮을 것”


카터 교수는 27일 중앙일보의 질문에 이메일로 답변을 보내왔다.
-조사가 이뤄진 2020년과 지금의 중국은 많이 달라졌다.

“지금 시 주석의 대중적 지지는 2020년보다 훨씬 낮을 것이다. 경제적 문제가 증가하고 펜데믹 시기 봉쇄에 대한 좌절감이 아직 남아있어서다.”

-중국의 ‘선호 위장’ 수치가 러시아보다 3배 높다고 했다. 온라인 검열 때문인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러시아와 중국을 비교해 지금과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선호 위장이 더 높게 조사된 것은 시민들이 자신의 견해를 솔직하게 표현함으로써 잃을 것이 많다고 느끼는 러시아보다 중국이 더 억압적인 곳이라는 신호로 해석했다.”

-“인민들이 독재자의 권력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한 안전하다”고 지난해 출판한 저서 『독재국가의 선전』 첫머리에 적었다. 중국은 안전한가.

“안전하다. 권위주의 정치학의 대가 고든 털럭의 지적처럼 다른 독재국가와 같이 중국의 지배정당 역시 국민이 안전하다고 믿는 한 안전하다. 다만 널리 퍼져있는 선호 위장 때문에 정부의 대중 지지도가 실제 어느 정도인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만일 정부가 실제로 얼마나 인기가 없는지 알게 된다면 상당히 덜 안전해질 것이다.”

현재 카터 교수는 미·중 갈등에서 국내 요인을 파헤친 신간 『서로 바꾸기: 내부정치의 그림자 속 미·중관계(Changing Each Other: US-China Relations in the Shadow of Domestic Politics)』를 집필하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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