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설리번, 中 왕이에 北 무기실험·북러협력 우려 전달”
미국이 26~27일(현지시간) 태국에서 열린 중국과의 고위급 협의에서 북한의 최근 도발과 북러 군사협력에 우려를 제기하며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촉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정치국 위원은 이 기간 방콕에서 만나, 북한 문제를 포함한 지역 현안과 양자 관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27일 전날부터 이틀간 총 12시간에 걸쳐 열린 양측 회동 내용을 설명하는 전화 브리핑에서 “미국은 최근 북한의 무기 테스트와 북러 관계 증진 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도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 이런 우려를 중국에 직접 제기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최근 평양에 파견했다. 이와관련 이 당국자는 "파견 사실을 알고 있다"며 "다음 단계는 쑨 부부장이 돌아올 때 미국 측 대표와 쑨 부부장이 전화통화를 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정상의 외교 책사격인 두 사람이 회동하는 건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었다.
미 백악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각) 이번 회동에 대해 지난해 미·중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전략적인 소통을 유지하고 양국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로 한 합의의 연장선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회동에 대해 “양국 관계의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전략적 소통을 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이날 회동에선 지난 13일 친미·반중 성향 민진당(현 여당)의 라이칭더 후보 승리로 끝난 대만 총통 선거 이후 대만해협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설리번 보좌관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하지만 왕이 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대만 지역 선거는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기본 사실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대만독립’은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가장 큰 위험이고, 미·중 관계의 가장 큰 도전”이라며 “미국 측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3개의 중미 공동 성명(수교 성명 등)을 준수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행동으로 옮기고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은 인공지능(AI) 관련 미·중대화를 개최하는 계획과 오는 30일 미·중 마약 대응 워킹그룹 출범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양측은 이러한 전략적인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통화를 포함해 미·중 간 주요 분야에서 추가적인 고위급 외교와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부연했다.
설리번 보좌관과 왕 부장은 양국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돌파구를 찾는 해결사 역할을 맡아왔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9월 몰타에서 각각 회담을 가졌다. 당시 양국 정상회담, 중국의 러시아 지원 문제, 대만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걸로 전해졌다. 지난해 초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국 영공에 침입해 긴장감이 높아졌을 때도 대화의 물꼬를 텄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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