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⑨갈라지는 '동탄 표심'…野, 치열한 각축전
'찐명대전' 민주당은 진석범 등 8명 출격
선거구 변수…공천·경선 눈치싸움 치열
'경기 화성을' 동탄신도시의 표심이 술렁이고 있다. 3선 이원욱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제3지대'로 옮겼기 때문이다. 제3지대 신당으로 표를 줄지, 계속 민주당을 지지할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특히 선거구가 '화성정'으로 분구될 가능성이 높아 예비 후보자들 역시 복잡한 셈법을 따져보는 모습이다. 주민들은 '교통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사람 보고 뽑을까, 정당 보고 뽑을까"
지난 24일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호수공원 인근의 한 아파트 단지. 올해로 입주 6년 차를 맞은 이 단지에선 젊은 부모와 미취학·초등학생 자녀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학원 수업을 마친 아들을 데리러 간다는 주부 심모씨(39)는 '지지하는 후보자'를 묻는 말에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난 선거 땐 이원욱 의원을 뽑았는데, 신당을 만든다고 나가지 않았느냐"며 "사람만 보면 합리적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지만 신당이란 게 믿고 지지해줄 만큼 힘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곳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히지만, 18대 총선 때만 해도 보수 진영이 우세했다. 이원욱 의원은 당시 자진해서 험지로 나섰다가 박보환 한나라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이후 화성을 지역위원장을 맡아 지역구 관리에 주력했고, 이 과정에서 당원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화성시에서 '입당 팩스'가 밀려들어 사고로 오인했다는 일화가 있다. 결정적으로 동탄신도시가 완성되면서 젊은 유권자가 크게 늘었고, 이 의원은 19대 총선 때 공천을 받아 21대까지 내리 3선을 지냈다.
野 텃밭 일군 주인공…'현역 프리미엄' 이원욱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정가에선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이원욱 의원의 우세를 점치는 시각이 많다. 이 의원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중앙당 전략공천위원장을 지냈으며 지난 총선 때 64.5%라는 높은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 시의원을 지낸 한 지역 인사는 "여의도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의원을 뽑아야 지역의 중차대한 일을 처리할 때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며 "동탄은 교통 문제를 비롯해 시급한 현안이 많기 때문에 그런 인물이 더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을 상대로 직접 담판을 지어 GTX-A 사업을 성사시킨 점과 '트램 4법' 통과 주도, 동탄인덕원선-1호선 연장 등 주민들이 체감할 만한 성과로 표심을 노릴 계획이다. '동탄인덕원선' '인덕원동탄선' 등 명칭을 놓고 다투던 사안을 '동인선'으로 결론 낸 점은 신도시 주민 특유의 자부심에 호감 요인이다. 지난 26일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동인선 복선전철 1공구 건설 현장을 찾아 동탄지역의 조속한 착공과 솔빛나루역 신설 등을 당부했다.
국회 불자모임 '정각회' 회장을 지내는 등 불교계와 꾸준히 스킨십을 해온 점도 주목할 만한 요인이다. 화성을 지역구에는 조계종 제2교구 본사이자 종단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용주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원욱 의원실 관계자는 "동탄 아이들이 동탄을 자랑스러운 고향으로 삼을 수 있도록 완성해 나가겠다"며 "GTX-A 등 지역을 위해 주력해온 사업들이 22대 국회 때 완성될 예정인 만큼 끝까지 책임지고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치열한 '찐명대전'…지지층에겐 '확실한 어필'
'현역 중진'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민주당'이라는 정당에 대한 강력한 지지세다. 지난 대선 때 화성시에선 이재명 후보(28만 3324표·52.7%)가 윤석열 후보(23만 6055표·43.9%)를 크게 앞질렀다. 신도시의 젊은 세대가 지배적인 화성을 선거구로 좁히면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아니라 당을 보고 뽑는 유권자가 많은 지역'이라는 말도 있다.
민주당에선 차기 후보자를 놓고 혈투가 벌어졌다. ▲김하중 전 국회 입법조사처장 ▲서철모 전 화성시장 ▲오상호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이원혁 더민주전국혁신회의 대변인 ▲장세환 민주당 경기기본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전용기 의원(비례대표) ▲조대현 전 김부겸 국무총리실 민정실장 ▲진석범 이재명 당대표 특별보좌역(이상 가나다순) 등 8명이 출사표를 냈다.
대부분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이력을 내세우고 있어 '찐명대전'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김하중 전 처장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법률특보단장을 역임했고, 이원혁 대변인이 속한 더민주혁신회의는 대표적인 '친명계' 원외 조직이다.
또 오상호 위원은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을 지냈고, 전용기 의원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가결파 색출'에 목소리를 냈다. 진석범 후보자는 이 대표 특별보좌역을 지낸 인사다.
당 안팎에선 이런 행보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지만, 지역에선 확실한 '어필'이 되는 분위기다. 신리천 카페거리에서 만난 한은주씨(37·여)는 "유권자 입장에선 그런 (친명) 관계성이 이재명 체제에서 존재감을 보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준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일행도 "정부의 실정을 멈추려면 당연히 민주당, 이재명과 가까운 후보에게 표를 줘야 한다"고 거들었다.
