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심판 여론, 폭풍처럼 강해... 이낙연 신당은 걸림돌"
[이영광 기자]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2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4월 총선에서 전주병 선거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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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22대 총선에서 전북 전주병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상임고문은 지난 2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 열고 "한반도 평화와 민주당 그리고 이 대표를 지키고 전북과 전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정 상임고문의 출마를 곱지 않게 보고 있다. 당내 경쟁자인 현역 김성주 의원은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 못 돌린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정 상임고문이 신당을 세운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을 비판하자, 이석현 새로운미래 창당준비위원장은 그의 국민의당 전력을 거론하며 '자격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정치권의 반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26일 전북 전주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정 상임고문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의회 민주주의 잘하는 나라는 다선 중진 많다"
- 출마 선언 후 주위 반응이 어떤가요?
"출마 선언하고 한 달이 채 안 됐는데 지난해 말과 지금 굉장히 온도 차이가 있어요. 지난해 말에는 제 출마 여부 묻는 사람이 많았어요. 요새 만나는 사람들은 다 바꿔야 된다는 얘기들을 합니다. 윤석열 정부와 싸워야 할 때라는 제 주장에 공감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 다 바꿔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정 상임고문은 4선 출신이시죠. 새로운 인물이 아니라서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인물도 필요하고 경험과 능력이 있는 사람도 필요한 거죠. 우리는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을 절반씩 물갈이 하잖아요. 예를 들면 회사를 운영하는데 몇 년에 한 번씩 직원을 싹 물갈이한다면 그 기업이 잘 운영될까요? 영국,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미국 등 우리보다 의회 민주주의를 잘하는 나라들을 보면 다선 중진 의원들이 많아요. 물론 신인도 있지만 신인이 주축은 아니에요."
- 전주시병 현역인 김성주 의원은 정 상임고문의 출마를 두고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 못 돌린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물레방아 돌리는 시대가 아니에요. 싸워야 할 때예요. 원자력 발전소 돌려서 반도체 공장 돌리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통령이잖아요. 듣도 보도 못한 대통령이란 말이에요. 그런 대통령 끌어내리는 것이 국민의 이익이라고 생각해요. 남북 평화를 완전히 깨버렸잖아요.
그런데 국민은 지금 태연해요. 물론 동요하지 않고 안정을 유지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지만 멀쩡한 한반도의 평화를 깨버리는데 방관한다? 국민이 굉장히 손해 보는 일이고 국가가 위태로워지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정권과 맞서 싸워야 하죠. 그러나 이 싸움의 전선에서 전북의 의원들은 존재감이 없잖아요. 그래서 바꿔야 한다는 것이 지금 민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1996년 15대 총선 출마로 정계 입문하신 지 28년 됐습니다. 한때는 당내 소장파였지만 지금은 올드보이로 불립니다.
"최근 KBS <골든걸스>라고 가수 인순이, 이은미, 신효범, 박미경 등을 박진영이 트레이닝한 끝에 60대 걸그룹을 만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어요. 그런 것처럼 우리 정치에도 '골든 보이스 앤 걸스'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21대 국회가 역대 국회 가운데 최악이에요. 계속 진영 대결과 갈등과 싸움밖에 없었잖아요. 22대 국회는 바꿔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신인도 필요하지만, 능력과 경륜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야 합니다."
- 21대 국회가 지금까지 중 최악이라고 하셨는데, 양당제 때문 아닌가요?
"그렇죠. 그리고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에 180석이나 몰아줬는데 제도 개혁을 아무것도 못 했어요. 참 안타깝고 한심한 일이에요. 그만큼 정치력이 부족했다는 것이죠."
-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정치력이 부족했던 것이고 민주당의 개혁 정체성 노선이 불분명했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한 평화 정체성과 서민 정체성이 있어야죠. 우리나라의 문제는 두 가지잖아요. 현재 하나는 불평등의 문제, 하나는 불평화의 문제죠.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180명씩이나 뽑아줬는데 역할을 발휘 못 했어요."
- 민주당 정부에서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근본적인 처방을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의 구조를 바꿔줘야죠. 예를 들면 우리 사회에서 지금 제일 낭비가 심한 것이 교육이잖아요. 거기에 시간, 돈, 비용, 땀,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데 아웃풋은 빈약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아요. 민주정부가 교육 개혁에 손을 대지 못한 건 안타까운 일이죠.
