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신인 파봉, 프랑스인 첫 PGA 투어 우승
“내게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프랑스 국적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을 차지한 ‘늦깎이 루키’ 마티외 파봉(32)의 우승 소감이다. 파봉은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 골프장에서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엮어 3타를 줄였다. 나흘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니콜라이 호이고르(33·덴마크)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을 밟았다. 우승 상금은 162만 달러(약 21억6000만원)다. 통상적으로 PGA 투어 정규대회는 목요일 1라운드를 출발해 일요일에 최종라운드를 치른다. 그러나 이번엔 미국프로풋볼(NFL) 플레이오프 경기와 기간이 겹쳐 개막을 하루 앞당겼다.
파봉은 PGA 투어 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 프랑스 국적 선수다. 미국 골프위크는 “프랑스 툴루즈가 고향인 파봉은 스포츠 가족의 일원으로 널리 알려졌다. 파봉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모두 프로축구 선수 출신”이라면서 “파봉은 이번 우승으로 프랑스 골프의 새 역사를 썼다. 또, 올여름 고국에서 열리는 파리올림픽 출전에 다가섰다”고 보도했다.
1992년생으로 신장 1m82㎝, 몸무게 95㎏의 건장한 신체 조건을 지닌 파봉은 지난 2013년 프로로 전향했다. 2017년 유러피언 투어(현 DP 월드 투어)로 무대를 옮겼고, 지난해 스페인 오픈 우승 등을 앞세워 올 시즌 PGA 투어 시드를 따냈다.
11언더파 단독 선두 스테판 예거(35·독일)에게 1타 뒤진 채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파봉은 전반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13언더파 단독 선두가 됐다. 후반에는 버디가 나오지 않았지만, 경쟁자들이 타수를 잃어 2타로 리드를 벌렸다.
위기도 있었다. 파4 17번 홀에서 1.5m 되는 짧은 파 퍼트를 놓쳐 2위 선수들에게 1타 차로 쫓겼다. 마지막 18번 홀(파5)도 순탄치 않았다. 티샷이 벙커로 빠진 뒤 세컨드 샷도 왼쪽 깊은 러프로 향했다. 핀까지 147야드가 남은 상황에서 파봉은 몸을 휘청거리며 어렵게 러프에서 탈출했다. 그런데 이 공이 연못을 넘어 그린으로 잘 떨어진 뒤 경사를 타고 핀으로 흐르면서 전화위복이 됐다.
이때 같은 챔피언조의 호이고르는 약 15m 이글 퍼트를 남긴 상황이었다. 만약 호이고르가 이 퍼트를 넣으면 13언더파가 돼 파봉이 3m짜리 버디 퍼트를 놓칠 경우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바뀔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파봉에게 미소를 보냈다. 호이고르가 시도한 이글 퍼트가 컵을 외면한 반면, 파봉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두 선수의 운명이 갈렸다.
개인 통산 11번째 PGA 투어 출전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파봉은 “꿈만 같던 PGA 투어 우승을 이뤄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펼쳐질 상황들이 기대된다. 인내심과 침착함을 유지하겠다. 더 나은 샷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제 파봉의 시선은 자국에서 열리는 파리올림픽으로 향한다. 골프 남자 경기는 8월 7~10일 프랑스 파리의 르골프 내셔널에서 열린다. 파봉은 “조국을 대표해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게 올해 내 목표 중 하나”라면서 “지금 꽤 좋은 기회를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위크는 “현재 남자골프 세계랭킹 78위인 파봉은 이번 우승으로 60위 안으로 진입할 예정이다. (파리올림픽) 개인전 출전이 가능한 순위”라고 보도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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