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도하의 기적' 여기까지...인니, 0-4 대패→한국 8강 상대는 '호주' [아시안컵 리뷰]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도하의 기적'을 꿈꾸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8강 맞대결을 바랐던 신태용 감독의 꿈이 호주에게 무너졌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이 28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 맞대결에서 0-4으로 패해 탈락했다.
인도네시아는 사상 첫 아시안컵 16강 진출에 이어 새로운 역사에 도전했지만, 피지컬이 아주 강력한 호주의 벽을 넘지 못하며 무너졌다.
호주는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무실점 경기와 함께 대회 첫 3득점 경기를 펼치며 살아난 공격력을 과시했다.
신 감독은 지난 2020년 인도네시아 성인, U20, U23 대표팀을 총괄하는 조건으로 부임했다. 이후 A대표팀에 전념한 그는 인도네시아를 2007년 동남아시아 4개국(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 공동 개최) 대회 이후 16년 만에 본선 진출로 이끌었다. 개최국 자격이 아닌 대회는 2004년 중국 대회 이후 19년 만의 본선 진출이었다.
신 감독은 조별리그에서도 저력을 보여줬다. 지난 15일 알 라얀에 있는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첫 경기에서 1-3으로 패했지만, 피지컬이 강한 이라크를 상대로 빠른 역습으로 공격에 성공하는 힘을 보였다.
이어 19일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동남아시아 더비에선 신 감독의 애제자로 알려진 선수이자 K리그 안산 그리너스, 전남 드래곤즈에서 활약한 아스나위가 페널티킥 결승 골을 넣으며 1-0으로 승리했다.
24일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전에선 전반 이른 시간에 페널티킥을 내주며 세 골을 헌납해 1-3으로 패했다. 인도네시아는 D조 3위(1승 2패 승점 3)에 머물렀다.
키르기스스탄과 오만의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F조 최종전서 오만의 압둘라 알가사니가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기록했다.
오만이 승점 4가 되면서 이대로라면 인도네시아가 승점에서 밀려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후반 35분까지 오만의 리드가 이어지면서 인도네시아에게 탈락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 했으나 키르기스스탄의 조엘 코조가 극적인 동점골을 넣어주면서 기사회생했다. 오만은 이날 무려 17개의 슈팅을 퍼붓고도 키르기스스탄 골문을 열지 못하고 1-1 무승부에 머물렀다.
오만이 2무1패, 승점 2에 그치면서 인도네시아가 마지막 남은 16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신 감독은 탈락 위기에 몰렸던 인도네시아를 결국 16강행 막차에 태워 자신을 둘러싼 행운이 아시아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걸 입증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이 아시안컵 16강에 진출했다"라며 "키르기스스탄과 오만의 F조 마지막 경기가 1-1로 끝나면서 우리의 16강 진출이 확정됐다. 우리가 5번의 대회에서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크게 기뻐했다.
이 경기를 호텔방에서 지켜 본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은 16강 진출이 확정되고 크게 기뻐했다. 신 감독은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3차전)일본하고 경기 전날 인터뷰와 경기 날. 우리 선수들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어줘서 너무 고맙다"라고 적었다.
신 감독은 앞서 일본적 직후엔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이 '인도네시아 어린 선수들을 데리고, 자기가 봐도 너무 좋은 경기를 했고,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보인다'라고 했다. 그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했다"며 아시아 축구 강국 일본의 호평을 소개한 뒤 "일단 하루 쉬면서 (다른 조)3차전 결과를 기다리겠다. 16강 진출 여부는 하늘에 맡기겠다"고 했다. 하늘은 그의 기다림에 보답했다.
인도네시아의 16강행엔 중국도 도왔다. 중국이 A조에서 2무1패, 무득점 1실점이란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면서 16강에도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16강 실패로 인도네시아가 수혜를 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는데 실제 그렇게 됐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에 일본, 이라크, 베트남과 함께 D조에 편성됐다. 이라크와의 조별리그 1차전을 1-3으로 패했지만 베트남을 1-0으로 제압하고 귀중한 1승과 승점 3을 챙겼다.
일본은 베트남을 4-2로 이기고도 이라크에게 1-2로 덜미를 잡혀 D조 1위로 16강에 오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AFC 주관 대회의 경우 조별리그에서 승점이 같은 복수의 팀 순위를 가릴 때 해당팀끼리의 승점을 따지는 승자승 원칙이 적용된다. 승점이 같을 경우 골득실을 우선 따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과 다르다.
