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4조 살때, 기관은 7조 '매도 폭탄'…'1월 효과' 사라졌다
기관 투자자들이 올해 국내 증시에서 ‘매도 폭탄’을 퍼붓고 있다. 연초 기대 심리에 증시가 오르는 ‘1월 효과’는 사실상 사라졌다. 코스피는 지난 26일 2478.56으로 마감, 지난해 말 이후 6.7% 내렸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국내 주식을 6조765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4조6313억원, 2조5936억원가량을 사들인 것과 정반대다. 기관 중에서도 증권사 등 금융투자 회사의 순매도액(2조2505억원)이 컸다. 개별 종목으로는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3조4537억원)를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기관의 전체 순매도액의 51%다. SK하이닉스(-2914억원)와 두산로보틱스(-2663억원) 삼성SDS(-1915억원) 삼성생명(-1808억원)도 기관 순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5개 중 3개가 겹친다. 기관이 던진 주식을 개인이 받아낸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관의 매도세가 배당 차익 거래에 따른 것으로 본다. 기관, 특히 금융투자 회사는 통상 연말에 배당 있는 주식을 사들여 배당 권리를 챙긴 뒤, 연초에 다시 파는 경향이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금융투자 회사는 2018~2022년 매년 4분기(10~12월)에 평균 5조3000억원어치의 코스피200 주식을 순매수했고, 2019~2023년 1분기(1~3월)엔 같은 주식을 평균 3조500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올해 기관의 매도 규모가 큰 것도 지난해 11~12월 기관이 사들인 주식이 총 6조7732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 도발 등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고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밀리면서 기관이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기관의 배당 차익 거래 물량은 꽤 소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간 단위로 기관은 지난주 2001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다만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투자는 차익 거래가 많아서 기관 매수·매도세로 시장의 방향성을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배당 투자와 관련된 이슈는 마무리 단계이지만, 시장을 짓누를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용택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데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북한 리스크(위험)도 커질 수 있다”며 “최근 주가가 많이 빠진 만큼 기관이 주식을 더 팔진 않겠지만, 순매수세로 크게 돌아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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