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젤리 달고 사는데… '운동' 열심히 하면 당뇨병 안 걸릴까?
디저트 먹방을 주로 올리는 한 인플루언서가 라이브 방송에서 한 말이다. 최근 '단맛'을 찾는 인플루언서들의 활보가 눈에 띈다. 탕후루, 망고사고 등 다양한 디저트 유행을 선두에서 이끈 이들은 매일 5~6가지 단 음식을 한 번에 먹는 게시물을 올린다. 색깔별, 국가별, 편의점별로 콘셉트를 정해 먹기도 하고,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진한 단맛이 느껴질 정도. '당'이 몸에 안 좋다고 잘 알려졌다 보니, 댓글 창에선 심심치 않게 "○○님, 당뇨병 걸릴 것 같아요", "정말 건강 걱정돼요 괜찮으세요?" 등 인플루언서 건강을 걱정하는 글도 올라오곤 한다. 어떤 인플루언서는 실제로 검사를 받고 결과를 올리기까지 했다. 정말 이들의 건강은 괜찮은 걸까?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걸까?
◇단 음식 먹어도 근육량 많고 열량 제때 소모하면 괜찮아
운동을 열심히 하면 당뇨병 발병률을 낮출 수 있는 건 맞다. 단 음식이 당뇨병으로 이어지는 기전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된다. 먼저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혈당 지수가 급격하게 치솟는 일명 '혈당 스파이크' 현상이 나타난다. 이때 우리 몸은 항상성 유지를 위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췌장에 강한 신호를 보낸다.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이은정 교수는 "혈당 스파이크가 자주 반복되면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혹사돼, 인슐린 분비능력이 떨어진다"며 "혈당을 낮출 수 있는 호르몬이 잘 만들어지지 않으니 당뇨병 발병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단 음식은 특히 복부 내장지방을 쉽게 찌우는데, 내장지방은 인슐린이 분비돼도 세포에 기능하지 못하도록 하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 단 음식에 많은 정제 탄수화물은 에너지를 내는 연료로, 다 사용되지 못하면 중성지방으로 바뀐 후 복부 내장지방으로 저장된다.
운동을 하면 두 가지 기전 모두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먼저 단 음식을 먹어 몸에 축적된 연료를 태울 수 있다. 중성지방이 남지 않으니 내장지방도 안 생겨,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지 않는다. 또 운동을 열심히 해 근육이 많아지면 혈당 스파이크도 막을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내과 김병준 교수는 "근육은 우리가 먹는 당분을 저장하는 창고다"라며 "근육량이 늘면 당 저장 창고가 늘어나 혈액 속에 돌아다니는 당분의 양을 줄여 혈당 수치가 크게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운동량 유지 어려워
다만 단 음식을 먹어도 운동을 열심히 해서 당뇨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근육량이 충분히 많다'라는 전제가 먼저 깔려있어야 한다. 이은정 교수는 "근육량이 부족한 사람이 단 음식을 먹으면 먹자마자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 췌장세포에 부하가 걸린다"며 "이걸 막으려면 단 음식을 먹자마자 운동해 혈중 포도당을 사용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혹여 근육량이 많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단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 사람보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더 크다. 김병준 교수는 "단 음식은 뇌의 보상회로를 돌려, 쉽게 중독된다"며 "단당류 음식을 찾는 식습관은 나이가 들어도 잘 변하지 않는데, 점점 근육량이 줄고 운동량은 유지하기 힘들어지면서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인플루언서 개인 문제 아니야… 사회 건강 해쳐
더 큰 문제는 인플루언서가 미치는 영향력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탕후루' 열풍의 시작은 인플루언서들이었다. 키위트렌드리포트 설문조사에서 성인 남녀 2555명이 꼽은 탕후루 유행 이유 1위가 유튜버, 인플루언서 홍보(43%)였다.
탕후루를 시작으로 식품업계의 인플루언서 이용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취재 결과 캐나다설탕협회에서는 벌써 설탕과 관련한 비디오 게시글을 올리도록 최소 12명의 공인된 영양사에게 돈을 지불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영양사들은 아이스크림과 땅콩버터를 먹는 모습을 보이며 "설탕 음식을 거부하는 것은 갈증만 더할 뿐"이라고 하거나 핼러윈 때 받아오는 초콜릿, 사탕 등을 먹을 만큼 제공하는 것이 자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모에게 조언하는 영상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언서 개인보다도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병준 교수는 "어린이는 근육량이 성인보다 적어 혈당 스파이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데다가, 어릴 때 단 음식을 먹는 습관이 붙으면 향후 당뇨병은 물론 비만, 대사질환 등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며 "게다가 대부분 10대 학생은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므로 계속해서 단 음식을 먹는 인플루언서 영상에 노출되는 건 매우 안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은주 교수는 "소아는 단당류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걸 더 조심해야 한다"며 "어릴 때 당뇨병에 걸리면 유병 기간이 길어져 예후가 안 좋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마라탕후루' 좋아하는 아이들 VS 키 걱정하는 엄마들
- 탕후루 대신 ‘전통 디저트’ 금귤정과? 당류 함량 비교해보니…
- 이제는 ‘이것’마저 탕후루로… 당류 괜찮을까?
- 요즘 인기 '탕후루' 먹다가… 치아 손상 주의해야
- 한미약품, SITC서 면역조절 항암 신약 ‘HM16390’ 연구 결과 발표
- '260g'으로 태어난 '예랑이' 건강하게 퇴원… 세상에서 14번째로 작게 태어나
- 대웅 ‘나보타’, 유한 ‘렉라자’… 식약처,재심사 종료 예정 약 공개
- 2살 여아, 여행 중 “복통·출혈·시력저하”… 결국 ‘이 병’ 판명, 원인 뭐였나?
- 43kg 고민시, 평소 ‘이 음식’ 챙겨 먹는다 밝혀… 다이어트 효과 톡톡?
- 유방암 수술, 그 후 이야기… 검사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