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고집 '후폭풍' 우려…경고 변수만큼 걱정되는 '체력 부담' [아시안컵]
김명석 2024. 1. 27. 18:03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 여정에 또 다른 변수가 찾아왔다. 이제는 지면 탈락인 토너먼트 승부에서 체력적인 부담이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플랜A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데다, 지난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조차 사실상 최정예가 가동됐던 여파가 토너먼트에서 몰아칠 수도 있는 것이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시안컵 16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앞서 조별리그 E조 2위, 사우디아라비아는 F조 1위로 각각 통과해 16강 맞대결이 성사됐다.
우승후보 일본이 E조 2위에 처지면서 16강 한일전 성사 가능성이 컸지만, 한국마저 조 2위에 그치는 바람에 한일전은 결승에서나 가능할 수 있게 됐다. 대신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의 16강 상대가 됐다. 지난해 9월 평가전에서 클린스만호가 1-0으로 승리했던 팀이자 클린스만호 출범 이후 6경기 만에 거둔 첫 승의 상대이기도 했다. 역대전적은 5승 8무 5패로 팽팽하다.
지난 조별리그에선 두 차례나 실수를 범하고도 16강에 올랐다면, 이제는 지면 탈락 그대로 귀국길에 올라야 한다. 앞서 한국은 바레인과 1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둔 뒤 요르단과 2-2, 말레이시아와 3-3으로 잇따라 비겼다. 득점은 대부분 데드볼 상황에서 나왔고, 수비는 전력 차와 무관하게 허무하게 무너졌다.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인 역량도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우승에 대한 기대감보다 조기 탈락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별리그 내내 변수로 떠올랐던 ‘경고 트러블’은 8강까지 계속 유효하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뿐만 아니라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이재성(마인츠05) 등 무려 8명이 경고 트러블에 걸려 있다. 16강에서 경고를 받으면 8강, 8강에서 받으면 4강에 각각 징계로 나설 수 없다. 8강전이 모두 끝난 뒤에도 경고 누적 횟수가 1장인 선수들의 경고 기록만 삭제된다.
뿐만 아니다. 닷새 간격으로 열렸던 조별리그와 달리 토너먼트는 빠듯한 일정으로 치러진다. 한국의 경우 결승까지 진출한다는 전제 하에 3~4일 간격으로 최대 4경기를 치러야 한다. 31일 오전 1시 사우디아라비아전, 내달 3일 오전 0시 30분 8강전, 7일 오전 0시 준결승, 11일 오전 0시 결승을 치르는 일정이다. 그야말로 빠듯한 일정이다.
조별리그와 달리 빠듯해진 일정은 클린스만호엔 최대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클린스만 감독의 플랜A, 특히 핵심 선수들의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손흥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이미 앞선 조별리그 3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조규성(미트윌란) 설영우(울산 HD) 이재성, 황인범도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했다. 필드 플레이어 10명 중 무려 7명이 조별리그 1~3차전 모두 선발로 나선 상황. 교체 아웃을 통해 일부 숨을 고르긴 했으나 피로도는 누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로테이션이 필요했던 말레이시아와 최종전마저 사실상 최정예를 가동한 여파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전부터 경고 트러블에 걸린 선수들은 물론 조별리그 2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주축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과 김민재·이강인 등 핵심 선수들을 보란 듯이 선발로 내세웠다. 일찌감치 승기를 잡고 이들을 교체로 빼겠다는 계산이었겠지만 경기가 꼬여버리는 바람에 이도저도 아닌 결과가 나왔다. 말레이시아전마저 풀타임을 소화했거나 풀타임에 준하는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피로도가 쌓인 채 토너먼트를 치러야 한다.
당장 16강전부터 체력적인 열세 속에 치러야 한다.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숨을 골랐다. 조별리그 2차전 키르기스스탄전과 최종전 태국전에서 선발 11명 중 무려 9명이나 변화를 주는 로테이션을 가동했기 때문이다. 16강전 등 토너먼트에 대비한 전략 중 하나였는데, 비단 사우디아라비아뿐만 아니라 일본 등 16강이 확정됐거나 유력했던 다른 팀들의 선택 역시 다르지 않았다. 결국 토너먼트 첫판부터 한국은 체력 부담을 안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 토너먼트에선 심지어 30분의 연장전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럼에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8강 이상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누적된 여파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8강전이 체력적으로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치른 뒤 사흘 만에 치러야 하는 반면, 한국의 상대가 될 호주 또는 인도네시아는 이틀이나 더 쉬기 때문이다. 호주와 인도네시아는 오는 28일 오후 8시 30분에 대회 16강전의 서막을 올린 뒤 한국-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 팀과 겨룬다. 객관적인 전력상 호주가 8강에 오를 가능성이 큰데, 체력적으로 한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보다 이틀이나 숨을 고를 여유가 있다.
결국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던 지난 말레이시아전을 비롯해 부임 후 줄곧 플랜 A만을 고집했던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도 이번 토너먼트를 통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설상가상 16강부터는 주전 의존도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토너먼트 내내 선수들의 체력 부담과 경기력 저하, 심지어 부상 우려까지 배제할 수 없다. 결국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클린스만 감독의 자신감 넘치는 목표 달성을 위해선 스스로 만든 변수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우승에 실패하면, 그 책임 역시 클린스만 감독에게 있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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