이게 저출생 문제와도 관련이 있어요. 생애주기가 비정상적인 사이클로 돌아가고 있는 거거든요. 그 핵심 중에 하나만 얘기한다면 학벌 자본 사회죠. 어느 대학 나왔냐로 평생 계급 제도 같이 돼 있는 거죠. 올해 수능 본 학생이 50만 명인데 지금 우리나라는 300개 대학에서 한 학년에 60만 명을 가르칠 수 있어요. 누구나 다 원하면 대학을 다 갈 수 있는 조건이에요.
그런데 왜 잘 안 되냐면 서열 때문이에요. 이것이 과연 좋은 제도인가요? 온 국민이 그 제도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면 바꿔야죠. 그게 제도 개혁이잖아요. 180석을 줬을 때 그런 개혁을 힘차게 했어야죠."
▲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왼쪽)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 나란히 참석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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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합류한 정동영 2016년 3월 국민의당에 입당한 정동영 전 의원이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사에서 첫 공식회의 참석을 위해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와 함께 회의실로 들어 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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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낙연 전 대표 등 탈당 세력을 '국민의힘 2중대'라고 비판하시잖아요. 이에 대해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석현 새로운미래 창준위원장은 '의원님도 국민의당 갔다 오지 않았냐'고 비판합니다.
"정치인은 물고기고 국민은 물이에요. 20대 총선 때는 전북 유권자 절대다수가 제3당을 원했어요. 그래서 휩쓸었잖아요. 저는 전북 민심에 순응한 거죠. 제가 고향 순창에 내려가 있을 때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가 같이 하자고 찾아왔고 국민의당의 안철수씨도 찾아왔어요. 그때 제 기준은 전북 도민들이 다 제3당을 원했다는 거예요. 도민 의사에 따른 거죠.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잘못된 선택이었어요. 지금 안철수씨가 어디에 있습니까? 국민의힘이죠. 그걸 그때 꿰뚫어 보지 못했죠. 제가 보는 눈이 없었던 거죠.
저는 전북도민들이, 호남 유권자들이 원하는 제3당에 가서, 싸우는 양당제를 깨고, 타협하고 협상하고 합의하는 정치 문화를 만들길 꿈꿨는데, 이 사람(안철수)이 날아가 버렸잖아요. 제3당 실험은 실패한 거죠. 사람을 잘못 본 데 대해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길 가는 전주시민 아무나 붙잡고 이낙연 신당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세요. 물어보나 마나예요."
- 지금도 무당층이 많잖아요.
"그것도 현실이지만 20대 국회 때는 제3당에 대한 욕구가 태풍처럼 강했다면 지금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라는 여론이 폭풍처럼 강합니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하는데 이낙연 신당이 가로막으면 그건 걸림돌 정당이죠."
- 민주당 내부에선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그 문제는 윤석열 정권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이 핵심이죠. 이 정권은 연성 파시즘 정권이에요. 연성 독재는 강성 독재의 반대잖아요. 강성 독재는 총, 칼 ,고문 등 야만적인 체제고, 윤석열 대통령의 연성 독재는 야당도 있고 사법제도도 있고 그럴듯하게 돌아가긴 하지만 권력을 대통령 한 사람이 다 움켜쥐고 국민을 겁박하고 야당을 겁주고 위협해서 끌고 가는 거죠. 근데 그 정권에다가 야당 대표를 잡아가라고 표결해요. 그게 뿌리죠. 그게 정상적인 정당 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까? 그것은 배신이죠."
- 19대 국회 때 연동형을 주장하셨잖아요. 지금 민주당은 병립형으로 돌아갈지 고민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첫 단추를 잘못 뀄어요. 국민들이 반대하긴 하지만 400석으로 증원하는 대신 10년 동안이든 20년 동안이든 국회의원 세비와 국회에 들어가는 경비를 동결해서 제대로 연동형 비례를 하는 것이 맞죠. 47석으로 연동제도 아니고 준연동제라고 시늉만 낸 건 연동형 비례제 정신에 벗어난 거죠.
