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캠퍼스 성폭행’… 6건 중 5건 ‘바래다줄게’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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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골목에서 만취한 같은 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달아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022년 여름 동기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다 건물에서 떨어뜨려 숨지게 한 '인하대 사건'과 유사한 범죄다.
28일 국민일보가 2022년 한 해 동안 같은 학교 여학생을 강간한 혐의로 확정판결을 받은 사례 6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는 모두 면식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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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면식범에 피해자는 취한 상태
낮은 경계심 악용… 예방법은 교육뿐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골목에서 만취한 같은 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달아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 술자리에 있던 남학생이 정신을 잃은 여학생을 집에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2022년 여름 동기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다 건물에서 떨어뜨려 숨지게 한 ‘인하대 사건’과 유사한 범죄다.
대학 내 학과 동료나 소모임 등 구성원 사이에서 주취 상태인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28일 국민일보가 2022년 한 해 동안 같은 학교 여학생을 강간한 혐의로 확정판결을 받은 사례 6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는 모두 면식범이었다. 이들은 피해자가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또 6건 가운데 5건은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A씨는 재작년 11월 경기도 부천시에서 동기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술에 취한 B씨를 택시에 태웠다. 그는 택시에 함께 탑승한 뒤 B씨의 주거지에서 잠이 든 B씨를 강간했다. 대학생 C씨는 같은 해 9월 광주 동구의 한 주점에서 열린 동기 D씨의 생일 축하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D씨를 부축해 그의 거주지까지 데려다준 뒤 D씨를 성폭행했다. 노래방에서 시작된 신체 접촉이 성폭행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학생 E씨는 같은 학교 선배 F씨와 술을 마신 뒤 서울 노원구의 한 노래연습장으로 이동했다. F씨는 노래방에서부터 E씨의 신체를 만졌고, 취한 E씨를 집으로 데려다준 뒤 그를 강간했다.
전문가들은 캠퍼스라는 공간에서 만들어진 인적 네트워크가 범행이 수월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분석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같은 학교 학생끼리는 물리적 공간을 공유하는 빈도가 높고, 정신적 신체적 접촉이 많다”며 “같은 조직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느끼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경계심은 낮고 신뢰는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해자가 피해자와 평소 알던 사이일 경우 범행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자취 여부나 주거지 주소 등을 인지하게 될 때 특히 그렇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여학생을 집에 안전하게 데려다주려는 의도, 보호하려는 의도였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가해자 역시 주취 상태이고, 피해자가 자취하고 있는 상황 등을 인지하는 경우라면 범행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연구 가운데 강간 가해자의 유형을 보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항목은 ‘학교 선후배, 동급생, 교수’였다. 이어 ‘친구’ ‘전혀 모르는 사람’ ‘소개팅 및 맞선 등으로 만난 사람’ 등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캠퍼스 성폭행을 예방하는 유일한 해법은 학생 의식 교육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친밀한 유대 관계가 형성된 같은 조직 내 구성원이라도, 성에 있어서 상대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이른바 ‘경계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범죄심리 전문가인 김태경 서원대학교 교수는 “친한 선후배나 동기라도 술에 취한 상대의 신체를 함부로 접촉하거나 의사에 반하는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이 경계를 넘는 행동이라는 것을 대학 구성원들이 인지하게 하는 교육이 필수”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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