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중국판 월급루팡, '모위'의 최후

베이징=김현정 2024. 1. 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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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질랜드의 공기업 웰링턴워터에서 근무하는 한 중국인 직원의 행실이 양국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됐다.

지난해 5월 입사한 이 중국인이 자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샤오홍슈에 회사에서 농땡이를 부리는 상황을 공개하면서다.

막 출근했을 때 회사는 거의 비어 있었고, 이미 출근한 직원은 당사자 외엔 한명 뿐이었다.

중국에서는 이처럼 회사에서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과 그 행위를 두고 '모위(摸魚)'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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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질랜드의 공기업 웰링턴워터에서 근무하는 한 중국인 직원의 행실이 양국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됐다. 지난해 5월 입사한 이 중국인이 자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샤오홍슈에 회사에서 농땡이를 부리는 상황을 공개하면서다.

시작은 지난 5일이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그는 '종일 쉬면서 일하지 않기 챌린지를 하겠다. 놀면서 돈 벌기!'라고 샤오홍슈에 올렸다. 이후 실시간으로 상황을 업로드했다. 막 출근했을 때 회사는 거의 비어 있었고, 이미 출근한 직원은 당사자 외엔 한명 뿐이었다.

이 직원은 이메일을 확인하는가 싶더니 "대부분의 회사가 휴가 중이고, 크리스마스 전에 업무를 끝내놨다"면서 "이메일 답장 외에는 할 일이 없는 것 같다"고 공유했다. 회사에는 오전 11시 40분까지 머물렀고, 이후 영화관과 짐(Gym), 세차장에 차례차례 방문했다. 그러고 나서는 "사무실에서는 2시간 반만 머물렀고, 사실상 일한 시간은 제로"라고 전했다.

해당 게시물은 삽시간에 뉴질랜드와 중국 소셜미디어에 퍼져 비판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당신이 노는 사이에, 그 일은 동료가 했을 것"이라고 따졌고, 당사자는 이를 조롱하듯 "2024, 아무 변화가 없어서 일 안 하고 계속 월급을 받았으면"이라고 글을 올려 더욱 대중의 분노를 샀다.

중국에서는 이처럼 회사에서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과 그 행위를 두고 '모위(摸魚)'라고 한다. 사자성어 '훈수이모위(渾水摸魚)'에서 나온 말이다. 물을 휘저어 탁하게 만들어 고기를 정신없게 만든 뒤 손쉽게 잡는다는 뜻으로, '모위'는 당초 크게 힘들이지 않고 이익을 보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께부터 회사에서 농땡이를 피우거나 일을 뒷전으로 두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보다 10년 전인 2011년께 한국에 등장한 '월급루팡'과 쓰임이 일치하는 단어라고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모위'를 일삼던 이 직원은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뉴질랜드 언론까지 이 논란을 다루자 소속 회사인 웰링턴워터가 내부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당 글이 확산하던 시기는 관할 지역이 물 부족과 수질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때였다는데, 가중처벌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청년실업률이 치솟고, 정부가 직접 나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떠들고 있는 중국 현지의 시선도 곱지 않다.

'모위'는 중국의 임금 양극화와 고질적인 야근 등 문제적 노동문화에 대한 항의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선을 넘어버린 '모위' 탓에, 당사자는 유급 대신 무급으로 놀게 생겼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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