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쏟아진 감세정책… 최대 수혜자는 ‘부자’와 ‘대기업’

이의재 2024. 1. 2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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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고소득자일수록 감세 확대 추세
종부세와 법인세 인하도 ‘한몫’
정부는 “낙수효과·세제 정상화 차원”


윤석열정부의 연이은 감세 정책으로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 부담이 특히 빠르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경기 활성화와 세제 정상화로 가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조세 정책이 명확한 근거 없는 ‘낙수 효과’에만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4년 조세지출예산 분석’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출범 후 연간 조세지출 규모는 2022년 63조5000억원에서 올해 77조1000억원으로 2년 사이 21.4% 증가했다. 조세지출은 소득공제·비과세 등의 조세특례를 활용한 감세를 뜻한다.

정부의 ‘민간 주도 성장 전략’을 대변하듯 기업을 위한 감세 조치가 가장 눈에 띄게 늘었다. 개인에 돌아가는 조세지출이 39조5000억원에서 46조원으로 16.5% 증가하는 사이 기업이 수혜자인 조세지출은 23조6000억원에서 30조6000억원으로 29.7% 뛰었다.

그중에서도 대기업과 고소득자가 세금 부담을 가장 큰 폭으로 덜어냈다.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돌아가는 감세 혜택은 2022년 3조9000억원에서 올해 6조6000억원으로 69.2% 급증했다. 대기업의 수혜 비중이 높은 통합투자세액공제가 같은 기간 2조2000억원에서 5조6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확대된 효과로 풀이된다. 연소득이 78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를 향하는 조세지출은 2년 사이 12조5000억원에서 15조4000억원으로 23.2% 늘었다. 중산층·서민 계층의 수혜분 증가율 13.3%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세율과 과세대상 자체를 조정하는 세제 개편도 대기업과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됐다.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은 고소득자의 숨통을 터준 정책으로 꼽힌다. 정부는 종부세율을 0.6~3.0%에서 0.5~2.7%로 낮추고 2주택자에 대한 중과 조치를 폐지했다. 여기에 기본공제액을 올리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까지 낮춰 과세 규모를 2020년 수준으로 환원했다. 결과적으로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는 2022년 119만5000명에서 지난해 41만2000명으로 1년 만에 3분의 1토막이 났다.

법인세율 인하의 혜택도 대기업에 집중됐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첫해 법인세율을 과세표준 구간마다 1% 포인트씩 인하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나라살림연구소가 2021년 법인세 신고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 구간 중 과세표준이 3000억원 이상인 구간의 납부액이 1조1627억원 줄어 이로 인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특히 과세표준이 5000억원을 초과하는 큰 기업은 법인당 평균 156억원씩 세액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이 일차원적인 감세에 그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세금을 깎아주는 만큼 소비·투자가 늘고 경기가 살아나 결과적으로는 세수 기반이 확대될 것이라는 ‘낙수 효과’ 이론이다. 지난 정부에서 징벌적 성격을 띠며 지나치게 불어난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한다는 측면도 누차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대로 긍정적인 효과만 기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집값이 급증하자 세제를 대응 수단으로 활용하며 과도하게 세금을 매긴 측면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충분히 증명되지 않은 낙수효과를 근거로 감세를 추진하면 감세에 편향성이 생긴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역대급 세수 부족 상황에서도 대기업·고소득자 중심 감세 조치를 쏟아내면서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도 무색해지고 있다. 나라살림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50조원대 세수 결손의 여파로 지난해 11월까지 64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의 연간 예상치였던 58조2000억원을 한참 웃도는 수치다.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지난 4일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도 30건 이상의 조세지출 정책이 발표됐다.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분에 적용하는 세액공제율을 10% 포인트 상향하고, 지난해 한시적으로 재도입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추가로 1년 연장하는 정책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 역시 대기업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1~2022년 기업의 R&D 투자 증가분 8조6137억원 중 6조312억원은 대기업 몫이었다. 임시투자세액공제의 경우 2011년 공제분의 89%인 2조384억원이 대기업에 혜택으로 돌아갔다. 예정처는 두 정책이 실행될 경우 1조6047억원의 세수가 추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 1주택자가 지방소멸 위기 지역에 집을 구매해도 2주택자로 치지 않는 ‘세컨드홈’ 장려 정책 역시 부자가 득을 볼 정책으로 꼽힌다. 이미 주택이 있는 가구에 주어지는 혜택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세컨드홈의 수혜 대상인 서울 1주택 가구의 순자산은 2021년 기준 무주택 가구의 9.5배에 달했다.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 주도의 감세 정책도 연일 새롭게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갑작스럽게 밝혔다. 지난 3일에는 202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자를 위한 국내투자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신설하기로 했다. 자산가의 국내 투자를 유도한다는 명분이다. 하 교수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등 일부 정책은 투자 유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들 감세 조치 전반으로는 경기를 부양하거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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