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이' 이명증...환자 열 중 여덟 '이 증상' 방치해 생겼다 [건강한 가족]

류장훈 2024. 1. 28.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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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울림’ 이명에 대처하는 자세

정상인 90%가 한 번쯤 경험
청각 신경계의 오류로 발생
약물치료만으로 낫긴 어려워

우리 신체의 감각기관은 가끔 오작동을 일으킨다.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기도 하지만, 지속하고 깊어지면 심신에 악영향을 미친다. 우울·불안으로 번지기도 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명(耳鳴·귀울림)이 그렇다. 정상인의 90%가 한 번쯤 경험하는 증상이지만 이로 인해 진료받는 인원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10년 28만389명이었던 환자 수는 2015년 30만9145명, 2022년 34만3704명으로 늘었다.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사소해 보이지만 일상을 괴롭히는 증상, 이명에 대해 알아봤다.


이명은 말 그대로 귓속에서 소리가 울리는 증상이다. 실제 물리적으로 소리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소리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질환은 아니다. 보통 이명이라고 하면 가장 흔한 ‘감각 신경성 이명’을 말하는데, 청각 신경계의 오류로 생긴다. 우선 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오면 달팽이관에 있는 수천 개의 세포가 반응해 청각 정보를 뇌의 청각 영역으로 전달하게 된다. 근데 난청이나 특정 질환으로 청각 정보에 불균형이 생기면 평소 신호를 못 받는 세포가 소리의 발생과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일하면서 신호를 보내게 되고 뇌가 이를 소리로 인식한다. 한림대성심병원 이비인후과 이효정 교수는 “감각 신경성 이명이 가장 흔한 이명의 종류”라며 “열심히 일하려는 세포가 혼자서 일하는 부분이 생겨 발생하는 오류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계속 들리나? 신경 쓸수록 더 악화


이명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은 다양하다. 종양이 생긴 부위에 따라 뇌종양이 이명을 동반하기도 하고 중이염, 메니에르병 등 귓병, 갑상샘 등 호르몬 관련 질환, 고혈압·당뇨병, 난청 등도 원인이 된다. 이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원인 질환은 난청이다. 길병원 이비인후과 이주형 교수는 “이명으로 내원하는 환자를 보면 난청을 동반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인구 고령화도 환자 증가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이명 환자에게 기본적으로 청각(난청) 검사를 한다. 실제로 이명 환자 10명 중 8명이 난청 진단을 받는다.

이명은 실제 발생하지 않은 소리를 듣는다는 점에서 환청과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환청은 정신의학적 이상으로 인해 실재하지 않는 소리를 듣는 것을 말한다. 말소리 등 언어적인 경우가 많다. 반면에 이명은 비언어적 소리에 국한된다. 환자들은 ‘벌레 우는 소리’ ‘기계음’ ‘바람 소리’ ‘사이렌 소리’ ‘삐 소리’ 등으로 표현한다. 증상은 주위가 조용할수록 심해진다. 그래서 밤, 잠들기 전에 가장 심하다.

이명은 집착이 더욱 키우는 병이다. 집중할수록 악화한다. 계속 들리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 좋은 습관이다. 너무 신경 쓰면 오류 반응이 더 강화한다.


백색소음·ASMR이 도움될 수도


치료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난청이 있다면 청각 치료가 필수다. 돌발성 난청이라면 스테로이드 치료가 효과적이다. 경구약으로 먹거나 직접 귓속에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방식으로 난청을 치료한다.

난청 치료와 함께 소리 치료가 이뤄진다. 집중하면 중요한 소리로 인식해 악화하는 점을 역으로 이용하는 개념이다. 이명으로 느끼는 소리보다 약간 작은 소음을 주변에 잔잔하게 깔아줌으로써 이명에 집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명을 중요하지 않은 소리로 인식해 오류 반응이 억제된다. 라디오 소리, 음악 소리, 가습기나 공기청정기 등의 기계음 등 주변 환경음이 활용된다. 귀에 꽂고 다니는 소리발생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난청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소리발생기 옵션이 있는 보청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빗소리 등 백색소음이나 ASMR도 도움된다. 이효정 교수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이명보다 조금 작은 소리에 노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약물치료만으로 이명이 좋아지긴 어렵다. 약물치료는 우울감, 불면증 등 이명으로 인한 동반 증상을 가라앉히는 보조적인 목적으로 이뤄진다. 이들 증상은 이명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효정 교수는 “이명은 잘 치료하면 얼마든지 사라진다”며 “따라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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