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내가 김정은이 돼 있더라"…UEFA 회장의 '충격 고백' 왜?

이태승 기자 2024. 1. 28. 17: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유럽축구연맹(UEFA) 알렉산데르 체페린 회장이 독재를 저지른다는 비판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슬로베니아 국적 체페린은 지난 2016년 전임 UEFA 회장인 미셸 플라니티가 국제축구연맹(FIfA)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자진 사퇴하자 그의 빈자리를 채우며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UEFA 회장직 임기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의지 아래 연맹 수뇌부와 합의를 거쳐 지난 2017년 회장이 연임하는 것은 초임을 포함해 최대 12년이라 못 박았다. 그가 2016년 회장직에 올랐기 때문에 그가 발의 및 발효한 법안에따라 2028년까지 UEFA 회장직으로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체페린은 자신의 임기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또다른 법안을 발휘해 자신의 임기를 2031년까지 연장하려는 게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그의 측근이자 2021년부터 UEFA의 축구경영요직 CFO를 맡았던 크로아티아 스타플레이어 출신 즈보니미르 보반이 지난 25일 사퇴를 밝히기도 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보반은 축구계에 발전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다. 체페린의 독재 시도를 절대 곱게 볼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다.

보반은 자신의 사의를 표하는 편지에서 "체페린이 자신의 임기가 끝난 후 다시 한 번 입후보할 수 있도록 UEFA 규정을 바꾸겠다는 것에 대해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규정을 수정하겠다는 시도가 내게는 매우 걱정스러워 강한 반대를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 회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떠한 법적, 도덕적 결함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를 강행하려 한다"고 전했다.

보반은 "이러한 결정은 매우 치명적"이라며 "나 스스로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고 충분한 합의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믿지만 받아들이기 어렵고 틀린 결정을 수용하라 한다면 절대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체페린이 임기 연장을 위해 그른 결정을 강행하자 이에 극렬히 저항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체페린은 억울한 입장이다.

그는 자신이 다음 선거 기간에 입후보할 계획이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며 이번 수정법안은 그저 임기 제한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디언'은 28일 그와 일대일 인터뷰를 진행하며 사건의 내막을 본인으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체페린은 "이번 수정법안을 둘러싸고 사실 관련 질문과 법률 관련 질문이 각각 하나씩 도출될 수 있다"고 설명헀다. 먼저 법률 관련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2017년 (임기를 최대 12년으로 제한하자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당시 해당 법안을 발의할 때 사용된 단어가 모호했다"며 "조항을 변경한 시점 이전에 수행했던 임기에 대해서는 적용이 안되는 헛점을 발견했다. 당시 나는 이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에 2018년 UEFA의 수뇌부가 명확히 법안을 해석할 수 있도록 단어 및 구문을 다소 변경해 자신의 임기를 포함하여 해당 법안이 적용될 수 있도록 수정했다.

그러나 이는 UEFA 의회의 결정에 따라 공식적으로 이뤄진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정식 법안으로 인정받기가 힘들었다. 체페린은 "(2018년 수정된) 해당 조항을 더욱 명확히 하지 않으면 임기에 제한이 사라져 내가 평생 회장직을 맡을 수도 있다"며 이 법안을 수정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어 사실 관련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내가 (다음 회장 선거인) 2027년에도 또 회장직에 지원할 생각인가. 시간이 되면 말하겠지만 솔직히 너무 지쳤다"며 "지난 몇 년간 조직이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미래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UEFA는 최근 코로나19 전염병 사태로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개최에 매우 애를 먹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범세계적으로 실시되며 재정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측근의 사퇴 등으로 문제가 커지자 여론도 체페린 회장에 호의적이지 못하다. '가디언'은 체페린에게 "현재 세상의 지도자들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하고 민주주의를 전복시키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지할 것인데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고 질문하자 그는 "당장 대답하기는 힘든 질문이지만 사람들은 사실 이러한 시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답변을 남겼다.

그는 "'가디언'의 영국 기자들이 (이번 사건을 조사하며) 말하는 것을 엿들었다. 그들은 '이 사건을 보도하긴 하겠으나 독자들은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며 "언론이나 자신이 도덕적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몇몇 사람들이나 이 사건이 매우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짚었다.

급기야 북한의 권력 세습을 이어오고 있는 독재자 김정은의 이름도 언급했다. 체페린은 "이 법안 수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기존의 입장을 견지했고 "그러나 마치 충격적인 일인양 이를 보도하니, 어느 순간 난 북한의 김정은이 돼 있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체페린의 의도가 어떤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그가 2027년에도 연임을 결정할 경우 2031년까지 임기가 연장된다.

즉 체페린이 발의한 12년의 임기 제한 법안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그가 맡았던 임기에 대해 전혀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민주주의의 상징인 대통령이 될 것인가, 혹은 권력 욕심에 물들은 독재자가 될 것인가. 자신이 내민 임기 제한 법안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로부터 자유로운 체페린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

Copyright © 엑스포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