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한동훈 갈등' 진원지 마포…여당 무덤이 각축장 변했다, 왜

김효성 2024. 1.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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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을 앞두고 서울 ‘한강 벨트’에 속한 마포가 국민의힘의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포갑·을은 19~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내리 3연패를 한 험지지만 22대 총선에 도전하겠다는 여권 출마자가 몰리고 있어서다.

26일 현재 국민의힘 소속으로 마포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했거나 출마 선언을 마친 사람은 전북 남원-임실-순창에서 지역구를 옮긴 이용호 의원, 시대전환 출신 조정훈 의원, 비례대표인 최승재 의원 등 현역 의원만 3명이다. 거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신지호 전 의원까지 더해 4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마포을은 직전까지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김성동 전 의원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천(私薦) 논란’을 일으킨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경쟁하는 상태다. 바로 옆 지역구인 서대문갑·을에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출신 출마자가 없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마포갑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왼쪽)과 조정훈 의원. 연합뉴스


민주당 현역이 지키고 있는 마포가 인기있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마포갑·을에서 노웅래·정청래 의원은 각각 4선, 3선을 할 만큼 조직 기반이 강하다. 하지만 노 의원은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빈틈이 생겼고, 정 의원은 ‘야당 거물급’ 인사라 여당 입장에선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4년 전과는 달라진 유권자 지형도 여권 출마자에겐 매력적이다. 서울의 전직 당협위원장은 “최근 5~7년 사이 마포갑에 속한 마포역과 공덕역 인근, 마포을에 포함된 합정역 주변이 교통 요지가 되면서 지역 내 개발 이슈 관심이 커졌다”며 “특히 마포갑의 경우 15억원대 이상의 고가 아파트가 몰린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한 축이 되면서 중산층이 많이 유입됐다”고 말했다. 여권 입장에선 과거에 비해 싸울 만한 곳이 된 셈이다.

최근 마포는 ‘윤·한 갈등’의 진원지로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한동훈 위원장이 김경율 위원을 ‘마포을 정청래 대적수’로 내세웠는데, 마침 그날 김 위원이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서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교해 여권 주류의 강한 반발을 샀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해온 김 위원에 대해 대통령실이 사천 문제를 꺼내들며 여권 수뇌부의 충돌로 이어진 것이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 부위원장인 신지호(오른쪽)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 DMC 타워에서 열린 제11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은 마포갑으로도 번졌다. 지난 19일 이용호 의원은 SBS 라디오에 나와 “김 여사로선 ‘몰카 공작’이 억울하겠지만, 국민이 원하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잘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정훈 의원도 같은 날 YTN 라디오에서 “일반 국민이 사기 어려운 (고가의) 가방을 이렇게 주고받았다는 사실에 대해서 국민에게 충분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18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일”(19일)이라고 하자 이에 호응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23일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만나 갈등이 봉합되자 이들의 입장도 바뀌었다. 이용호 의원은 23일 MBC 라디오에서 “국민이 (김 여사가 함정에 빠진) 사정을 다 알게 됐는데, 이 시점에서 (김 여사가) 사과하는 게 의미가 있겠느냐”고 했고, 조정훈 의원도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억울한 부분을 국민에게 말씀하시면 진심은 통할 것”이라고 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들과 달리 신지호 전 의원은 윤·한 갈등 국면에서 민감한 현안에 다소 거리를 뒀다. 신 전 의원은 “여권이 자칫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말을 보태는 게 당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자제했다”며 “다른 사람들이 공중전을 펴는 동안 새벽 인사를 하며 마포 속으로 더 파고 들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출신인 최승재 의원도 지난 25일 MBC 라디오에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정책으로) 소상공인의 분노는 거의 폭동 직전이라고 할 수 있다”며 “행정부에서 잘못된 정책이 일방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말하는 등 민생 정책을 강조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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