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 없인 플랫폼 없어”…‘역대급 매출’ 웹툰 산업에 남은 숙제

장수정 2024. 1. 2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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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육성에 치우친 측면 있어…창작자 위한 노력 필”

웹툰 시장의 규모는 최근 5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발표한 ‘2023년 웹툰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웹툰 산업의 매출은 1조 829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실적(1조 5천660억원)보다 16.8% 증가한 수치다.

문체부는 웹툰을 차세대 K-콘텐츠 주자로 꼽으며 만화·웹툰 분야 집중 육성을 위해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체부

최근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을 발표, 만화·웹툰 산업의 진흥과 육성을 위해 지원 조직과 예산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던 것이다. 유 장관은 웹툰 분야에서도 넷플릭스와 같은 세계적 플랫폼을 탄생시키기 위해 관련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 정보를 제공하고 진출 시 컨설팅을 제공하는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만화·웹툰 관련 축제를 개최하고, 시상식을 만들어나가며 웹툰 종주국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외에도 ‘만화·웹툰 인재 아카데미’(가칭) 설립, 웹툰에 특화된 번역가를 양성하는 ‘번역 지원센터’(가칭)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통해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특히 내년 문체부 내 대중문화산업과를 만화웹툰산업과로 개편하고,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만화웹툰산업팀을 신설해 지원 조직을 보강하고, 창작자·업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만화진흥위원회’를 3월 안에 발족하는 등 지원 조직도 강화한다.

최근 흥행하는 영화, 드라마의 원작이 되고 있는 것은 물론, 관련 굿즈들까지 흥하면서 웹툰이 콘텐츠 산업의 핵심인, IP(지식재산권)의 보고가 된 것은 사실이다. 이에 지금의 성장세를 더욱 폭발적으로 이끌 수 있는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에 반가움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여전히 열악한 창작자들의 환경을 개선해 현재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웹툰의 질적 하락을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이어지고 있다. 투자의 규모를 확대해 성장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웹툰 산업의 이면에는 ‘작가들의 수입 감소’라는 그림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1년간 내내 연재한 웹툰 작가의 연 평균 수입은 8840만원, 1년 이내 연재한 경험이 없는 경우는 6476만 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030만 원, 2097만 원 감소한 숫자다. 웹툰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과로는 지난해보다 소폭 완화됐지만, 그럼에도 웹툰 작가들은 일주일 중 5.8일을 창작 활동에 사용했다. 창작하는 날에는 평균 9.5시간을 창작 활동에 쓰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법을 추진 중인 ‘문화산업공정유통법’(문산법)이 창작자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한다는 반응이 이어지는 등 창작자들의 환경 개선 문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문체부는 문화유통사업자(플랫폼)가 문화상품판매자(창작자)에게 지식재산권 양도를 강제하거나, 판매 촉진 비용을 전가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문산법 제정을 적극 추진 중이다. 비용 지급 없이 수정과 보완을 요구하거나 통상 수준보다 지나치게 낮은 대가를 책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지만, 콘텐츠 업계는 법안의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현실과는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판매 촉진 비용 전가 금지 조항은 웹툰·웹소설의 대표적 비즈니스 모델인 ‘매열무’(매일 10시 무료), ‘기다무’(기다리면 무료) 등의 서비스를 대폭 줄어들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는 작가들의 부담을 오히려 키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사실상 작가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표준계약서 개정안은 이미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상황에서, 적용 의무를 강화하는 방식 등 창작자들을 위한 환경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신아 웹툰작가노조 국장은 유 장관이 언급한 내용들은 ‘플랫폼 육성’에 치우쳐져 있다며 웹툰 작가들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선 최저 단가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표준계약서가 있다고 해서 모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표준계약서 활용도 문제지만, 우선 최저 단가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개인의 몫으로 남아있다. 이 경우 근로자들이 어떠한 기준 없이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압박 속에서 과로를 하게 되는 문제들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창작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이 돼야 좋은 콘텐츠가 나오고, 결국 산업이 커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하 국장은 “작가들의 수입이 줄고, 환경이 척박해지면 결국 좋은 작가들의 이탈을 막을 수가 없다. 결국에는 질적인 하락으로 연결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결국 플랫폼도 좋은 콘텐츠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바로 알고 떠난다. 지금처럼 지원금을 투입하거나, 이런 방식으로는 창작자들의 환경적인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은 힘든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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