물론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는데 정말 우리 정치를 개혁해야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면 용기 있게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1등 당선자 말고 2등, 3등, 4등, 5등은 다 죽은 표가 되잖아요. 이것은 국민주권주의에 어긋나거든요.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한 연동형 비례제로 가야 합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50석으로 의석을 줄이자는데요.
"250석보다는 25석이 더 좋죠. 25석으로 국회를 하면 거의 왕 뽑아놓는 거나 마찬가지죠. 대통령이 한 사람이니까 왕 노릇 하잖아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려면 국회 의석을 늘려야 해요.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하는 정치인이 없어요. 국민들은 정치인을 싫어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을 늘리는 것을 다 싫어하고 반대해요. 그러나 국민이 싫어한다고 해서 그게 옳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 비전과 시대정신은 사라지고 정당끼리 서로 비판만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번 총선을 정치학자들은 중대 선거라고 그래요. 그러니까 이 선거로 국회 판도만 바뀌는 게 아니라 나라의 운명이 바뀐다는 의미죠. 사실 양당이 '선거에서 이기면 국가를 어떻게 운영하겠다' 또 '야당으로서는 어떻게 대안을 제시하겠다'라는 것에 중심에 둬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지금 정부여당은 검찰 수사권·기소권을 가지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계속 발톱을 드러내고 있어요. 거기에 맞서서 야당도 지금 정부여당을 어떻게든 비판하고 공략하는 대응 전략을 내세우고 있어서 선거가 싸움판이 되는 거죠.
이것은 2년 전부터 예고됐죠. 정권 출범하자마자 야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지금까지 야당 대표를 한 번도 안 만났어요. 이렇게 정치가 실종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는 건 참 불행한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거가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그 본질은 변함이 없죠."
- 민주당이 너무 '반윤(반윤석열)'만 주장한다는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 정상적인 정권이 아니라 윤 대통령에 의한 사적 대통령제죠. 권력을 사유화한 윤석열 정권의 행태를 비판하고 교정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기도 하죠. 거부권 행사도 유분수지, 자기 배우자 특검하자는데 거부권 행사한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으면 누굴 비판합니까?"
▲ 서천시장 화재현장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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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 사건은 어떻게 보셨어요?
"테러는 전염됩니다. 막아야죠. 우리 사회는 그래도 치안이 안정됐는데 백주 대낮에 야당 대표를 상대로 살인미수를 저질렀습니다. 이번에는 또 국민의힘 의원이 테러를 당했거든요. 굉장히 안 좋은 조짐이에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상대를 죽여 없애서 내가 살겠다고 하는 살벌한 원시 약육강식의 질서가 아니라 상대도 함께 살 권리가 있는 사회 공동체라는 인식을 우리 사회가, 우리 국민이 이번 기회에 확인했으면 좋겠고요. 정치권에서도 테러가 난무하는 불행한 정치를 끝내야 합니다. 22대 국회는 그런 점에서는 좀 확 달라지는 정치 문화를 선보였으면 좋겠어요."
- 윤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의 갈등과 봉합 과정이 최근 화제였습니다.
"검사 정치의 민낯입니다. 나경원, 김기현, 이준석 쳐내고 그다음에 한동훈은 사퇴하라고 하고. 이건 정치가 아니고 대통령 권력 운용을 검찰 수사하듯이 하는 거죠. 헌법 정신 위반이기도 해요. 권력 남용이죠. 이것도 탄핵 사유에 들어가요."
-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은 어떻게 보세요?
"가방도 부적절하지만, 명품 가방보다 몇백 배, 몇천 배 더 중요한 문제는 주가 조작 의혹이에요. 주가 조작은 미국에서는 징역 150년 때리는 중대 범죄예요. 근데 대통령 배우자가 주가 조작 범죄 혐의를 받고 있잖아요. 근데 명품 가방으로 이 주가조작 사건을 가리는 것 같아요.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되는 거죠. 대통령의 거부권은 자기 배우자 지키라고 준 건 아니잖아요. 야당으로서는 특검 제의 의결권이 왔잖아요. 이거 통과시켜야죠. 국민의힘 공천 작업이 마무리된 뒤에 탈락자들이 국회 본회의에 나올 생각 별로 없을 거 아니에요. 그 시기에 특검법 상정해서 반드시 특검 관철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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