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번엔 잠수함서 순항미사일 쏜듯..軍 ”신포 인근서 수발 포착”
북한이 28일 동해상에서 순항 미사일 최소 2발을 발사했다. 지난 24일 북한 미사일총국이 “개발 중인 신형 전력 순항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며 ‘불화살-3-31’를 서해 남포항 인근 해상에 발사한 지 나흘 만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연말 “적대적 군사 대비 태세”를 지시한 이후 전방위 미사일 전력 시험에 나선 모양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8시 북한 신포 인근 해상에서 미상의 순항 미사일 수 발이 포착됐다”면서 “한·미 정보 당국은 이를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미국 측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으며, 북한의 추가 징후와 활동을 주시 중”이라고 했다.
합참이 “신포 인근 해상”을 특정해 공개한 것은 이번 시험이 잠수함 발사 순항 미사일(SLCM)일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포항은 북한의 대표적인 잠수함 기지로 꼽힌다.
북한이 SLCM을 쏜 게 맞다면, 지난해 3월 12일 이후 약 10개월 만에 시험한 것이 된다. 북한은 당시 “동해 경포만에서 ‘8.24 영웅함’의 첫 전략 순항미사일 2기를 시험해 수중 대 지상공격 작전태세를 검열 판정했다”며 “1500㎞를 비행해 육상 표적에 명중했다”고 밝혔다. 8.24 영웅함은 2016년 8월 신포 앞바다에서 북한의 첫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1호를 수중 발사했던 잠수함이기도 하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날 발사한 것도 지난해와 유사한 전략 순항미사일 ‘화살’ 계열 미사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00m 미만의 저고도로 장시간 운용하는 순항 미사일은 보통 지상의 고정 목표물을 겨냥하는 데 쓰인다. 그런데 이를 잠수함에 탑재해 수중에서 발사하면, 은밀성과 기습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력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합참과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북한이 나흘 간격으로 동·서로 순항 미사일을 쏜 의도는 ‘플랫폼의 다변화’로 보인다. 같은 순항 미사일이라도 지대지, 함대지, 함대함 등 다양한 형태로 발사해 전방위 공격이 가능하도록 만들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북한이 지난 24일 발사한 신형 전략 순항 미사일 불화살-3-31은 앞서 시험한 화살-1형·2형(사거리 1500㎞~2000㎞)보다는 비행 거리가 짧은 것으로 분석됐는데, 항공 모함과 같은 이동 표적을 염두에 둔 무기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이 지난 19일 국방성 대변인 담화, 28일 조선중앙통신 논평 등에서 한·미·일 3자 해상 훈련(15~17일)을 비난할 때마다 미국의 주력 핵 항모인 칼빈슨함을 콕 집어 거론하는 것과 무관치 않을 수 있다.
진위는 확실치 않지만, 지난해 8월 북한은 압록급 호위함인 경비함 661호에서 ‘화살-2형’ 추정 전략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북한 해군 동해함대 근위 제2수상함 전대를 시찰한 자리였다.
김정은이 지난해 9월 야심차게 공개했지만 ‘프랑켄 잠수함’이라는 비웃음을 샀던 전술핵 공격 잠수함 ‘김군옥 영웅함’이 개량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시운전 중인 것으로 보이는 김군옥 영웅함에서 장거리 전략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전술핵 공격 잠수함의 전력화를 위해 SLCM은 물론 다양한 SLBM의 시험발사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당시 김정은은 직접 진수식에 참여, 로미오급 잠수함 전체를 전술핵 공격 잠수함으로 바꾸겠다며 “해군의 핵무장화”를 강조했다. 김군옥 영웅함은 1800t 로미오급 잠수함을 3000t급으로 늘리면서 4개의 대형 발사관과 6개의 소형 발사관 등 총 10개의 수직발사관(VLS)을 뒀다.
이에 대해 군은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외형 분석 결과 미사일을 탑재하기 위해 함교 등 일부 외형과 크기를 증가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혹평했다. 실제 지나치게 크고 많은 발사관 장착 등 기괴한 외형으로 더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그 사이 김군옥 영웅함의 성능 개량에 진전이 있었다면 이런 대형 발사관은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대형 발사관으로는 전술핵을 탑재한 북극성 계열의 SLBM, 소형 발사관으로는 SLCM을 섞어 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일 잠수함 연구소장은 “북한 잠수함의 핵공격 수단으로 대량파괴(SLBM)와 정밀타격(SLCM)이라는 투 트랙을 갖추게 된다는 의미에서 특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북한이 연이어 해상 발사 능력을 시험하는 건 역으로 순항 미사일 전력의 핵심 기능인 유도 기술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순항 미사일은 통상 지상에서 산악 지형을 정교하게 회피 기동하며 이동하는 게 핵심인데, 이를 확보하지 못해 장애물이 없는 수중 및 해상 발사를 계속 시도하는 것일 수 있어서다. 북한이 불화살-3-31의 발사 때 성공 여부나 상세한 제원을 밝히지 않으면서 “이번 시험이 무기 체계의 부단한 갱신 과정”이라고 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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