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으로 통과된 보험사기방지법 [국회 방청석]
보험사기 알선·권유 등 금지됐지만
형평성 지적에 가중처벌 조항 삭제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재적의원 297인 중 재석 229인, 찬성 229표로 만장일치 가결됐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2020년 처음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10여차례나 관련 법안이 상정됐지만 번번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본회의 통과로 지난 2016년 관련 법이 제정된 지 8년여 만에 첫 개정 작업이 이뤄졌다.
개정안은 이주환·윤창현·이종배·홍석준·강민국·김희곤·윤주경·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홍성국·김한정·윤관석·김병욱·박재호·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16명이 대표 발의한 법률안 대안이다. 최근 보험사기의 적발 금액·인원이 증가하고, 조직적·지능적 보험사기가 빈발함에 따라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보험사기 피해액은 1조81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증가했다. 적발 인원도 10만2679명으로 전년보다 5.2% 늘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오프라인에서 공모자를 물색해 사기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핵심 조항 중 하나로 꼽혔던 ‘가중처벌’ 조항이 지난 1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삭제돼 ‘반쪽짜리’ 개정이 됐다는 평가가 적잖다. 가중처벌이란 보험사기 죄를 저지른 보험업계 종사자에 대해 처벌을 2분의 1 수준 이상으로 가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에는 유죄가 확정되면 명단을 공개하는 ‘명단공개 처벌’ 조항도 삭제됐다.
애초 개정안에는 보험사 임직원뿐 아니라 보험설계사, 손해사정사, 의료기관종사자, 자동차정비업소 등 보험업 관계자가 보험사기에 가담하면 가중처벌하고 명단을 공개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해당 조항은 법의 허점을 잘 아는 보험업계 종사자가 보험사기에 가담해 사기를 지능화·조직화하는 것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장치로 꼽혔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정비업소 종사자 1699명, 보험모집종사자 1585명, 병원종사자 1457명 등이 보험사기에 가담해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1월 8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 담긴 가중처벌이 다른 범죄 처벌과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보험사기를 목적으로 살인한 경우 무기 또는 징역 이상인데 형법상 일반 살인죄가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이라며 “사형이 없어진 상황에서 법체계상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개정안의 실효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효적으로 보험사기를 방지할 수 있으려면 적극적으로 처벌을 가중하고 명단을 공개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경찰 전담 수사조직 편성, 보험사기 적발 우수 성과자 특진 인원(TO) 확대 등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금융보험법연구센터장)은 “보험업무 종사자들이 제도의 맹점을 악용해 사기를 기획하는 경우가 많아진 게 가장 큰 병폐라 가중처벌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개정안에는 빠졌지만 추후 논의될 필요가 있다”며 “전담 수사조직 등 금융당국이 밀접하게 협력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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