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손’의 각오…“사우디전 다를 것”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전 중인 한국축구대표팀이 ‘간판스타’ 손흥민(32·토트넘)을 중심으로 전열 정비에 나섰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오는 31일 오전 1시(한국시각) 알라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대회 16강전을 치른다. 앞선 조별리그에서 우승 후보다운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만큼 한층 높은 수준의 집중력과 자신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2022년 열린 카타르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1-2 충격 패를 당했다. 당시 많은 전문가가 아르헨티나의 부진한 경기력을 비판하며 우승 후보에서 제외한 가운데, 팀 분위기를 일신한 아르헨티나는 차츰 경쟁력을 회복해 36년 만에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6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십에 나선 포르투갈도 비슷했다. 조별리그에서 3무승부에 그쳐 조 3위로 간신히 토너먼트에 턱걸이했지만, 이후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50년 무관의 한’을 풀었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톱클래스 경기력과 리더십을 겸비한 구심점을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데 있다. 초반 부진으로 흔들린 팀 분위기를 다잡고 우승까지 이끈 두 주인공은 수퍼스타 리오넬 메시(37·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포르투갈)다.
1960년 이후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장을 낸 한국도 초반 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바레인(3-1승), 요르단(2-2무), 말레이시아(3-3무) 등 한 수 아래 전력의 팀들과 맞붙은 조별리그에서 6실점 하며 1승 2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이 130위 말레이시아와 치른 3차전에서 고전 끝에 3-3으로 비긴 건 참사에 가까운 결과였다. 대회 개막 전 수퍼컴퓨터로 계산한 우승 확률에서 2위(14.3%)였던 한국은 16강전을 앞두고 5위(11%·옵타 기준)까지 내려앉았다.
지면 곧장 탈락하는 토너먼트 승부를 앞두고 그간 잠잠하던 손흥민이 움직였다. 말레이시아전 최우수선수(MOM)로 뽑힌 뒤 기자회견에서 “팬 중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 선을 넘는 발언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우리는) 축구선수이기 전에 인간이다. 흔들지 말고 보호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은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조금만 더 아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대표팀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직접 나서서 동료들을 감싸며 리더의 면모를 보였다.
말레이시아전 이후 첫 훈련이 열린 지난 27일엔 분위기 메이커로 변신했다. 팀 훈련에 앞서 이뤄진 ‘몸풀기 슈팅’에서 골키퍼로 깜짝 등장해 훈련장 분위기를 띄웠다. 두 팔 벌려 과장된 몸짓으로 슈팅을 막는가 하면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넘어지기도 하며 동료들의 긴장감을 풀어줬다. 주장 겸 에이스가 선보인 ‘몸 개그’에 훈련장이 떠나갈 듯한 웃음소리로 물들었다.
손흥민은 ‘외나무다리 승부’라 불리는 토너먼트의 고수이기도 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연령제한 예외 선수)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경험이 있다. 아시안컵 무대에서도 지난 2015년 호주와의 결승에서 0-1로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동점 골을 넣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이력이 있다. 최종 결과는 한국의 준우승이었지만 손흥민의 해결사 본능은 번뜩였다. 16강전을 앞두고 ‘토너먼트 모드’로 변신한 손흥민을 두고 영국 토크스포츠는 “존재만으로 수많은 팬심을 움직이는 선수”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도하(카타르)=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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