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장 커지며 전력 소모 급증…원전 확대에 힘 실린다
AI(인공지능) 시장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원으로 원자력발전이 부각되고 있다. 28일 프랑스 에너지 관리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 등에 따르면 전 세계 AI가 쓰는 전력량은 일부 소규모 국가의 전력 사용량과 비슷하다. AI 반도체 등을 쓰는 데이터센터 기준으로 보면 202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0~250TWh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전력 소비량(208TWh)과 맞먹는다. 한국의 경우 2021년 전국 데이터센터 142개의 전력 사용량은 4006GWh로 서울 강남구(4625GWh)에 육박한다.
앞으로는 더 심하다. 노동석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은 “글로벌 전기 사용량이 AI 시장 확대 등에 따라 2050년까지 2.5배로 불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AI는 고성능 하드웨어를 이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전력 수요 급증을 감당하기 위한 대안으로 원전이 지목된다.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데다 전력 공급이 안정적이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후환경에 따라 변동이 있는 재생에너지와 비교해 원전이 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원전 확대를 추진 중이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각)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기가 더 중요해졌다”며 “원전 6기를 짓는 중이고, 오는 6월쯤 새 원전 8기 건설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선 한국·미국·일본 등 22개국이 2050년까지 세계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의 3배로 확대하는 데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의 경우 이르면 다음 달 중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며 한 자릿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는 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전 비중을 계속해서 확대해나가기 위해선 신규 원전 부지를 확보하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설립하는 등의 노력이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뿐만 아니라 ‘소형모듈원전(SMR)’ 등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등이 SMR 관련 기업 등에 투자 중이다. 오픈AI는 ‘핵융합발전’에도 주목하고 있다. 핵융합발전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등을 배출하지 않아 ‘꿈의 청정에너지’로 불린다. 다만 소형모듈원전과 핵융합발전 등은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는 아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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