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공격이 中엔 호재…미·중 '홍해 위기' 회담, 진전없이 끝났다
예멘 후티 반군이 영국 유조선까지 공격해 홍해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회담에선 후티 문제에 대한 돌파구 마련에 실패했다.
27일(현지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26~27일 태국 방콕에서 만나 후티 문제를 논의했는데 진전 없이 회담이 끝났다.
설리번 보좌관이 왕 부장에게 후티의 후원자인 이란을 압박해줄 것을 주문했지만, 중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활용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는 신호가 없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회담 후 "중국이 이란에 후티 문제를 제기했다고 하지만, 이란을 효과적으로 압박한 바 있는지에 대해 언급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6일 중국이 이란과 후티 문제를 논의하고, 후티를 자제시키지 않으면 양국 무역 관계가 손상될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중국 관리들이 이란과의 무역 관계가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아 중국의 압박이 얼마나 통할지는 알 수 없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중국은 이란 석유 산업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란 경제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재 시장 분석업체 크플러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이 생산한 원유의 90% 이상을 중국 정유사가 구입했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이란산 원유 수출길이 좁아지자, 중국은 큰 폭의 할인을 받고 대량으로 구매해왔다.
중국이 이처럼 홍해 위기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후티의 홍해 공격이 중국 해운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후티가 "중국과 러시아 선박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중국 해운사들은 다른 나라 선박들과 달리 후티 공격을 받지 않고 홍해와 수에즈를 운항할 수 있다고 홍보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중국 하이난에 본사를 둔 차이나 유나이티드 라인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와 중국 항구를 연결하는 홍해 익스프레스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칭다오에 본사가 있는 씨레전드도 중국 해군의 도움으로 홍해를 운항한다며, 이달중 튀르키예~수에즈~홍해를 거쳐 중국으로 연결하는 선박 7척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후티는 홍해에서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 26일엔 홍해와 이어지는 아덴만에서 마셜제도 선적의 영국 유조선 '말린 루안다'에 미사일을 쏴 화물 탱크에서 불이 났다. 사상자는 없었지만 화재를 진압하는데 19시간이나 걸려 다음날에야 항해를 재개했다. 이번 유조선 피습은 지난해 11월 이후 후티의 30여 차례 선박 공격 가운데 가장 큰 피해라고 FT가 전했다.
후티는 그간 주변의 중동 산유국을 자극하거나 환경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유조선 공격을 자제했다. 하지만 이젠 유조선까지 공격하면서 위협 강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미군도 27일 홍해를 겨냥해 발사 준비를 마친 후티 대함 미사일을 폭격해 맞대응하는 등 홍해를 둘러싼 미국과 후티의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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