'친명 존재감' 진석범…'동탄시장' 서철모 출격
진석범 후보자는 이 의원이 탈당하기 전부터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해 '친명 대 비명' 구도를 형성했다. 이재명 대표의 정책 멘토이자, '기본시리즈' 설계자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진 후보자의 후원회장이다. 진 후보자는 사회복지사 출신으로, 대학 교수를 거쳐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 민주당 사회복지특별위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또 화성시 따뜻한 사회연구소 대표, 동탄복지포럼 대표 등을 지내며 지역 활동을 이어 왔다.
진 후보자 측은 교통·돌봄·교육·의료·주거 등 5대 의제를 내세웠다. 동탄신도시를 구성하는 주축인 '젊은 부모'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특히 교통 문제에 있어서는 동인선 신속 착공 및 출입구 추가 신설, 1기 신도시와 동탄역 일대 버스전용차로 신설, 주말 광역·M버스 배차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복지 전문가로서 현장·학계·행정을 두루 거친 경험을 내세워, 생애주기별 맞춤형 돌봄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대체로 당 차원의 총선 공약과 맞물리는 지점이 많다.
진 후보자가 동탄 1신도시 일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면, 2신도시에선 서철모 전 화성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 재선에는 실패했지만, 재임 시절 '동탄시장'이라는 표현이 있었을 정도로 '화성을' 지역구에선 지지도가 낮지 않다는 평이다.
현수막도 찾기 힘든 與…'3연패' 전략공천 대상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텃밭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화성을 지역구 취재 과정에선 즐비한 '파란' 현수막들 속 국민의힘 '빨간' 현수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야권의 강세가 드러난 단적인 예로 풀이된다. 당협위원장도 공석이라, 선거구 조정 이후 본격적인 출마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출마 준비를 마친 예비 후보자는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직능본부 상임고문을 지낸 김형남 화성미래전략연구원장, 김수인 전 화성을 당원협의회 여성위원장, 노예슬 중앙당 청년위 부위원장 등 3명이다. 이들 후보자는 교통 문제를 비롯한 지역 현안으로 표심을 흔들며 분투 중이다.
김형남 원장은 '동탄인덕원선 유치'를 선도한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2011년 12월부터 동탄 전철 추진 비상대책위원회를 설립했고, 시내 읍면동 17곳에서 단체 22곳과 1만 1000여명이 참여한 연대서명부를 받아 박근혜 대선 캠프의 경기 지역 공약에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 소속 시장과 국회의원들이 주민들의 바람을 외면할 때 직접 발로 뛰며 서명부를 만들었다"며 "동탄 전철 추진 비상대책위원회를 설립한 뒤 마련한 '대안노선'은 민관정 및 국토부 협의 과정을 거쳐 기본계획에 모두 반영됐다. '동탄인덕원선을 유치한 김형남'이라고 자신 있게 밝힐 수 있는 이유"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원장은 분당선 연장을 통해 ▲테크노밸리역 ▲청계역 ▲목동역 ▲신리역 ▲호수공원역 ▲남동탄역 등을 추진하겠다며 "동탄 주민들이 엄동설한과 삼복더위를 견디며 버스정류장에 100m 넘게 줄을 서야 하는 고통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화성을 선거구를 '과거 선거에서 세 번 연속 패배' 기준에 따라 전략공천 대상으로 분류한 상황이다. 지역에선 '어부지리 효과'를 노려볼 만하다는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 지역 관계자는 "신당(이원욱 의원)이 진보 색채를 강조하면, 야권 표심이 분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형 변수' 선거구…野 후보자들 '셈법' 복잡
가장 큰 변수는 '선거구 획정'이다. 화성을 지역구는 주변 선거구에서 일부 단위를 묶어 '화성정'으로 분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화성을 선거구는 크게 2개 지역으로 나뉜다. 오산천을 기준으로 서쪽의 동탄 1신도시는 40·50세대의 비율이 높고, 반월동에 삼성전자 나노시티 화성캠퍼스가 있어 주변 지역에서 유입된 주민들이 많다. 동쪽의 동탄 2신도시는 상대적으로 30·40세대의 비중이 높고 롯데백화점·동탄호수공원·테크노밸리 등을 품고 있다. 현재 획정안에 따르면 동탄 1신도시 일대가 '화성정', 동탄 2신도시와 그 주변 지역이 기존의 '화성을'로 조정될 예정이다. 이렇게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제는 공천이다. 민주당은 이원욱 의원의 탈당으로 공석이 된 '화성을'을 전략공천 지역구로 분류했다. 여기에 새로 분구되는 '화성정'까지 신생 지역구라는 이유로 추가 전략공천 대상지가 될지, 그대로 경선을 치르게 할지가 관건이다. 민주당 후보자 일부는 동탄1·동탄2 가운데 한쪽에 전력을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화성을만 전략공천을 주고 화성정에서 경선을 치르게 하면, 화성을에서 밀려난 후보자들까지 화성정으로 대거 합류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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