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더 싸다" 말에 헐값…김 수출 '1조 시대' 해결 법 찾았다 [영상]

최종권 2024. 1. 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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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우 서천김 6차 사업화사업단 단장이 지난 26일 충남 국제 마른김 거래소에서 운영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명품 김을, 헐값에…국제 거래소 필요”


‘K-푸드’ 바람을 타고 김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해외에서 건강식으로 주목받으며 지난해 수출액은 7억9100만 달러(잠정)로 전년보다 22.2% 증가했다. 우리 돈으로 1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김 100장(1속)으로 따진 수량은 8531만 속에서 1억49만 속으로 17.7% 늘었다.

해외 판로가 다양해졌지만, 산지에서 성사되는 수출 계약은 중구난방이다. 국외 바이어가 국내 유통상을 끼고, 김 제조업체를 돌며 물량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바이어는 산지 시세를 훤히 알 수 있지만, 정작 어민이나 제조업체는 상대방이 얼마에 사 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옆집에서 더 싸게 준다”는 말이 통하기 쉬운 ‘수요자 우위’ 구조다. 애써 키운 김을 헐값에 내다 파는 일이 잦았다.

충남 서천에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충남 국제 마른김 거래소’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됐다. 충남도와 서천군은 4억4500만원을 들여 서면 월리 김종합비즈니스센터 안에 김 거래소를 마련하고 지난 22일 개소식을 가졌다. 이날 8개국 30여 명 국제 바이어가 참석해 첫 입찰에 참여했다. 전남 목포 등에 국내 도매상을 위한 김 거래소가 있지만, 국외 바이어를 상대로 한 국제 김 거래소 운영은 서천이 처음이다.
충남 서천군에 있는 김 제조업체에서 건조 중인 마른김. 프리랜서 김성태


김 샘플에 사이즈·중량·생산일 표기


김 거래소는 서천 소재 김 제조업체가 참여한 서천김 6차 사업화사업단이 위탁 운영한다. 바이어가 김 거래소를 방문해 여러 샘플을 확인한 뒤 현장 입찰하는 방식이다. 지난 26일 찾은 마른김 거래소에는 김 샘플 상자 위에 김 규격과 1속당 중량, 생산지, 생산일, 가공업체를 표기해놓은 안내판이 올려져 있었다.

이중우 서천김 6차 사업단장은 “김 색태와 맛, 얼마나 촘촘하게 제조됐는지 등을 종합 검수해 등급 판정을 내린다”며 “바이어가 일일이 가공공장을 찾아다니지 않고 한 자리에서 여러 업체 물량을 확인한 뒤 매입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제조업체는 한 톳당 가격을 다른 업체와 비교해 등급에 맞게 조정할 수 있어 제값에 김을 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천은 서해안을 대표하는 김 주산지다. 마른 김 제조업체가 50개 넘게 있다. 충남에서 생산하는 조미·마른 김이 거의 다 서천에서 나온다. 충남도가 발표한 지난해 충남 조미김 수출액은 1억1640만 달러로 전년 9620만 달러와 비교해 21% 증가했다. 마른김 수출액은 6773만 달러로 전년 대비 22.5% 증가했다.

충남 서천군에 있는 마른김 제조업체에서 직원들이 김을 포장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서천 김 단맛 강해”…충남 수산식품 수출액 90%


조미김과 마른김을 합한 수출액은 충남 수산식품 전체 수출액의 91%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김은 과거 밥반찬 등으로 소비됐으나, 최근 맛김·김자반·김부각·스낵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돼 수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중우 단장은 “김 맛은 원초가 햇빛에 노출되는 정도나 수심, 조수간만 차가 좌우한다”며 “서해안에서 나는 서천 김은 색이 짙고 윤이 많이 나며 단맛이 강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국산 김은 맛이 좋은 데다 저칼로리 건강식품이란 인식이 확산하면서 미국·일본·중국·동남아시아 등 120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2010년 64개국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2022년 기준 한국산 김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6%로 1위다. 김을 ‘바다의 반도체’ ‘검은 황금’이라 부르는 이유다. 충남도 수산물유통가공팀 박기석 주무관은 “마른김은 중국과 미국에 절반 이상을 수출했으나, 한류 문화가 확산하면서 밥 문화가 있는 동남아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서천=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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