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해도 떠난다" 또 '전격 사임' 소식...사비 감독, 바르셀로나와 결별 확정

김환 기자 2024. 1. 28. 10: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위르겐 클롭 감독의 사임 소식 이틀 뒤 또다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바르셀로나의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바르셀로나와 결별한다.

사비 감독이 이끄는 바르셀로나는 28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에스타디 올림픽 류이스 콤파니스에서 열린 비야레알과의 2023-24시즌 스페인 라리가 22라운드에서 3-5 역전패했다.

바르셀로나는 비야레알에 두 골을 허용한 뒤 일카이 귄도안의 추격골과 페드리의 동점골에 힘입어 경기 균형을 맞췄다. 이어 상대의 자책골까지 터지며 리드를 가져왔으나 이후 후반 추가시간을 포함해 내리 세 골을 실점하며 3-5 패배를 당했다.


충격적인 역전패였다. 이날 바르셀로나는 7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 경기를 주도했다. 10회의 슈팅 중 7회를 유효슈팅으로 만들어 비야레알을 위협했다. 하지만 수비가 문제였다. 바르셀로나는 상대에게 허용한 유효슈팅 다섯 개가 모두 실점으로 이어지며 패배했다. 선발 출전한 이냐키 페냐 골키퍼는 단 한 개의 슈팅도 선방하지 못했다.

경기 이후 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사비 감독의 사임 소식이었다. 정확히는 사비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바르셀로나를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내용이 팬들에게 충격을 줬다.

사비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즌이 끝나면 바르셀로나를 떠날 것이다. 난 6월 30일이 되면 클럽을 떠난다. 후안 라포르타 회장, 그리고 스태프들과 논의 끝에 결정을 내렸다. 바르셀로나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 결정이 전반적인 상황을 완화시킬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책임감을 느낀다. 며칠 전에 떠나기로 결정했고, 이제 이 사실을 발표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사비 감독의 발언 이후 바르셀로나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사비 감독이 6월 30일 이후 바르셀로나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비 감독은 지금의 결정이 바르셀로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시즌을 끝으로 사비 감독과 동행을 마친다고 발표했다.

바르셀로나는 사비 감독이 구단을 사랑하기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사비 감독은 "난 구단의 문제가 되고 싶지 않다. 2년 전 그랬듯 바르셀로나의 해결책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사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는 가장 큰 이유는 성적 부진이다. 바르셀로나는 현재 승점 44점으로 레알 마드리드와 지로나 FC에 이어 라리가 3위에 위치해 있다. 레알의 승점은 54점, 지로나의 승점은 52점이다. 두 팀이 미끄러지지 않는 이상 바르셀로나가 이번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건 힘들다.

경기력도 좋지 않다. 바르셀로나의 성적을 떠나 이번 시즌 내내 사비 감독의 전술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뚜렷하지 않은 전술 속에서 선수들의 체력만 고갈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바르셀로나는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지만, 사비 감독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은 그대로였다.

타이틀도 놓쳤다. 바르셀로나는 연초에 라이벌 레알과 치른 스페인 슈퍼컵 결승전에서 패배해 우승이 좌절됐다. 이날 바르셀로나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엘 클라시코'에서 굴욕적인 패배까지 당했다. 가뜩이나 성적도 좋지 않은 상황에 컵 대회 결승전에서 열린 엘 클라시코에서 당한 대패는 사비 감독의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사비 감독이 언제나 부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팀을 이끈 건 아니었다. 바르셀로나 감독직 부임 초반에는 여론이 좋았다. 2021-22시즌 도중 바르셀로나 사령탑으로 부임한 사비 감독은 중도 부임인 데다 스쿼드가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레알을 4-0으로 격파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더니 결국 리그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어진 2022-23시즌에는 자유계약(FA) 신분이던 알짜배기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고, 구단의 지원을 받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하피냐, 쥘 쿤데 등 검증된 선수들도 데려와 전력을 강화했다. 여기에 자신의 전술을 더한 사비 감독은 부임 2년차에 바르셀로나를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바르셀로나는 해당 시즌 리그 34라운드에서 조기에 우승을 확정 지었다.

