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의 최후통첩 "특별법 거부하면 정권 안위 걱정해야 할 것"
[김화빈 기자]
▲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원내 야4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사회·노동단체들이 총집결해 27일 오후 4시께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부 규탄 10.29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대회'를 열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거부하는 순간, 정부가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이고, 그 범죄를 보호한 게 대통령임을 자인한 것입니다. 특별법을 거부한다면 진심으로 정권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이주영씨 아버지)
27일 오후 4시께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원내 야4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사회·노동단체들이 집결했다.
이들은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즉각 공포하라'고 적힌 손팻말과 펼침막을 들고 "제한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남발하는 윤 대통령을 규탄한다"며 "다음주 화요일(30일)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대규모 집회 등 행동으로 맞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프레스센터 앞에서 출발해 광화문 사거리 → 종각 → 종로2가 → 을지로2가 → 을지로 1가를 거쳐 서울광장분향소로 행진했다. 행진 인파 바로 옆 신호를 대기하던 버스에 탄 한 시민은 긴 행렬에 놀란 듯 힐끔 쳐다봤다. 유족들을 향해 "빨갱이"라며 악다구니를 쓰는 극우성향 유튜버들 훼방에 눈살을 찌푸린 시민들도 보였다.
대책위는 <오마이뉴스>에 "1500명에서 2000명 정도 참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현주(고 김의진씨 어머니)씨는 행진 선두에 있는 차량에 올라 "159명의 별들이 얼마나 존귀한지 알지 못하는 우매한, 찬란한 미래를 무참히 짓밟은 불의의 세력들 앞에 도대체 우리가 얼마나 참아야 하냐"며 절규했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너 없는 456일을 견디는 이 지옥 같은 삶을 마감하고 네게 갈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삶이 아깝지 않다. 그러나 너의 억울한 한을 반드시 풀어줘야 하지 않겠니. 그때까지만 기다려다오." - 임현주씨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부여잡은 임씨는 "대통령님, '특검을 거부하는 그자가 범인'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사랑하는 자식들을 잃고 통곡하며 오열하며 사는 부모들의 슬픔에 공감해 주시고, 그날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이태원 특별법을 공보해 달라"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호소했다.
"대결 정치 일삼는 대통령, 유족도 '적'으로 규정"
▲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원내 야4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사회·노동단체들이 총집결해 27일 오후 4시께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부 규탄 10.29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대회'를 열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원내 야4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사회·노동단체들이 총집결해 27일 오후 4시께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부 규탄 10.29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대회'를 열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앞서 이들은 오후 3시께 프레스센터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대회'를 열었다.
대통령 거부권 시사를 지탄하고자 삭발했던 머리를 드러낸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대결과 혐오의 정치를 하며 유가족조차 적으로 규정하고 대립구도를 세우고 있다"며 "여당은 용산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의 입법을 포기하고 국회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 쌍특검법(대장동 50억클럽 특검·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통령은 여당의 재의요구권 건의를 기다렸다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공식처럼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참사 1주기까지 가장 많은 보도를 했던 곳이 KBS인데 박민 사장이 부임한 뒤로 그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라며 "우리들은 최근에 몸으로 절실히 언론장악을 느끼고 있는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은 노동자를 보호하는 노란봉투법은 경제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양곡관리법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쌍특검법은 총선용 여론조작과 국정혼란을 핑계로 다 거부했다"며 "참으로 뻔뻔하고 억지스러운 변명에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고 꼬집었다.
더해 "이제 이 (거부권) 공식에 이태원 특별법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어떤 핑계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정부가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만약 거부한다면, 유족들은 국민과 함께 이 정권을 심판하게 될 것임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야4당 한 목소리 "대통령 결단하라"... 총선 심판 경고도
▲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원내 야4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사회·노동단체들이 총집결해 27일 오후 4시께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부 규탄 10.29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대회'를 열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야4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이날 대회에 참석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움직임을 규탄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대통령을 언제까지 참고 견뎌야 하냐"며 "윤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지 10~20년은 된 것 같고, 하루가 한 달 같다"고 말했다.
고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통과시키던 그날 많은 국민들께서 지켜보셨지만, 그 자리에 무겁게 내리깔렸던 침묵을 기억한다"며 "이 법을 통과시키면 대통령이 '즉각 검토할 것'이라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것(거부권)을 현실로 목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앞에 수없이 많은 분이 (대통령 거부권에) 짓밟혔다. 간호사와 농민들이 그랬고 언론인들이 그랬다"며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을 뿐 국민의 눈빛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는 용광로를 만드는 데 민주당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죽어간 159명의 사람이 도대체 왜 죽었는지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기에 우리는 엄동설한에 미세먼지를 감당하며 서 있다"며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 유족, 시민, 야당 모두 특별법 제정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말하다가 울컥해 했다.
장 의원은 "이제는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 진실을 두려워하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우리가 대통령을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강성희 진보당 원내대표도 "언제까지 매주 화요일 국무회의가 열릴 때마다 대통령이 법을 거부할 것인지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하겠나"라며 "4월 10일(22대 국회의원 선거 날)을 온 국민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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