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버티다…어음부도·부동산경매 급증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어음 부도율이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고, 빚을 못 갚아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도 급증했다.
2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어음 부도율은 0.23%로 집계됐다. 2021년 0.07%, 2022년 0.10%에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같은 ‘기술적 부도’를 제외한 어음 부도율도 2022년 0.06%에서 지난해 0.12%로 2배가 됐다.
가파른 금리 상승, 업황 부진 등으로 기업 자금 사정이 악화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0.6%로 2021·2022년(각 0.3%)의 두 배로 올랐다. 기업의 이자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은 2022년 5.1배에서 지난해 상반기 1.2배로 급락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2배에서 0.2배로 내리막을 탔다. 이자 부담액이 영업이익의 5배에 달하는 셈이다.
문 닫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건수는 지난해 1657건으로 전년(1004건)보다 65% 급증했다. 다만 한은 측은 “기술적 부도를 제외한 어음 부도율은 2010~2019년 평균 부도율(0.14%)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부동산도 금리 부담과 시장 침체에 흔들린다.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부동산이 많이 늘어난 게 대표적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집합건물·건물·토지)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10만5614건으로 2022년(6만5584건) 대비 61% 급증했다. 2014년(12만4253건)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이 가운데 아파트 등 집합건물이 경매에 넘어간 건 3만9059건으로 62% 늘었다. 저금리 시기 거액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영끌족’이 금리 상승으로 이자를 갚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부진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증권사·캐피탈사·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증권사·캐피탈사·저축은행이 부동산 PF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것은 브릿지론과 후순위 대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공사 전 토지에 대한 대출인 브릿지론은 착공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환이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 제1금융권에서는 이를 취급하지 않고 주로 증권사·캐피탈사·저축은행에서 빌려준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모든 금융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이다. 이 중 30조원이 브릿지론으로 추정된다.
사업이 궤도에 오른 본 PF 대출도 미분양 위험이 남아있어, 후순위 대출은 위험도가 높다고 본다. 증권사·캐피탈사·저축은행 중에서도 자본력이 약한 중소 금융사에 이런 위험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큰 편이다.
실제 한국신용평가가 집계한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고위험 부동산 금융(브릿지론, 중·후순위본PF, 해외부동산) 비중은 대형사(자본 3조원 이상)는 29.2%였다. 하지만 중형사(자본 1조~3조원)와소형사(자본 1조원 미만) 각각 43.2%·34%로 이보다 높았다. 특히 증권사 부동산 PF 만기 상당 부분이 올해 상반기에 몰려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기업평가는 오는 6월까지 증권사가 부동산 PF로 최대 2조8000억원까지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 한신평 집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A등급 이하 캐피탈사의 부동산 금융 중·후순위 비중(지난해 6월 기준)은 65%로 신용도 AA급 이상(29%)의 2배가 넘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나 제2금융권 같은 약한 고리에 리스크 관리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24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일부 (증권) 회사의 (PF 관련) 리스크 관리 실패가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면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 대해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정종훈·김남준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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