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부도·경매↑' 고금리에 기업·부동산 경고등…올해도 불안

정종훈 2024. 1. 2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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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경기도의 한 주택 밀집지역 모습. 연합뉴스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기업·부동산 등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어음 부도율이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고, 빚을 못 갚아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도 급증했다. 빠른 금리 인하 기대가 옅어진 올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2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어음 부도율은 0.23%로 집계됐다. 2021년 0.07%, 2022년 0.10%에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같은 '기술적 부도'를 제외한 어음 부도율도 2022년 0.06%에서 지난해 0.12%로 2배가 됐다.

가파른 금리 상승, 업황 부진 등으로 기업 자금 사정이 악화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0.6%로 2021·2022년(각 0.3%)의 두 배로 올랐다. 기업의 이자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은 2022년 5.1배에서 지난해 상반기 1.2배로 급락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2배에서 0.2배로 내리막을 탔다. 이자 부담액이 영업이익의 5배에 달하는 셈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문 닫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건수는 지난해 1657건으로 전년(1004건)보다 65% 급증했다. 다만 한은 측은 "기술적 부도를 제외한 어음 부도율은 2010~2019년 평균 부도율(0.14%)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부동산도 금리 부담과 시장 침체에 흔들린다.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부동산이 많이 늘어난 게 대표적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집합건물·건물·토지)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10만5614건으로 2022년(6만5584건) 대비 61% 급증했다. 2014년(12만4253건)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이 가운데 아파트 등 집합건물이 경매에 넘어간 건 3만9059건으로 62% 늘었다. 저금리 시기 거액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영끌족'이 금리 상승으로 이자를 갚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파트 매매는 이미 빠르게 식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거래 중 신고가(이전 최고가보다 높은 매매가로 거래) 비율은 4%로 시장 침체기였던 2013년(6.7%) 이후 가장 낮았다.

정근영 디자이너


여기에다 올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뇌관'이 불거지면서 악재가 늘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개시로 한숨 돌리긴 했지만, 언제든 부실 이슈가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낸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부동산 PF 대출 잔액 규모는 130조원 중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시행사가 토지 매입을 위해 조달하는 브릿지론이 약 30조원, 브릿지론 상환과 건축비용 조달을 위한 본 PF가 약 100조원이다. 특히 2금융권에서 높은 이자를 내고 빌려 쓰는 브릿지론이 위험한 편이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되면 향후 부실 발생 규모는 예상 밖으로 매우 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PF 문제가 경제 전반으로 옮겨가지 않도록 부실 PF 구조조정 등에 속도를 붙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견조한 미국 경기, 물가 고공행진 등으로 조기 금리 인하가 불투명해 기업·부동산의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가 빨리 되기 어려운 만큼 부실 기업·PF 등의 구조조정, 옥석 가리기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살아날 수 있는 기업엔 유동성을 높여 여유자금을 갖게 해주고, 부동산 PF는 최소한 매각 등 재구조화까지 가야 부실을 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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