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전화위복의 중국외교?
중국에 새 외교부장이 등장할 모양새다. 지난해 친강(秦剛)의 낙마 이후 왕이(王毅)가 대신하던 외교부장 자리에 류젠차오(劉建超) 발탁설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사실이라면 중국으로선 전화위복(轉禍爲福)이 아닐까 싶다. 싸움닭 대신 복스러운 이미지의 정통 외교관이 컴백하기 때문이다. 2월에 만 60세가 되는 류젠차오는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인 오는 3월 양회(兩會, 全人大와 政協 회의) 때 정식으로 외교부장에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린성 출신으로 베이징외국어학원에서 영어를 전공한 뒤 외교부에 들어간 류에겐 최연소 타이틀이 많이 붙었다. 37세이던 2001년 중국 외교부 사상 최연소 대변인이 됐고, 2013년엔 49세로 최연소 부장조리(차관보)가 됐다.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인데 자질과 자격 측면에서 외교부장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변인으로 9년간 ‘중국의 입’ 역할을 한 데 이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 대사로 활동했다.
랴오닝성과 저장성 등 두 곳에서 지방 관리로 근무했고 국가부패예방국의 부국장으로 중앙 부처의 경험 또한 쌓았다. 특히 중국 외교의 3대 부서 모두에서 일한 강점이 있다. 친정인 외교부에선 부장조리까지 했고, 당 중앙외사판공실에선 부주임, 대외연락부에선 현재 부장(장관)의 신분이다. 문무를 겸비한 셈이다. 얼마 전 미국과의 상견례에 해당하는 방미 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류젠차오와 특별히 정식 회담을 가진 이유다.
친강이 주미 대사로 1년 반 있으면서 한 번도 블링컨을 만나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미국이 류젠차오 대접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를 알 수 있다. 왜? 류는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의 이미지를 먹칠한 전랑(戰狼) 외교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저우언라이 외교의 맥을 잇는 인물이다. 베이징 주재 서방 외교관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류젠차오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대변인 시절 한국특파원단과 자주 어울렸고, 당시 결석을 앓던 필자의 건강까지 챙기는 섬세함을 보였다. 그는 또 외교부 부장조리 때는 한반도 사무를 직접 담당해 남북한 문제에 정통하다. 그의 발탁이 투쟁을 강조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격적인 외교 노선에 대한 조정으로 해석해도 되는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우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유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캠퍼스 시절을 떠올리며 말을 풀어나가면 냉랭한 한·중 관계에도 봄이 깃들지 않을까 기대된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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