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준의 실험' NFT 티켓, 암표 완전히 뿌리 뽑을까

김상화 2024. 1. 2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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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 적용, 부정거래 차단... 디지털 소외층에겐 높아진 장벽

[김상화 기자]

 최근 암표 문제로 공연 예매를 일시 중단한 장범준
ⓒ 현대카드
 
공연, 스포츠 분야에서 암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많은 팬들이 관람하길 원하는 유명 가수의 콘서트,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또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내한 경기처럼 일명 '빅이벤트'로 불리는 입장권은 예매와 동시에 매진되는 게 다반사다. 정식으로 예매할 수 있는 표가 모두 매진되고 나면, 정가보다 훨씬 비싼 금액으로 암표 거래가 횡행한다.

어떻게든 꼭 공연,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판매업자들이 표를 편법으로 예매하고 비싼 값에 되파는 것이다. 이는 예매 문화를 어지럽히고, 많은 관계자들의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문제다. '매크로' 프로그램 같은 불법적 수단까지 동원해 표를 대량 선점하거나, 가짜 티켓 판매 사기극이 벌어지는 등 암표는 콘서트, 스포츠 행사의 근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이를 막기 위해 직접 불법거래 단속에 나선 가수와 소속사가 있는가 하면, 스스로 예매를 중단하고 방법을 마련키로 하는 자구책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NFT 방식의 입장권 발매가 암표 근절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NFT 입장권은 공연, 스포츠 예매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암표 곤욕 치른 장범준, NFT 예매 도입 
 
 2월 개최 예정인 장범준 콘서트. 현대카드와 손잡고 NFT 방식 입장권 판매로 암표 근절을 시도하고 있다
ⓒ 현대카드
 
장범준은 지난 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미 예매된 공연티켓 전부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3일부터 2월 1일까지 개최 예정이었던 소극장 콘서트의 예매였다. 당초 매회 50명 정도의 관객만 입장 가능한 장소에서 한 달가량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5만 원짜리 티켓이 30만 원 이상 비싼 가격으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이같은 결정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장범준은 "추후에 좀 더 공평하고 좋은 방법을 찾아서 다시 공지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범준은 오는 2월 공연에 대해 독특한 방식의 예매 시스템을 도입했다.

장범준은 국내·외 유명 가수 콘서트를 주최, 후원해온 현대카드와 손 잡고 <현대카드 큐레이티드 92 장범준: 소리없는 비가 내린다>라는 이름으로 2월 총 3주에 걸쳐 공연을 진행키로 했다. 그리고 입장권은 전량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티켓'으로 발매하는 파격적인 방식을 도입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NFT'를 활용해, 표를 직접 구매한 본인만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하고 양도와 암표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29일부터 발매가 시작되는 이번 장범준 콘서트는 검증 가능한 난수를 무작위로 생성하는 방식을 거쳐 추첨으로 구매자를 선정한다. 당첨된 팬만이 NFT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을 가한 셈이다.

NFT 기술, 부정 거래 차단의 최적 도구
 
 지난해 열린 현대카드 주최 '다빈치 모텔' 예매에는 NFT 기술이 적용되었다.
ⓒ 현대카드
NFT 티켓에는 기본적으로 위·변조 방지 기술이 적용된다. 입장권 구매 정보가 암호화되어 기록되기 때문에 양도 및 암표 판매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며,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통한 구매 또한 차단할 수 있다.

장범준과 손잡은 현대카드의 경우, 여러 차례 각종 콘서트와 전시회를 개최하며 입장권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판매한 바 있다.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휴대폰에 설치하면 별도의 입장권 발권 및 수령 같은 절차 없이 구매부터 공연, 경기장 입장까지 일사천리로 모든 과정이 진행된다.  

이와 별개로 추첨 형태의 구매자 선정 방식을 활용하면 특정인의 티켓 독식을 막고, 팬들에게 평등하게 구매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이미 NFT 입장권은 코로나 팬데믹 종식 이후 워터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등 각종 페스티벌 행사에도 적용되어서 점차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디지털 소외 계층에겐 또 다른 장벽 우려

암표 차단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예매업계로서는 NFT 입장권 방식을 도입하게 된다면, 그동안의 골칫거리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러한 방식이 점차 보편적으로 확대될 것이라 예상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장년층, 노년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구매 난이도는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트로트 가수들의 콘서트,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처럼 다양한 세대가 입장을 원하는 행사들도 많다. 인터넷 예매도 쉽지 않은 디지털 소외층에게 개념도 복잡한 NFT 티켓 직접 구매는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NFT 관련 상품 구매를 위해선 디지털 월렛(지갑) 서비스도 함께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등 다소 복잡한 절차가 있다.

편리한 키오스크 이용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디지털 소외 현상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여기에 NTF 티켓 예매까지 더해지면, 티켓팅은 역대 최고 난이도로 손꼽히게 될 것이다. 암표 근절이라는 측면에선 분명 환영할만한 수단이지만 반대로 구매 방식의 복잡성은 문화·스포츠 산업에서 세대 간 단절을 더욱 가중시킬 수도 있다. 이를 보완할 방안의 마련도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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