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고리’ 증권‧캐피탈‧저축銀, 부동산PF 청구서 본격 받는다

김남준 2024. 1. 2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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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부진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증권사‧캐피탈사‧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이 올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브릿지론·후순위 대출 ‘약한 고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28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 연합뉴스

증권사‧캐피탈사‧저축은행이 부동산 PF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것은 브릿지론과 후순위 대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공사 전 토지에 대한 대출인 브릿지론은 공사 착공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환이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 제1금융권에서는 이를 취급하지 않고 주로 증권사‧캐피탈사‧저축은행에서 빌려준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모든 금융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이다. 이 중 30조원이 브릿지론으로 추정된다.

사업이 궤도에 오른 본 PF 대출도 미분양 위험이 남아있어, 후순위 대출은 위험도가 높다고 본다. 증권사‧캐피탈사‧저축은행 중에서도 자본력이 약한 중소 금융사에 이런 위험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큰 편이다.


“증권사, 상반기 PF 손실 최대 2.8조”


실제 한국신용평가가 집계한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고위험 부동산 금융(브릿지론, 중·후순위본PF, 해외부동산) 비중은 대형사(자본 3조원 이상)는 29.2%였다. 하지만 중형사(자본 1~3조원)와 소형사(자본 1조원 미만) 각각 43.2%·34%로 이보다 높았다.
신재민 기자

특히 증권사 부동산 PF 만기 상당 부분이 올해 상반기에 몰려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기업평가는 오는 6월까지 증권사가 부동산 PF로 최대 2조8000억원까지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캐피탈·저축銀도 부실 늘어


신재민 기자

캐피탈사도 신용등급 낮은 회사일수록 위험도가 높은 부동산 PF 대출이 많았다. 한신평 집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A등급 이하 캐피탈사의 부동산 금융 중·후순위 비중(지난해 6월 기준)은 65%로 신용도 AA급 이상(29%)의 2배가 넘었다.
신재민 기자

저축은행은 증권·캐피탈사와 달리 선순위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부동산 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부실화가 커지는 모양새다. 한신평 집계에 따르면 2022년 9월 대비 지난해 6월 요주의 단계(부실 바로 전 단계) 이하 부동산 PF 대출 비중은 브릿지론은 20.1%→33.4%, 본 PF 대출은 30.7%→48.3%로 급증했다. 만기연장 등 부동산 PF 지원을 종료하면 이 비율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만기 도래한 브릿지론 33%가 내년 상반기에 상환이 집중되면서 사전 정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 “부동산 PF 충당금 더 쌓아야”


금융당국도 증권사나 제2금융권 같은 약한 고리에 리스크 관리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24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일부 (증권) 회사의 (PF 관련) 리스크 관리 실패가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면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 대해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또 금융감독원은 25일 캐피탈사·저축은행·상호금융 업계 임원들을 소집해 브리지론 예상 손실의 100%만큼 충당금을 쌓으라고 요청했다. 또 본 PF 대출 중 공사가 지연되거나 분양률이 낮은 곳은 충당금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책정하라고 했다. 저축은행의 토지담보대출도 PF 대출 수준으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는 이유는 올해 부실 부동산 PF 정리 과정에서 금융사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영건설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신청으로 건설사 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부동산 PF는 시공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시공사에 자금경색이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사업장이나 기업까지 위험이 전이되어 위험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하여 평가와 시장원리에 기반을 둔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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