그림도 좋았다. 사비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레전드 출신이다. 바르셀로나 유스인 '라 마시아'에서 배출한 재능으로 현역 시절 커리어 대부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내며 수많은 우승을 차지했다. 중원에서 사비 감독이 보여줬던 탈압박과 패스, 경기 조율 능력은 그가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중심으로 설 수 있도록 했다. 바르셀로나는 사비 감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승 경력도 화려하다. 라리가 우승만 8회, 코파 델 레이 우승 3회,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우승 6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 UEFA 슈퍼컵 우승 2회 등 수많은 우승을 차지했다. 지금까지도 역대 최고의 팀으로 회자되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셀로나 중심에는 사비 감독이 있었다.

구단의 레전드가 감독이 되어 돌아와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그림을 싫어하는 팬은 없다.하지만 로맨스는 지난 시즌까지였다.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더니 결국 시즌 중반에 리그 우승 경쟁에서 뒤쳐지고 말았다. 성적 부진에 책임감을 느낀 사비 감독은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비야레알전 이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사비 감독과 바르셀로나의 동행은 사비 감독의 3년차를 끝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사비 감독이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사비 감독은 만약 이번 시즌 리그나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팀을 떠날 생각이다.

그는 "남은 4개월 동안 모든 것을 바치겠다. 난 리그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직은 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결정은 내려졌다. 바꿀 수 있는 건 없다"라며 우승 여부와는 별개로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는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내비쳤다.


사비 감독의 사임 소식은 클롭 감독에 이어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앞서 리버풀의 클롭 감독은 26일 구단을 통해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리버풀을 떠난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클롭 감독은 리버풀 구단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충격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이 일을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난 이 구단, 도시, 서포터들의 모든 걸 사랑한다. 팀과 스태프도 사랑한다. 하지만 난 내가 이번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내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사임 의사를 전했다.

계속해서 "분명히 지금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 이를 말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지금은 괜찮다. 난 내가 일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없다는 걸 안. 우리가 함께하고 모든 것들을 함께 겪으며 존중과 사랑이 생겼고, 이제 여러분들에게 남은 건 신뢰다"라며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클롭 감독은 리버풀을 떠난 이후 한동안 휴식을 취하며 축구를 떠나 있을 계획이다. 그는 "다른 곳에서 다시 일을 할 거냐고 묻는다면 물론이다. 난 나를 안다. 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1년 간은 다른 구단이나 국가를 맡지 않을 것이다. 불가능하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라고 말했다.

클롭 감독이 프리미어리그(PL)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클롭 감독은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한 것은 리버풀 말고 다른 잉글랜드 구단은 맡지 않을 것이다. 100% 확신한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라며 리버풀 외에는 잉글랜드에서 감독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어 "리버풀에 대한 내 사랑, 사람들에 대한 내 존중은 너무나 크다. 두 번째 팀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가능성도 없다. 리버풀은 내 삶의 일부분이고 가족의 일원이다. 난 여기를 집처럼 느낀다. 다른 팀을 맡을 가능성이 아예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틀 만에 감독 두 명의 사임이 확정됐다. 클롭 감독과 사비 감독의 사임을 시작으로 유럽 축구계에는 감독 연쇄이동이 진행될 게 불가피해졌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클롭 감독과 사비 감독의 사임을 시작으로 감독들의 연쇄이동이 시작될 거라고 내다봤다. 매체는 우선 리버풀이 클롭 감독의 후임으로 바이엘 레버쿠젠의 사비 알론소 감독과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의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을 후보로 뒀다고 설명했다.

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에릭 턴 하흐 감독을 경질할 경우 데 제르비 감독과 토마스 투헬 감독을 후보로 둘 것이라고 했다. 만약 뮌헨이 투헬 감독과 결별하기로 결정한다면 뮌헨은 알론소 감독을 후보 명단에 올릴 것이고, 그렇다면 리버풀의 감독 선임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게다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역시 올해 열리는 2024 UEFA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성적에 따라 사직서를 써야 할 수도 있고, 현재 야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존재 등 감독 대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들은 더 있다.

최근 AS로마를 떠난 조세 무리뉴 감독, 지난 시즌 토트넘 홋스퍼를 끝으로 새 구단을 찾지 않고 있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 전 첼시 감독인 그레이엄 포터 감독의 거취 문제도 감독 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리버풀과 마찬가지로 바르셀로나도 후임 찾기를 시작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바르셀로나가 클롭 감독을 원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클롭 감독이 휴식을 선언한 만큼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Copyright © 엑스포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