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단속용 '건보공단 특별경찰권'… 의료계·경찰 "도입 반대"

최태원 2024. 1. 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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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23년 적발된 불법개설기관 1717개 달해
환수 대상 금액 3조3762억원, 환수율 6.92% 그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특별사법경찰권을 얻어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겠다고 밝히자, 의료계와 경찰이 이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 전경.[이미지출처=국민건강보험공단]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를 빌려 불법 운영하는 병원이다. 영리 추구가 목적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은 낮고 과잉진료 가능성이 높다. 의료기관 개설 자체가 불법임에도 건강보험에 진료비를 부당 청구 등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28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된 불법개설기관은 총 1717개소다. 불법개설기관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을 통칭한다. 환수 대상 금액은 무려 3조3762억원에 달하지만, 환수율은 6.92%(2335억원)에 그친다. 지난해에만 64개의 불법개설기관에 252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됐다.

공단은 특사경 제도 도입을 통해 불법개설기관을 근절하겠다는 복안이다. 특사경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 범인과 범죄사실, 증거에 관한 수사 개시와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할 수 있다. 특사경이 도입된다면 다양한 전문 인력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빠르게 수사에 착수해 수사 기간을 3개월 이내로 단축할 수 있고, 조기 압류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공단의 입장이다. 수사가 길어지면 불법을 저지른 이가 증여, 허위 매매 등으로 재산을 은닉해 환수가 실질적으로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공단에 따르면 2014~2022년 기준 수사 의뢰 후 수사 결과 확보에 걸린 기간은 평균 345일, 11.5개월에 달한다. 정기석 공단 이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한 특사경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더욱 강화해 올해 새롭게 구성되는 국회에서는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회도 정춘숙·서영석·김종민·이종배 의원이 공단 임직원에게 불법개설기관에 한해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각자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근거 제시가 미약하고 기대효과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에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소위원회에 계류돼있다.

의료계는 강력 반대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공단 직원에게 특사경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대등해야 할 보험자와 공급자의 관계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도) 의료기관이 공단의 조사 과정에서 갑질을 당하거나 강압적인 조사로 인하여 목숨을 끊는 등의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의료계의 사무장병원 근절 의지는 확고하다"며 "의료기관 개설시 지역 의사단체에 신고를 의무화하여 의료계가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 등에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사무장병원 근절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계약관계인 건보공단과 병원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특사경 권한을 일방적으로 주게 되면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며 "건보공단과 지역의사회가 공동으로 조사위원회 등을 구성해 근절에 나서는 것이 의사회의 정보력도 이용할 수 있는 등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했다.

경찰도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비공무원에 대한 특별사법경찰권 부여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공무원이 특사경 권한을 가진 사례는 금융감독원(불공정거래행위), 민영 교도소(교도소 범죄), 국립공원관리공단(국립공원 내 경범죄), 기장·선장(기내·선내 범죄) 등에 국한된다. 횡령·배임 등 형법 위반 여부에 대한 종합적인 수사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도 반대 이유로 꼽혔다. 공단에 의료인 자격증 불법 대여 관련 수사 전문성과 대표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권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사안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특정 분야를 잘 안다고 법률적인 측면과 수사 윤리 등도 잘 안다고 할 순 없는 것"이라며 "단기적인 교육만으로 보완하기도 어려운 부분이다"고 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도 "특정 분야의 특사경을 인정하다 보면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특사경 권한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특사경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경찰 등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보완책 마련이 가능할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범죄가 다양해지고 전문화되며 모든 분야에서 경찰이 전문성을 쌓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통상의 특사경 수준보다 적은 권한을 주는 제도를 신설, 수사 개시와 적발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 경찰에 수사를 넘기는 방안 등이 고려해봄 직하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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