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번호 인증하기', 잘못 클릭하면 돈 나갑니다

전미경 2024. 1. 2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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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고 유료 서비스에 덜컥 가입, 결국 소비자가 알아서 조심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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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 기자]

▲ 카카오톡 PC 다운로드 화면 휴대폰 번호로 본인인증 보호라는 유료 부가세 광고가 마치 다운로드 절차처럼 보여진다. 다운로드 하려다 무턱대고 클릭하면 1100원이 매달 통신요금에서 청구된다.
ⓒ 전미경
 
모바일보다 PC 카카오톡이 편해서 대화가 길어질 때면 주로 PC를 켜고 카카오톡을 이용한다. 사진을 옮길 때도 모바일에서 내 카톡으로 보낸 뒤 PC에서 다운로드한다. 사진을 보내달라는 <오마이뉴스> 에디터님의 요청에 사진을 보내려 하는데 26일 아침 PC 카카오톡이 갑자기 실행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분명 잘됐는데 계속 에러 메시지가 떴다. 뭔지는 몰라도 일단 삭제하고 다시 카톡을 설치해 보기로 했다.    

카카오톡 다운로드 사이트에 들어가니 대문짝만한 공간을 차지한 휴대폰 인증 문구가 보였다. '요즘은 다운로드 하는데도 인증하는군' 하면서 절차려니 재빨리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확인을 클릭했다. 마음도 급했고 인증은 늘 하는거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문자로 날아온 인증번호를 잽싸게 눌러 마지막 엔터를 눌렀다. 갑자기 싸했다. 인증하면 다운로드 아이콘이 나올 줄 알았는데 우측하단 조그만 글씨로 유료 부가세포함(1100원)이 쓰여있었다. 무심코 덥석 클릭한 동시에 날아온 긴 문자를 요약하면 고객님은 이동전화 제휴서비스 '휴대폰번호보호'에 가입 완료해 매월 청구 될 예정이라는 메시지였다. 
    
아차 싶었다. 클릭을 다시 물릴 수도 없고, 괜히 애꿎은 마우스만 탁탁거렸다. 생각해 보니 지난 몇 달 동안 계속 청구됐던 의문의 금액 1100원. 처음엔 소액이라 그냥 넘겼는데 계속 청구가 되길래 114에 문의 해보니 나도 모르게 어떤 서비스에 가입돼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내가 무턱대고 확인한 인증이 그때 그 의문의 부가서비스가 분명한 듯했다. 
    
재빨리 114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상담원이 바로 해지를 해주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끊었다. 상담 후 보내온 설문조사에도 성실히 임해 매우 만족이라고 체크해 보냈다. 그런데 문득 이렇게 깜박 속는 사람이 나 한 명일까 하는 생각에 카카오톡 다운로드 화면을 다시 한번 열어보았다. 다시 봐도 속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놓은 화면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함정이다.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하는데. 누굴 탓하랴. '휴대폰 번호로 본인인증'이 아닌 '휴대폰 번호로 본인인증 보호'라는 문구에 속지 말자.      

불법이 아니니 그저 유저가 잘 확인하는 수밖에... 천백 원이었으니 다행이지 만약 큰 금액이었다면, 그리고 해지가 안 되는 보이스 피싱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지뢰를 잘 피해야 하는 건 결국 소비자의 몫이다.      

카카오톡을 다시 설치했지만 여전히 똑같은 에러 메시지가 나왔다. 몇 번을 시도하다 컴퓨터 수리 전문가에게 연락했더니 악성코드라고 해서 원격으로 검사하고 수리했다. 4시간 이상이 걸렸지만 원상 복구하지 못했다. 전문가는 "아주 강력한 악성코드 같다"면서 직접 컴퓨터를 손봐야 한다며 만약의 경우 완전 포맷을 시켜야 하니 중요문서를 챙기라고 했다.      

모든 문서를 챙겨야 한다는 말에 겁을 먹고 다른 방법을 찾자는 심정으로 에러 메시지를 그대로 네이버 검색에 넣었다. 그랬더니 어느 블로거의 친절한 답변이 나왔다. 작성된 시간은 불과 몇 시간 전. 줄줄이 달린 감사 인사 댓글을 보니 26일자로 나 같은 사람들이 속출한 듯했다. 카카오톡 고객센터에서 받은 답변에 의하면 윈도우 특정 버전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해결책도 비교적 간단했다. 컴퓨터 전문가에게 해결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문제라는 것이 쉽게 생각하면 쉽게 해결되는 것인데 어렵게만 생각하면 어렵게 꼬이는 것 같다.

익숙한 것도 조심하며 속지 말 것. 그것이 숨겨진 지뢰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백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괜히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허비할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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