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휴대전화 압수하면 그만? '금지'는 교육이 아니다

임정훈 2024. 1. 2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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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 인권위 권고 무시하면서 학생에게 교칙 강요, 맞지 않다

[임정훈 기자]

 교실
ⓒ elements.envato
 
'교실서 스마트폰 수거 말라? 인권위, 학교 현실 너무 모른다'라는 제목의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고 반론 삼아 쓴다. 최근 충남(폐지)과 서울, 경기 등에서 폐지 논란이 일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와 무관하지 않고 뒷걸음질 치며 퇴행하는 학교 현실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안타깝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국가인권위)가 생긴 이후 학교에서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압수)와 사용에 관한 숱한 권고는 한결 같았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압수)하지 말고 소지를 허용하되 수업 시간 등의 사용 여부를 학교 구성원이 논의하여 결정하라는 취지이다. 그러니까 수업 시간에는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일부 학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조례 시간에 일괄 수거(압수)하여 종례 시간에 돌려주는 것을 교칙으로 삼고 있어 학생들과 계속 갈등을 겪고 있다.

위 기사에서는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할 수 없도록 한 학생인권조례나 이와 동일한 내용의 국가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학교 현실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공교육 기관인 학교가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 권고 불수용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학교가 학생의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내팽개치는 몹시 위태로운 일을 저질렀는데도 이를 두고 국가인권위가 학교 현실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교칙 안 따르면 벌점-징계... 정상적인 교육일까

국가인권위는 정말 휴대전화를 둘러싼 학교 현실을 모를까. 10여 년 이상 학생 휴대전화 관련 국가인권위 진정 접수가 수십 건에 이른다. 그 때마다 국가인권위는 이를 조사하여 교육부-교육청-단위 학교에 교칙 개정 권고를 해왔다.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니 휴대전화 관련한 학교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국가인권위이다. 국가인권위는 많은 학교들이 권고를 무시하고 휴대전화 소지(압수) 금지 교칙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이러한 국가인권위 권고를 학교가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학생들만 잘 모르고 있을 뿐.

국가인권위 권고 '불수용'의 의미는 단순한 무시나 부정이 아니다. 법률과 조례의 부정과 거부에 버금가는 일이다. 학교는 법률과 조례, 국가인권위 권고 등을 마음껏 어기면서 학생한테는 휴대전화 수거(압수) 교칙을 따르라고 강요하고 따르지 않으면 벌점을 주거나 징계한다. 이것이 정상적인 교육일까. 학교부터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휴대전화 수거 금지, 소지 허용은 교육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도 이미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 공문으로 시행한 내용이다. 새로운 게 아니다. 단위 학교에서 휴대전화 소지 자체를 금지하지 말고 강제 수거-압수하는 교칙 조항을 개정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학생인권조례에도 같은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휴대전화 수거의 법률적 근거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 '학교 규칙 기재사항'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사용"이라는 문구에 있었다. 현재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던 2012년 3월부터 시행한 것이다. 이 시행령 이전에는 해당 조항이 없었다. 2010년 경기도학생인권조례의 등장으로 적극적인 학생 인권 보장 조치가 생기자 이를 방어하려고 시행령을 고친 것이었다.

그러나 2020년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사용"이라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문구는 삭제되었다. 이로써 휴대전화 소지 금지와 강제 수거의 법률적 근거가 사라졌다. 학생들의 기본권을 제한하기보다는 보장하는 방향으로 교칙을 개정하라는 게 입법 취지였다. 이러한 것들을 모두 무시한 학교의 폭력과 횡포가 국가인권위 권고 '불수용'이다.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금지-압수-강제하면 그만?
 
 스마트폰
ⓒ 픽사베이
 
국가인권위 자료를 살펴보니, 지난해와 올해 1월(2023.01.01.~2024.01.25)에 걸쳐 휴대전화 소지 제한-압수 교칙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한 학교는 모두 8곳이다. 매우 이례적이고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2024.01.23. 중학교 1개), 광주(2024.01.05. 고등학교 1개), 서울(2023.12.29. 중학교 1개), 대구(2023.10.11. 중학교 1개), 대구(2023.10.06. 고등학교 1개), 대구(2023.03.22. 고등학교 3개) 순이다. 국가인권위 권고 불수용 학교가 가장 많은 지역은 대구이다.

