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옥 매입…오피스 시장은 회복 중?
# 패션 기업 F&F는 오는 8월 준공될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포인트 강남’을 지난해 말 마스턴투자운용으로부터 매입했다. 매매 대금은 3436억2216만원.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4200만원이다.
# 게임 회사 크래프톤은 성동구 성수동1가 메가박스 본사 건물인 ‘메가박스 스퀘어’를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5일 2435억원에 매입했다. 수인분당선 서울숲역과 가까운 이 빌딩은 지하 5층~지상 8층, 연면적 2만4388.35㎡ 규모다.
# 침구 업체 알레르망은 지난해 말 강남구에 있는 ‘T412빌딩’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지하 6층~지상 19층, 연면적 2만6388.79㎡ 규모의 이 빌딩은 2018년 한화자산운용이 1905억원에 사들였던 매물이다. 알레르망은 3.3㎡당 4150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동안 움츠러들었던 상업·업무용 부동산 시장 거래량이 지난해 말에는 2개월 연속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빌딩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커지며 거래가 회복하는 모습이다. 다만 소액대 빌딩에 거래가 집중돼 전체 거래 금액은 줄어들었다.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침체된 가운데 고금리 기조는 장기화되는 등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올해 빌딩 거래 시장 향방에 시선이 모인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량은 1144건으로 10월(1088건) 대비 5.1% 증가했다. 9월(1053건)부터 2개월째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유지한 모습이다.
전국적으로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가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총 거래 금액은 2조4128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월(10월 2조9625억원)과 비교하면 18.6%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최고가를 기록한 서울 신천동 삼성SDS타워가 10월에 8500억원에 거래된 데 따른 기저 효과도 있지만 부동산 시장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2년 같은 기간 거래량(915건), 거래 금액(2조3691억원)과 비교하면 지난해 11월 거래량은 25%, 거래 금액은 1.8% 증가한 수준이다.
거래 금액대별로 살펴보면, 50억원 미만 빌딩의 거래 비중이 무려 92.8%가량을 차지하며 상대적으로 금액대가 낮은 빌딩에 거래가 집중됐다.
조금 더 세분화해보면 10억원 미만 빌딩은 전체의 약 62.15%(711건)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10억원 이상~50억원 미만 빌딩 거래는 351건으로 전체 거래의 30.68%를 차지했다.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 규모 빌딩 거래는 38건으로 약 3.3%를,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빌딩 거래는 34건으로 약 3%의 비중을 차지했다. 300억원, 혹은 그보다 비싼 빌딩은 11월 한 달 동안 10건 매매됐으며 전체 거래량의 약 0.9%를 차지했다.
시도별로 전국에서 거래가 가장 많았던 곳은 경기도(247건, 21.5%)였다. 이어 서울이 139건, 경북 99건, 부산 81건, 경남 79건 순으로 나타났다. 거래 금액으로는 서울이 1조1868억원으로 가장 큰 거래 규모를 기록했으며 뒤이어 경기 4144억원, 부산 1818억원, 인천 755억원, 대구 676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자본환원율 3.6% → 4.2% ‘쑥’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가 증가한 데는 이유가 있다. 고금리 여파로 지난해 오피스 거래 가격이 하락하면서 오피스 투자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업무용 부동산(오피스) 자본환원율(캡레이트)은 2022년 3.6%에서 지난해 4.2% 수준으로 뛰었다. 자본환원율은 부동산 투자를 통해 거두는 1년 수익률을 뜻한다. 이 자본환원율이 올랐다는 것은 오피스 수익률이 전년보다 좋아졌다는 의미다.
여기서 오피스 수익률이 높아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서울을 중심으로 오피스 공실률이 낮아졌다.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오피스 시장 공실률은 평균 2.8%였다. 서울 권역별로 나눠 살펴봐도 ▲CBD(도심권) 2.8% ▲GBD(강남권) 2.3% ▲YBD(여의도권) 3.3% ▲서울 기타 권역 2.8% ▲BBD(분당권) 0.8% 수준이다. 서울 모든 권역과 분당 업무지구까지 자연공실률(통상 5% 안팎) 이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공실률이 낮다는 것은 오피스 수요가 충분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탄탄한 수요가 유지된 덕분에 임대료가 덩달아 올랐다.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오피스 평균 월 명목임대료는 3.3㎡당 8만9500원이고 ▲CBD 10만4000원 ▲GBD 9만7000원 ▲YBD 8만7000원 ▲서울 기타 권역 6만2000원 ▲BBD 6만9000원 수준이다. 서울 전체로 놓고 보면 직전 10년간 연평균 2.5%씩 상승했고, 직전 3년을 기준으로 평균을 내면 매년 4.8%씩 뛰었다.
반면 오피스 가격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서울 지역 오피스 3.3㎡당 거래 가격은 2022년 2667만원에서 지난해 2544만원까지 내렸다. 2015년 이후 줄곧 오름세였던 오피스 가격이 8년여 만에 하락 전환한 것. 정리하면 매입 가격은 낮아지고 임대료는 오르면서 오피스 자본환원율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F&F, 크래프톤, 알레르망처럼 지난해 말쯤부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사옥 매입에 나서기 시작한 것도 오피스 투자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 3대 권역 A급 오피스 시장은 활발한 임차 수요에 비해 신규 공급이 극히 제한적”이라며 “임차 가능한 공간이 점차 줄고 임대료도 가파르게 올라 기업들이 사옥 확보를 목적으로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피스 거래·투자 규모 늘어날 것”
오피스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시장에서는 올해도 거래 규모가 계속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시장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데다 오피스 임대차 시장이 견조한 만큼 투자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젠스타메이트는 지난해 12월 말 발간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오피스는 공실률이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2024년은 서울 마곡 지역을 제외하면 오피스 공급 규모가 크지 않아 2026년까지 임대료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오피스 시장이 본격적인 활황세에 접어들었다는 시장 기대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젠스타메이트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 기대감 등으로 오피스 중심으로 거래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아직까지는 활황으로 보기 어렵고 ‘상대적 안전자산’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분석했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가 금융권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로 시장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한 투자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4호 (2024.01.24~2024.01.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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