이라크는 인도네시아와 일본을 차례로 꺾으면서 베트남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D조 1위를 확정했다. 일본과의 최종전을 남겨두고 A조 중국이 개최국 카타르에 패하면서 2무1패에 그쳤다. 인도네시아가 3위팀 경쟁에서 승점으로 중국을 제쳐 16강 진출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에게 1-3으로 완패를 당하며 자력 진출은 불가능했지만 이날 오만이 키르기스스탄과 무승부에 그치면서 마지막 남은 16강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신 감독은 과거 한국 대표팀 감독 시절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해 '카잔의 기적'을 썼다. 조별리그에서 스웨덴, 멕시코, 독일과 같은 조에 편성돼 1, 2차전을 모두 패했으나 최종전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0으로 완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는 약체 인도네시아를 이끌고 역사상 첫 토너먼트 진출을 이끌어내며 '도하의 기적'을 작성했다.
이제 다음 목표는 8강 진출이다. 8강에 오를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대한민국 중 승자와 맞붙기에 신 감독의 마법이 계속 이어질지 큰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신 감독은 과거 호주 A리그가 출범할 때 퀸즐랜드 로어에서 뛰며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적이 있다. 이후에도 호주에서 생활했고, 두 아들도 호주에서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의 호주 생활과 관련된 질문이 나왔지만 그는 성급하게 아는 척하진 않았다.
그는 "내일 경기는 우리에게 쉬운 경기는 절대 아니다. 호주라는 팀은 정말 좋은 팀이고, 신체적인 조건이 아시아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며 "힘든 경기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 또한 포기하지 않고 즐거운 패기로 열심히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했다.
이어 "(호주에)구멍은 분명 있다. 우리가 호주보다 부족하지만 무언가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호주전 준비에 대해, 신 감독은 "사실 선수는 26명이 와 있지만 경기에서 실제로 기용할 수 있는 건 16~18명 정도인 거 같다. 모든 팀과 마찬가지로 로테이션을 돌리고 있는데 새로운 선수가 선발로 나갈 거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주와 16강에서 붙게됐는데 기적이 또 온다면 행복하겠지만 쉽지 않은 경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은 둥글기에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임할 것이고, 선수들에게 포기란 있을 수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요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호주전 전술적인 대비에 대해선 "전술은 미리 얘기하면 내 패를 까고 하는 것이기에 미안하지만 이야기할 수 없다. 호주가 어떤 식으로 경기를 하는지 영상으로 봤고, 나도 호주가 어떤 팀인지 몸소 체험했기에 어떻게 공략할지 생각하고 있다"라고 피했다.
이어 "호주는 워낙 신체적인 조건이 좋고, 힘이 좋다 보니 특별히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경기 중엔 항상 움직여야 하기에 구멍을 발견하는 게 선수들과 내 몫이다. 준비히고 있다"라고 밝혔다.
8강에서 한국을 만날 가능성에 대해, 신 감독은 "나에겐 상당히 동기부여가 되는 건 분명하다. 우리가 호주를 이길 확률은 내 생각엔 3대7이다.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이길 확률은 6대4로 생각하기에 한국이 (8강으로)올라갈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함께 8강에서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라며 기대했다.
호주는 B조 1위(2승 1무 승점 7)를 차지하며 순조롭게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탄탄한 수비 대비 아쉬운 공격력을 보였다.
호주는 13일 알 라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인도를 상대로 2-0으로 승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5일 뒤,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전에선 공격에 애를 먹었고 잭슨 어바인의 결승 골로 간신히 1-0으로 이겼다.
23일 알 와크라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전에선 호주가 마틴 보일의 선제 골로 앞서갔지만, 후반에 상대에게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호주는 우즈베키스탄과의 A매치에서 첫 실점을 내줬지만, 승점 1점을 얻어 선두 자리를 지켰다.
홈팀 자격을 갖춘 호주는 4-3-3 전형으로 나섰다. 매튜 라이언 골키퍼를 비롯해 아지즈 베히츠, 카이 롤레스, 해리 수타, 게딘 존스가 수비를 구축했다. 중원은 키아누 배커스, 잭슨 어바인, 라일리 맥그리가 지켰다. 측면 공격에 마틴 보일, 조던 보스, 최전방에 브루노 포르나롤리가 출격했다.
원정팀 자격인 인도네시아는 3-4-3 전형으로 나왔다. 에르난도 아리, 엘칸 바곳, 조르디 아마트, 샌디 월시가 백3를 구축했다. 중원은 저스틴 후브너와 이바르 제너가 지켰고 윙백은 셰인 파티나마, 아스나위 망쿠알람이 맡았다. 측면 공격에 마르셀로 페르디난, 야쿱 사유리, 최전방에 라파엘 스트라윅이 나와 득점을 노렸다.
경기 초반 호주가 왼쪽 공격에 나서며 인도네시아를 위협했다. 인도네시아는 5분에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후브너가 전진해 왼발로 돌려놨지만, 살짝 빗나갔다.
