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는 집값 급등열차"…들썩이는 평택, 벌써 호가 2억 뛰었다
정부가 지난 25일 ‘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를 열겠다며 대대적인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 구상을 발표하자 정차역 신설 예정지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이들 지역 부동산 시장에선 GTX 사업 계획을 ‘대형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GTX-A노선이 평택까지 연장되면서, 기존 C노선이 지나는 평택시가 이번 계획의 최대 수혜지로 떠올랐다. 28일 평택 지제역 인근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GTX-A 노선 연장을 발표한 직후 주변 아파트 매도 호가가 5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 올랐다”며 “시세보다 싼 급매물에 대한 문의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평택에서 강남까지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평택 학생들의 대치동 학원가 이용도 가능할 것”이라는 등 기대감을 드러내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GTX-D 노선이 시작되는 김포도 대표적인 수혜지로 꼽힌다. 앞서 정부는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안을 발표하고, 김포에 7곳, 인천에 2곳의 정거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5호선 연장 결정으로 교통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GTX-D노선의 밑그림까지 그려지면서, 오랜 침체기를 겪었던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마지막 주 조사(22일 기준)에서 김포 아파트값은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상승(0.04%)했다.
이런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이유는 지하철 등 교통망 개선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지하철 사업 과정에서 계획-착공-준공 등 단계를 차례로 거치면서 세 차례 이상 주변 집값이 들썩인다고 분석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유사 사례를 보면, 지하쳘 연장이 해당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학습효과’도 있다. 이전 집값 상승기(2020~2021년) 때 강남을 관통하는 GTX-A·C노선을 품은 동탄·인덕원·청량리·파주 등의 신축 아파트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에 GTX를 “집값 급등열차”로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 GTX-A노선 동탄역세권인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롯데캐슬’ 전용 102㎥는 지난해 9월 21억원에 거래됐는데, 2017년 분양가는 5억원대였다.
다만 고금리·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집값 상승기 때처럼 가격이 재차 급등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집값 상승기 때와는 달리 정체기 또는 하락기에는 부동산 호재에 조심스럽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워낙 대형 사업이다 보니 실제 개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기존 GTX B·C노선 개통 예상시점은 각각 2030년과 2028년이며, 신설하는 2기 사업(D·E·F)의 경우 1단계 개통 목표 시점이 2035년이다.
또한 정부는 GTX D·E·F 신설 사업에 민간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지만 수도권 외곽을 지나는 E·F노선의 경우 철도 이용 인구가 충분치 않아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민간 재원 확보가 생각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개발 계획 후 착공과 준공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있어 무리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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