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바뀐 한‧중 무역에 휘청이는 한국 경제…“중국 내수 시장 공략”
중국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반면 한국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커지고 있다. 한국에 가장 많은 무역 흑자를 안겨주던 중국과의 관계가 역전된 모양새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한국에서 1625억 달러(약 217조4000억원) 수준의 제품을 수입했는데 전년보다 18.8% 줄었다. 감소 폭이 대만(15.4%), 일본(12.9%), 미국(6.8%) 등 주요 국가보다 크다. 중국 전체 상품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3%로 대만(7.8%), 미국(6.5%)에 이어 3위다.
이는 1992년 한중수교를 맺은 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중국 수출액은 중국 수입액보다 180억 달러(약 24조840억원) 적었다. 이 역시 한중수교를 맺은 후 30년 만에 첫 적자다.
중국은 그간 한국에 가장 많은 무역 흑자를 안겨준 국가다. 2018년엔 한국 전체 무역 흑자의 80%를 중국에서 벌었다. 상황이 역전된 데는 산업 경쟁력 강화 비전인 ‘중국 제조 2025’의 영향이 크다. 중국 정부는 2010년대 제조업 육성에 나섰고, 제품 경쟁력이 높아지며 자급률이 상승했다. 이 때문에 그간 한국이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이 가공해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이른바 국제 분업 구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석유화학·철강·석유제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은 설 자리를 잃었다. 대표적인 중간재인 석유화학 제품의 경우 중간 원료, 기초 유분 같은 제품의 중국 자급률이 현재 90% 이상으로 높아졌다. 한국은 2013~2019년 7년 연속 차지했던 중국의 최대 수입국 자리를 대만에 내줬다.
무역협회는 “중국의 수입 둔화는 내수와 서비스 중심 성장, 생산 자급 능력 향상이 원인”이라며 “한국의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 후 수출하는 상호 보완관계가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런 관계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에서 찾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정도다. 반면 한국의 중국 수입 비중은 소비재를 비롯해 2차 전지 원료, 배터리 중간재 등에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미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별 상품 수입액(지난해 11월 기준)은 멕시코가 398억1000만 달러(약 53조2600억원)로 1위를 차지했고, 중국은 354억9500만 달러(약 47조5000억원)로 2위로 밀렸다.
2018년만 해도 중국은 미국 상품 수입액의 20%를 넘게 차지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부흥을 선언,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현재 조 바이든 정권까지 이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상품 수입액 중 중국 비중은 13.9%로 확 낮아졌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2010년대 들어 중국 제조업 자급률이 높아져 한중 경협의 판이 바뀌었다”며 “반도체 외에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 우리 수출 업계의 과제”라고 진단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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