인도네시아의 측면 공격이 점차 이어지면서 호주가 고전했다. 파티나마, 아스나위가 주축이 된 양쪽 측면 공격이 이어지면서 호주는 걷어내기 급급했다.
하지만 한 번 올라온 호주가 선제 골에 성공했다. 전반 12분 오른쪽에서 어바인이 돌파하면서 크로스를 시도했다. 굴절되면서 골키퍼가 역동작에 걸리고 말았고 그대로 골망이 출렁였다.
인도네시아는 실점 이후에도 호주에게 기세를 내줬다. 호주도 거센 측면 공격을 퍼붓자 인도네시아도 힘겨워했다.
20분 이후 다시 인도네시아가 점유율을 가져왔다. 전반 22분엔 후브너가 박스 앞에서 왼발 슈팅 각도를 잡았지만, 슈팅이 약하게 가면서 라이언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소강강태에 접어들었지만, 양팀의 패스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경기 흐름이 종종 끊겼다. 소유권도 상대에게 빠르게 넘어갔다. 인도네시아는 중원에서 압박 수위를 높이며 호주의 전진을 막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는 전반 38분 후브너의 전진 이후 오른쪽에서 넘어 온 마르셀리노의 크로스를 사유리가 슈팅으로 시도했지만, 무릎에 맞으면서 많이 빗나가 기회를 날렸다. 1분 뒤에도 마르셀리노가 박스 앞에서 중거리 슛을 시도했지만, 많이 빗나가고 말았다.
호주는 전반 막바지에 다시 깜짝 골을 터뜨리며 달아났다. 전반 45분 오른쪽에서 날아 온 존스의 얼리 크로스를 보일이 박스 중앙으로 침투해 몸을 던져 다이빙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호주의 골 결정력이 뛰어난 점을 볼 수 있었다.
다급한 인도네시아는 전반 추가시간 3분 동안 공세를 이어갔다. 추가시간 48분엔 파티나마가 엔드라인 앞에서 살려낸 볼을 사유리가 낮은 크로스로 중앙으로 연결했지만, 호주 수비가 깔끔하게 걷어내면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전반은 호주의 리드로 끝이 났다.
후반에 인도네시아는 전반보다 어려운 경기 운영을 했다. 후반 12분 신태용 감독은 아스나위를 빼고 위탄 술레이만을 넣어 기동력과 공격력을 보완했다. 호주도 후반 16분 라일리 맥그리, 브루노 포르나롤리를 빼고 코너 맥칼프, 미첼 듀크를 넣어 변화를 줬다.
후반 18분 존스가 스트라윅과 충돌로 넘어진 뒤, 보복성으로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면서 양팀의 신경전이 불붙었고 존스는 경고를 받았다.
존슨은 이후 사타구니 쪽 부상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나다니엘 앳킨슨이 후반 23분 곧바로 교체 투입됐다.
호주의; 수비는 인도네시아가 전혀 뚫을 수 없었다. 오히려 인도네시아의 수비, 중원 간격이 벌어지면서 호주의 공격이 날카롭게 이어졌다.
신 감독은 체력이 떨어진 사유리를 빼고 리즈키 리도를 투입했고 월시가 오른쪽 윙백으로 올라가고 리도가 센터백으로 투입됐다.
인도네시아의 파상 공세에도 호주는 후반 30분부터 깊이 내려 잠그며 버텼다. 호주는 오히려 후반 35분 듀크가 수비 라인을 꺠고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슈팅을 시도했는데 유효 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말았다.
호주의 공격은 후반 막판으로 가면서 계속 거세졌다. 인도네시아의 체력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호주가 비교 우위를 점했다. 호주는 여기에 보스, 배커스를 빼고 에이든 오닐, 크레익 굿윈까지 투입해 기동력을 유지했다.
후반 44분엔 오른쪽에서 넘어온 앳킨슨의 크로스를 어바인의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키퍼가 멋진 선방을 해냈다. 그러나 굿윈이 투입되자마자 다시 밀어 넣어 세 골차로 달아났다.
후반 추가시간 45분엔 박스 오른쪽에서의 프리킥을 수타가 골문 안으로 쇄도하면서 헤더로 밀어 넣어 네 번째 골에 성공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호주는 지난 2006년 AFC 편입 이후 치러진 아4시안컵 대회에서 모두 8강 이상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2015년 자국 대회 우승을 포함해 매 대회 강력한 모습을 과시했다. 한국이 만약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8강에 진출할 경우, 호주와 오는 3일 오전 0시 30분 알 와크라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격돌한다.
인도네시아는 역사적인 16강 진출 이후 8강 도전에 실패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득점을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신태용 감독의 도전도 여기서 마무리됐다.
사진=연합뉴스, 호주, 인도네시아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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