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1st] "의심하는 자를 확신하는 자로"…'노멀원' 클롭이 리버풀에 남긴 특별한 발자취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우리는 의심하는 자를 확신하는 자로 바꿔야 한다."
위르겐 클롭 감독의 리버풀 취임 기자회견은 흔히 '노멀 원(Normal One,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당시 주제 무리뉴 감독의 '스페셜 원(Special One, 특별한 사람)'과 같이 자기 스스로를 소개해줄 수 있냐는 말에 꺼낸 단어로, 이후 클롭 감독을 상징하는 별명이 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클롭의 리버풀을 상징하는 문구는 따로 있었다. 클롭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의심하는 자를 확신하는 자로 바꿔야 한다"며 리버풀이 다시금 승리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을 주면 해낼 것이라며 4년 안에 우승컵을 들지 못하면 스위스로 떠나겠다는 또 다른 유명한 어록도 남겼다.
당시 리버풀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오랫동안 허덕이고 있었다. 2013-2014시즌을 제외하면 직전 6시즌 최종 리그 순위가 6위 위로 올라간 적이 없었다. 한때 유럽을 호령했던 잉글랜드 명문은 그대로 몰락의 길을 걷는 듯했고, 다시금 재건되리라는 믿음도 시나브로 희미해져 갔다.
클롭 감독은 천천히 의심을 믿음으로 바꿔나갔다. 호베르투 피르미누, 조던 헨더슨, 제임스 밀너 등 기존 자원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것으로 잠재력을 이끌어냈다. 사디오 마네, 모하메드 살라, 버질 판다이크, 알리송 베케르 등 향후 주축이 될 선수들을 수급했다.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로 대표되는 유망주 발굴에도 적극적이었다.
리버풀도 서서히 발전했다. 리그 성적이 향상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진출했을 뿐만 아니라 그 당시 클롭 감독의 시그니처와도 같았던 게겐프레싱이 성공적으로 정착됐다. 2017-2018시즌 UCL 준우승 이후에는 게겐프레싱 일변도에서 구역 단위 압박과 4-4-2 수비 전형을 혼합시킨 변화로 잉글랜드 축구 일정에 적합한 팀 전술 체계가 완성됐다.
클롭 감독은 2018-2019시즌 리버풀에 UCL 우승을 선사하며 4년 안에 우승컵을 들어올리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지켰다. 이후 UEFA 슈퍼컵, 클럽 월드컵,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카라바오컵(리그컵), FA컵에서 차례로 우승하며 잉글랜드 팀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메이저 트로피를 획득했다.
클롭 감독은 리버풀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으로 변모시켰다. 이는 클롭 감독 부임 이후 리그 순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즌 도중에 왔던 2015-2016시즌을 제외하면 리버풀은 단 한 차례도 5위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클롭 감독이 오기 전 6시즌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단적인 예시로는 2015-2016시즌 보루시아도르트문트와 UEFA 유로파리그 8강전 합계 5-4 역전승, 2018-2019시즌 바르셀로나와 UCL 4강전 합계 4-3 역전승이 있다. 이 두 경기는 안필드의 기적으로 불리며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또한 2020-2021시즌 센터백 줄부상에 중하위권까지 떨어진 성적을 끝내 리그 3위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 사이 리버풀 구단도 전체적으로 성장했다. 건전한 재정 상황을 수립하고 관중석을 증축했으며, 오랜 전통이 깃든 훈련장을 떠나 새로운 훈련장을 마련했다. 가진 자원으로 최상의 결과를 끌어내는 클롭 감독과 함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지난 시즌 부침에도 리버풀은 클롭 감독에 확신을 가졌다. 2022-2023시즌 리버풀은 시즌 중반까지 이어진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리그를 5위로 마감했다. 2016-2017시즌 이후 처음으로 UCL 진출에 실패한 시즌이었다. 클롭 감독도 '다른 감독이었으면 진작에 잘렸을 것'이라며 자조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리버풀 수뇌부와 팬들은 클롭 감독에게 끝없는 신뢰를 줬고, 올 시즌 현재까지 리그 1위를 달리며 리빌딩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줬다.
어쩌면 클롭 감독이 떠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수도 있다. 클롭 감독은 도르트문트를 떠날 당시 팀에서 자신의 존재가 너무 커지는 걸 사임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이번 리버풀 사임 인터뷰에서도 "누구도 나를 경질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에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했다"며 자신이 팀의 지속적인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더이상 끼치지 못할 거라 내다봤다.
클롭 감독은 사임 인터뷰 말미에 "우리는 리버풀이고, 더 어려운 일들도 함께 겪었다. 팬들은 나보다 먼저 힘든 일들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함께 힘을 내보자. 분명 멋진 일일 것이다. 남은 시즌 모든 걸 짜내고 미래를 돌아볼 때 또 다른 웃을 일을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이제 클롭 감독의 말을 모두가 믿는다.
클롭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발언을 갈무리하며 "처음 왔을 때보다 떠날 때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클롭 감독이 처음 리버풀에 왔을 때는 도르트문트에서 성과를 이어갈 거란 기대감과 잉글랜드 무대에서는 어려울 거란 의구심이 공존했다.
클롭 감독이 리버풀을 떠나기로 결정한 지금은 그가 리버풀을 부활시킨 결정적인 존재이자 영웅이었음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클롭 감독은 의심하는 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주며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순간들을 선사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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