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도 실수"→"2024시즌 중요"…'괴물투수' 사사키-지바 롯데, 캠프 앞두고 '극적 화해'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있던 일본프로야구(NPB) '괴물투수' 사사키 로키와 소속팀 지바 롯데 마린스가 합의점을 찾았다.
'풀카운트', '스포니치 아넥스'를 비롯한 일본 언론은 26일 "지바 롯데와 사사키가 연봉 계약에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며칠 내로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사사키는 이튿날인 27일 구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20년 지바 롯데에 입단한 사사키는 일찌감치 스카우트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고교 시절부터 160km/h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면서 남다른 재능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소속팀은 물론이고 일본 대표팀 마운드의 한 축을 맡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다만 사사키는 프로 데뷔 첫 해였던 2020년 단 1경기도 소화하지 않았고 이듬해에는 11경기 63⅓이닝 3승 2패 평균자책점 2.27로 시즌을 마쳤다. 2022년과 지난해 성적은 각각 20경기 129⅓이닝 9승 4패 평균자책점 2.02, 15경기 91이닝 7승 4패 평균자책점 1.78.
사사키는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에도 재능을 뽐냈다. 2022년 4월 오릭스 버팔로스를 상대로 9이닝 19탈삼진 무실점으로 NPB 최연소 퍼펙트게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해당 경기에서 13타자 연속 삼진이라는 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국제대회에서도 존재감을 빛낸 사사키는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경기(선발) 동안 7⅔이닝 1승 평균자책점 3.52의 성적을 남기면서 일본 대표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그런 사사키에게 고민이 한 가지 있었다면, 바로 '내구성'이었다. 사사키는 프로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구단 차원에서 선수를 관리해준 부분도 있지만, 사사키는 손가락 물집과 옆구리 통증 등 크고 작은 부상을 떠안았다. 한 시즌을 완전히 치를 수 있을 정도로 몸 상태를 만들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사키와 지바 롯데의 갈등이 시작된 건 2023시즌 이후였다. 사사키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지바 롯데 구단에 전달했다. 당연히 구단으로선 좋은 반응을 내놓을 리가 없다. 요시이 마사토 지바 롯데 감독은 "현 구단에 은혜를 갚고 미국에 진출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사사키의 요구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미일프로야구 협정에 따르면, 만 25세 이전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일본인 선수는 마이너리그 계약만 체결할 수 있다. 계약을 맺더라도 선수가 받을 수 있는 계약금은 최대 575만 달러(약 77억원)에 불과하며, 원소속구단이 받는 이적료도 최대 144만 달러(약 19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2001년생' 사사키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 현지에서는 사사키의 도전 의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구단의 반대와 싸늘한 여론에도 뜻을 굽히지 않은 사사키는 결국 해를 넘길 때까지 도장을 찍지 않았다. 프로 데뷔 이후 사사키의 연봉협상이 연내로 마무리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또한 사사키가 지난 25일 일본프로야구 선수회에서 탈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 야구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리그에서 뛰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선수회에 가입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사키의 결정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결국 사사키는 26일 2024시즌 연봉 계약을 매듭지으면서 한 발 물러섰다. 스포니치 아넥스에 따르면, 액수가 공개되진 않았으나 양 측은 8000만엔(약 7억 2300만원)에서 1억엔(약 9억 400만원) 사이의 금액에 연봉 계약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마츠모토 나오키 지바 롯데 마린스 본부장은 "언론에서 사사키가 이기적이고 팀을 망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사키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구단 측의 잘못도 있었다. 사사키가 제멋대로 행동한 게 아니었다"며 "빅리그 도전에 대해선 선수 측과 입단 초부터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갑자기 미국에 가겠다고 했던 건 아니다"고 밝혔다.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사사키는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게 쉽지 않았다. 가장 먼저 팬들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올 시즌 연봉에 만족한다.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늘 팀과 소통했다. 에이전트를 통해 협상이 이뤄졌고, 구단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지난해 부상 때문에 계획대로 시즌을 치르지 못했던 만큼 당장 2024시즌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는 올 시즌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팀이 이기고 더 나은 시즌을 보낼 수 있도록 팀을 보태고 싶다"고 강조했다. 빅리그에 대한 꿈을 잠시 접어두고 2024시즌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비시즌 대형 계약을 따낸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뿐만 아니라 올겨울 빅리그에 진출한 야마모토 요시노부(다저스), 마쓰이 유키(샌디에이고) 등 많은 일본인 선수들이 빅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선배들을 보고 자란 사사키도 꿈을 키워나간 것인데, 현실적인 상황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해하기 어려웠다.
사사키는 "일본 대표팀의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고, 야구를 더 발전시키고 싶었다"며 오타니, 다르빗슈를 통해 영감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모두 훌륭한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일단 사사키는 급한 불을 껐다. 그는 "구체적인 수치를 정하기는 어렵지만, 커리어 하이를 목표로 삼아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선발투수로서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소화해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더 큰 꿈을 꾸는 사사키가 2024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까.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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