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한마디에 ‘온탕’ 월러 한마디에 ‘냉탕’ [US REPORT]
미국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질 거라는 전망이 힘을 얻자 원홧값 하락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존 대비 훨씬 비둘기(통화 완화)적 발언을 쏟아내 시장 관심을 집중시켰다. 당시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가 이번 긴축 사이클의 고점이거나 고점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음을 시사했다.
이를 연준의 ‘대대적인 통화 정책 기조 완화’로 해석한 시장은 올해 금리 인하 횟수를 대폭 늘려 전망하기 시작했다. 연준 의원들이 적정 금리가 어느 정도가 돼야 할지 체크한 점도표 중위값에는 올해 금리 인하 횟수가 3번으로 찍혀 있지만 시장은 6번가량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기대에 달러값은 빠르게 떨어졌다. 파월 발언 직후 원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300원 밑으로 내려가며 안정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파월의 발언을 맹신한 시장이 지난해 뉴욕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리자 연준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파월이 지나치게 완화적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흘려 시장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것. 증시에 불어닥친 훈풍이 소비 심리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더 끈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왔다.
이에 뉴욕, 클리블랜드, 댈러스의 연은 총재들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들은 입을 모아 “아직 금리 인상 가능성이 끝난 게 아니다. 금리 인하가 이뤄지려면 훨씬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금리 인하 시점은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잡으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제기한 것이다. 시장이 파월 의장의 발언을 확대 해석해 너무 앞서갔다는 취지였다.
결국 눈길은 지난 1월 16일(현지 시간) 열린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입으로 쏠렸다. 연준 대표 매파 중 하나로 분류되는 그는 지난해 11월 “인플레이션이 예측대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비둘기적인 발언을 내놓으며 시장 이목을 끈 바 있다. 만약 그가 이번에도 비둘기적인 발언을 이어가면 시장은 금리 조기 인하 카드를 여전히 살려둘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월러 이사 발언은 지난번과는 사뭇 달라졌다. 그는 “금리 인하는 체계적이고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이번 사이클에선 과거처럼 신속히 움직이거나 급하게 금리를 낮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못 박았다. 조기 금리 인하를 바라는 시장 입장에서는 마지막 기댈 언덕이 사라진 것이다.
월러 이사 발언 직후 외환 시장에서는 강달러 움직임이 거셌다. 1월 1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344.2원에 마감해 전 거래일보다 12.4원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 종가가 134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1월 2일(1342.9원)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처음이다. 시장이 미국 금리 조기 인하 가능성을 내려놓고 다시 강달러에 베팅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점도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높이고 있다. 홍해 수에즈운하 일대에서 미국이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자 중동 지역 불안이 커졌다. 북한은 지난 1월 14일 올해 첫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은 안전자산 수요를 높여 달러값 상승의 배경이 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4호 (2024.01.24~2024.01.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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