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이 물었다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려면..."

월간 옥이네 2024. 1. 2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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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도밍고 '장거리 전화' 북토크 현장서 나온 질의응답... "자녀들 자랑스러워할 이유 충분"

[월간 옥이네]

 <장거리 전화> 북토크 현장
ⓒ 월간 옥이네
 
[이전기사]
요양원 할머니 돌보는 필리핀 엄마, 그 딸이 쓸 수밖에 없었던 책 https://omn.kr/2784m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도밍고씨 개인의 경험을 비롯해 정책 제언 등 폭넓은 내용의 이야기가 오갔다. 특히 이날 현장에 함께한 옥천 결혼이주여성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질문도 다수 쏟아졌다. 

-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주배경 가정이나 이주배경 청소년에 필요한 정책 혹은 공동체 지원에 대한 제언이 있다면.

"어렸을 때 제 주변에 필리핀 커뮤니티가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 나라의 언어를 배우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인데요. 물론 저는 독일어를 모국어로 하지만 필리핀 말을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었다면, 필리핀 커뮤니티 안에서 제 또래 친구들과 함께 배울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 결혼이주여성들 역시 자녀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은데요. 내 삶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미야코씨)

"단순히 제 입장에서만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을 만들기로 마음먹은 것은 제 스스로 자랑스러워지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미 저 자체가 그 일부이기도 하니까요. 저처럼 두 개의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들이 더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자녀들은 더 자랑스러워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 이주민인 어머니에게 실망한 적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누엔티투이씨) 

"어릴 때는 엄마와 함께 외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엄마와 함께 가면 인종차별을 많이 당했으니까요. 그런 불쾌한 경험이 많다 보니 '금발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성장해서 이런 작업을 하게 되면서, 좀 더 넓은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제 생각도 변했지만요. 저는 이 작업을 통해 자기 해방의 느낌을 얻기도 합니다." 

- 우리 아이는 베트남어를 가르쳐 주려고 하면 싫어하는데요, 그 이유가 궁금해요. 작가님의 경험은 어떠셨나요. (버 응억 헌씨)

"저도 어릴 때 필리핀에 대해 전혀 알고 싶지 않았어요. 앞서 말한 것처럼 안 좋은 경험(인종차별)이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엄마 나라 말과 문화를 잘 몰라서 더 거부감이 컸던 거 같아요. 이런 문제를 개인의 것으로 볼 게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문제, 정치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식민지 역사를 공부하면서 이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백인 사회에 나를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게 큰 전환점이었어요. 지금은 독일 내에 필리핀 네트워크가 생겨 저와 같은 2세대 혹은 1세대 이민자들을 만나며 저 자신을 찾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고요.

어릴 적 제가 나쁜 행동을 하거나 못되게 굴면 저희 어머니는 '너 정말 독일인 같다'고 하셨는데요(웃음). 그런 '전복'도 필요할 거 같고요."
 
 한 북토크 참가자의 모습
ⓒ 월간 옥이네
 
[출판사 미니인터뷰]
"다양한 온도를 전하는 출판과 문화 기획 기대해주세요" 
- 문화온도 씨도씨 이제경 대표

책 <장거리 전화>를 펴낸 문화온도 씨도씨는 다양한 할머니들의 삶과 꿈을 담은 <할머니 체조대회>(이제경 저), 9살 어린이 함마드의 시선을 통해 평화와 희망을 전하는 <함마드와 올리브 할아버지>(한지혜, 정이채 저) 등 주류의 시선이 아닌 남다른 관점으로 다양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전하는 출판사다. 2020년 6월 설립해 출판과 전시 기획 등 문화 콘텐츠로 '다른 이야기'를 던지는 문화온도 씨도씨 이제경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문화온도 씨도씨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처음부터 책을 통해 독자를 만나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어요. 책을 만들거나 사회복지사로 일하거나 그림책 관련 활동을 하던 네 사람(양윤정, 김성애, 안선영, 이제경)이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문화 활동을 해보자며 모이게 됐던 게 시작이었죠. 그러면서 자연스레 책을 만드는 활동으로 이어졌고요."

- 문화온도 씨도씨의 '씨'가 문화(컬쳐, Culture)의 시(C)라고 들었는데요. 이름의 의미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적당한 온도로만 유지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이 안에서 다른 온도를 느끼거나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렇다면 그 다양한 온도를 문화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다들 20도를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굳이 20도에 뭔가를 얹을 필요는 없으니, 0도부터 100도까지 다양한 온도를 표현해보자고요."

- 사회적 의미가 깊은 책들을 계속 내는 것도 그런 차원인가요?

"딱히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해보자고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세상을 드러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죠. 아무래도 문화온도 씨도씨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여성이라 보다 여성적인 시선, 좀 더 섬세한 관점과 젠더 의식이 반영되는 듯합니다."
 
 문화온도 씨도씨 이제경 대표
ⓒ 월간 옥이네
 

- 지난해 연말 옥천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책 <장거리 전화> 북토크를 진행했는데요. 북토크를 기획하게 된 계기와 소회가 궁금합니다.

"사실 이 책은 저희가 찾은 책이 아니라 저희를 '찾아온' 책인데요. 책의 번역가인 추영롱 선생님이 <함마드와 올리브 할아버지>를 보고 <장거리 전화> 한국 출간을 제안해주셨어요. 이번 북토크 역시 마침 셰리 도밍고 작가님이 한국에 올 일정이 생기면서 운 좋게 기획하게 됐고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 그 현장에 있는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이주여성과 돌봄노동자를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가졌고 한국의 그림책 작가, 그래픽노블 작가들과 함께하는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총 6회 진행했는데, 한 회 한 회 모두 각각의 색깔로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였어요. 진행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웃음) 무척 행복했습니다."

- 공간을 중심으로 한 문화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고요.

"저희와 뜻이 맞는 분들과 함께 '어 사이트 48-4'(A SITE 48-4, 서울시 광진구 천호대로 112길 48-4)라는 공간을 함께 꾸리게 됐어요. 갤러리와 이탈리안 식당, 또 저희 출판사가 함께하는 공간인데 이곳에서 다양한 문화 기획을 해나가려 해요. 지역에서 문화 공간을 함께 만들고 같이 재밌게 놀아보자는 취지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새해 계획도 전해주세요.

"저희 책 <함마드와 올리브 할아버지>가 올해 북스타트 코리아의 꾸러미 도서 목록에 선정됐어요. 관심 있으신 대상자 분들이 계시면 신청해 보시면 좋겠습니다(웃음).

 저희가 기존에 출판한 책들을 기반으로 북토크나 전시 등 문화 활동을 계속 이어가려해요. 또 덴마크 작가의 그림책 <황금고슴도치> 출간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 외에 3권의 책 출간도 계획 중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온도를 전하는 책들을 계속 만들어 가겠습니다."

월간옥이네 통권 79호(2024년 1월호)
글·사진 박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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