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 제대로 즐길 거라면, 이 산을 빼놓을 수 없다

장순심 2024. 1. 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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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오르면 펼쳐지는 환상적인 그림... 강원 평창 발왕산에 다녀와서

[장순심 기자]

우리나라에서 삼한사온의 전통적인 겨울 날씨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지구온난화나 엘리뇨 등의 영향으로 인한 겨울철 이상 고온과 여름철 이상 한파 등이 빈발하다는 소식도 있다. 이상한 기후 현상은 더 이상 생경한 단어가 아니다. 이쯤 되면 겨울에 눈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감사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올 겨울은 서울에서도 눈이 제법 흩날린다. 남부와 동부 지방에서의 폭설로 인한 사건 사고도 뉴스를 통해 들었지만 내가 사는 경기 부천 지역에서는 아직은 그렇게까지 큰 눈은 없었다. 사고를 떠올리면 걱정스럽지만, 온통 흰 눈에 덮인 풍경이 주는 아름다움은 동화의 세계처럼 환상적이어서 현실의 여러 문제를 잊을 만큼 눈이 멀게 한다.

며칠 전 밴드에서 1주년 기념 앨범이 도착했다는 알람이 왔다. 밴드에 저장된 사진이 때때로 편집된 영상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잔잔한 재미다. 바로 지난겨울 덕유산에 올라 찍은 사진이었다. 온통 눈으로 덮인 정상과 탁 트인 시야, 맑은 하늘 아래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빼어난 자연은 손기술이 없이도 엄청난 화보를 만들어 낸다는 생각을 했다.
 
▲ 발왕산 설경 발왕산은 용평 스키장을 품고 있다.
ⓒ 장순심
올해도 가볼까 싶어 하루 코스의 눈꽃 여행지를 검색하다 강원 평창 발왕산이 눈에 들어왔다. 발왕산은 해발 1458m로 대한민국에서 12번째 높은 산이라고 한다. 발왕산이라는 명칭은 옛날 도승이 이 산에 팔왕(八王)의 묏자리가 있다고 하여 팔왕산이라 불리다가 일제강점기 이후 발행된 지형도에는 발왕산(發旺山)으로 기재됐고 2002년도 다시 발왕산(發王山)으로 변경됐다고 한다.

또한 산악인의 이름을 딴 등산로(엄홍길 코스)로도 유명하다. 시작과 탄생, 성공과 챔피언의 산이자 왕이 태어나는 어머니 산이라고 리플릿에는 소개돼 있었다. 

정상에 도착하자... 상상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우리는 늘 다니던 대로 계획 없이 집을 나섰다. 아침에 출발해서 고속도로를 타고 3시간 만에 도착한 평창군 대관령, 발왕산은 용평 스키장을 품고 있다. 

발왕산 정상은 관광케이블카를 이용해서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온라인으로 발권하면 케이블카 이용료 20퍼센트를 할인받을 수 있다. 미리 예약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당일에 예약하고 바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하니 온라인 예약을 권한다. 

지난해에 갔던 전북 무주 덕유산 케이블카는 오래 줄을 서서 기다린 후에 떠밀리듯 탑승했고 내려올 때는 한 시간 넘게 줄을 서서 겨우 탈 수 있었는데, 이곳은 올라가는 것도 여유롭고 내려오는 것은 더 여유롭다.

 7.4km, 편도 18분의 탑승 시간 동안 눈꽃을 피운 나뭇가지들 사이로 구불구불한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스키어들을 볼 수 있다. 슬로프도 완만하고 안전해 보인다. 북적거리지 않아 즐기는 맛이 있을 것 같았다. 
 
▲ 발왕산 눈꽃 정상에 도착하면 아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 장순심
 
정상에 도착하면 아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풍경이 펼쳐진다. 신비롭고 웅장하며 인간 세상의 아름다움을 초월한 듯한 풍경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러 사람의 입에서 탄성이 터진다. 눈으로 담기에 벅찬 풍경이다. 

먼저 스카이워크는 발왕산의 명물이다. 우리가 간 날은 매섭게 바람이 몰아치는 데다 바닥은 눈과 얼음이 쌓인 빙판에 눈발도 흩날렸다. 아쉽게도 출입금지 팻말이 걸려있었다. 시야는 온통 흐렸다. 집에서 본 영상을 바탕으로 가늠해 보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날 좋을 때 다시 가볼 것을 기약했다.

진짜는 지금부터다. 탑승장을 벗어나면 사진을 찍는 포인트가 곳곳에 잘 꾸며져 있다. 일행끼리 찍을 수 있도록 서로 카메라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중, 3시간을 걸어서 올라왔다는 등산객이 있다. 쉽게 도전하기는 어려운 길이었을 텐데 올라올 때 괜찮았을지 잠깐 궁금했다. 산악인의 포스가 진하게 풍기니 가능할 수 있었겠다고 혼자서만 생각했다.

누군가는 3시간 즐겼는데 나는 고작 20분의 눈호강? 그럴 순 없다. 이곳에서라도 알차게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진다.

모나 파크에서 발왕산 평화봉 정상, 천년주목숲길로 이어지는 길은 영화에서 보았던 그 어떤 풍경보다 뛰어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미 사람들은 설경에 푹 빠져들었다. 모든 나무들이 눈으로 옷을 입었고 상고대의 진수를 보여준다. 넉넉히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고 마음도 흡족해진다.

발왕산 가면 천년주목숲길 꼭 돌아보길
 
▲ 발왕산 천년주목숲길 천년주목숲길로 이어지는 길은 영화의 그 어떤 풍경보다 뛰어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미 사람들은 설경에 푹 빠져들었다.
ⓒ 장순심
 
발왕산 정상의 천년주목숲길도 천천히 돌아볼 것을 권한다. 데크길을 걷는 동안 자동으로 숲길을 안내하는 음성이 나온다. 하나의 몸통에 두 나무가 함께 자란다는 마유목과 속이 텅 빈 참선주목, 뿌리를 뻗은 모양이 왕발처럼 생겼다는 왕발주목 등 상세한 설명이 이어진다.

사실 온통 눈에 덮여 있어서 설명대로의 나무의 특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담긴 의미만큼 벅찬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분명하다. 

눈을 쉽게 볼 수 있는 계절이라지만 눈이 연출하는 진수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1년에 딱 한 번,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라 천천히 눈에 가득 채우기에 딱 적합한 곳으로 추천한다.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곳만의 특별한 눈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느긋한 마음에 하루치의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면, 그들에게만 허락되는 자연의 넉넉함에 절로 감사할 것이며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것이다.

눈길이라서 아이젠을 착용하면 걷기에 훨씬 수월하다. 등산화 정도로도 우리는 무난했다. 올 겨울, 무거운 마음을 던지고 정신이 번쩍 드는 차갑고 쨍한 하얀 세상을 만나보기를 권한다.
 
▲ 발왕산 정상 눈으로 담기에 벅찬 풍경이다.
ⓒ 장순심
 
▲ 발왕산 정상의 상고대 우뚝 솟은 나무의 상고대
ⓒ 장순심
 
▲ 발왕산 눈꽃 신비로운 발왕산 정상의 눈꽃 터널
ⓒ 장순심
 
▲ 발왕산 마유목 하나의 몸통에 두 나무가 함께 자란다는 마유목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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