이들 8개 중·고교들은 국가인권위 권고가 강제력이 없고 수용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국가기관의 권고를 무시했다. 물론 각 학교마다 거의 동일한 나름의 이유를 밝히고 있기는 하다. 그 가운데에서 광주 ㄱ고등학교와 부산 ㄴ중학교의 불수용 이유를 먼저 좀 살펴보자.

광주 ㄱ고등학교는 지난해 교권침해 논란의 과정에서 탄생한 교육부 고시 제2023-28호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근거로 들어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 고시에서는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라고 했는데, ㄱ고교는 이를 수업 중 휴대전화 '소지 금지'로 왜곡했다. 이를 근거로 삼아 국가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한 것이다. 처음부터 국가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다고 봐도 좋을 듯싶다.

부산 ㄴ중학교는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 전면 제한 교칙 개정 권고 불수용 이유로 4가지를 들었다. ① 면학 분위기 조성 ② 사이버 범죄 예방 ③ 교권 보호 ④ 학생의 자율 관리 역량 부족한 상황에서 강제 규제도 교육 수단이 그것이다. 학교에서 학생의 휴대전화를 수거하여 소지를 전면 제한하면 이 4가지가 해결된다는 것일까. 특히 "④ 학생의 자율 관리 역량 부족한 상황에서 강제 규제도 교육 수단"이라는 학교 측 주장은 낯 뜨겁다. 학생들의 휴대전화 강제 수거(압수)도 교육이라니. 학교민주주의와 민주시민교육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학교들의 국가인권위 권고 불수용의 당당함과 이를 국가인권위가 학교 현실을 모른다면 옹호하는 위 기사에는 학생이라는 인간에 대한 권리(인권) 의식 결여와 부재, 방향 잃은 시민교육의 갈짓자 걸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위 기사에서 말하는 '학교 현실'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학교가 마음대로 압수하거나 소지와 사용을 강제로 금지하는 것? 그러면서 정작 학교는 헌법과 법률, 조례를 위반하고 국가인권위 권고를 무시하며 오로지 학생들에게만 교칙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 학교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금지하고 압수하고 강제하면 그만인가? 교육이란 무엇인가? 이런 의문들이 끝없이 솟는다.

교육은 금지 아닌 '가능하게' 하는 것

서부원 기자는 위 기사에서 학교 축제와 체육대회에서 학생들이 스마트 폰에 몰입해 축제도 체육대회도 정상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처럼 설명했다. 물론 몇몇 그런 학생도 있다. 하지만 학교 축제에서 무대에 오른 친구들과 자신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가며 서로 즐기고, 손전등 기능을 이용하여 불빛을 반짝이며 함께 멋진 장면을 연출하는 더 많은 학생들의 멋진 모습은 보지 못했나 보다. 체육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휴대전화는 학생들이 기꺼이 체육대회를 더욱 즐겁게 누리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급 단체톡(반톡)을 이용해 갑작스러운 일과 시간표 변경이나 교실 이동 등의 긴급한 전달사항을 실시간으로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소통하는 일도 휴대전화 소지 금지로는 불가능하다.

부디 금지 만능의 학교교육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금지는 교육이 아니다. 휴대전화 소지 금지, 강제 수거가 아니라 수업 시간에는 전원을 끄도록 교육하는 데 좀 더 집중을 해보면 어떨까. 사실 그동안 학교는 금지하고 처벌만 했다. 수업 중에는 휴대전화를 끄도록 학생들의 삶이 변화할 수 있는 '교육'이라는 걸 제대로 한 적이 있었던가 짚어볼 일이다. 교육은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니 말이다.

끝으로 어른들이 인정할 것이 하나 더 있다. 학생들에게 휴대전화는 이미 한 몸인 존재라는 사실이다. 이른바 '테크놀로지와 공생하는 하이브리드 세대'. 덮어놓고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을 제한하고 억압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20세기 교사(어른)가 21세기의 학생들에게 20세기처럼 살라고 강요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은 다른 존재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마크 프랜스키의 책에서 문장 하나를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20세기에 태어난 교사들은 지금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을 자신이 기억하는 과거의 학생들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학생들은 나날이 더 많은 장소와 사례에서 테크놀로지와 공생하는 강력한 하이브리드형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 마크 프랜스키 Marc Prensky, <세상에 없던 아이들이 온다>, 122쪽, 한문화,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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