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의 상향 평준화... 중동 강세-약소국들의 발전
[박시인 기자]
▲ 한국 vs 말레이시아 경기 장면. 왼쪽 손흥민, 오른쪽 할림 |
ⓒ 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쳐 |
중동 모래 바람이 거세다. 중동 개최이라는 이점 때문일까. 지난 12일 카타르에서 개막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일정이 모두 종료된 가운데 중동 팀들의 초강세와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은 동아시아의 한일 부진이 눈에 띈다. 중앙 아시아, 동남 아시아 국가들의 발전으로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중동 초강세... 9개국 16강 진출
기존 16개국에서 24개국 체제로 확대된 뒤 두 번째 대회다. 지난 2019년부터 24개국이 4개 팀씩 6개 조를 이뤄 조별리그를 치르고 있다. 상위 1, 2위가 16강에 직행하고, 각 조 3위에 오른 상위 4개국도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오른다.
이번 대회에서는 개최국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카타르를 비롯해 11개의 중동 국가가 본선에 참가, 이 가운에 무려 9개팀이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2019 아시안컵보다 1팀이 더 늘었다.
중동 초강세의 이유는 카타르와 근거리에 위치해있다는 점과 비슷한 문화, 익숙한 기후, 많은 관중들의 성원에 힘입은 결과다.
개최국 카타르는 아피프(3골)을 앞세워 A조 3전 전승으로 가장 먼저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C조의 우승후보 이란도 승점 9를 확보하며 가뿐하게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1, 2차전까지 잠잠했던 타레미와 아즈문이 UAE와의 최종전에서 각각 2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살아난 것은 고무적이다. 벤투 감독의 UAE도 이란에 이어 C조 2위를 차지했다.
D조에서는 이라크의 약진이 돋보였다. 우승 후보 1순위로 평가받는 일본을 2-1로 격파하며, 이번 대회 최고 이변을 연출했다. 5골로 득점 단독선두에 올라있는 아이멘 후세인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다.
E조는 바레인이 한국과의 1차전에서 패한 뒤 말레이시아, 요르단을 차례로 제압하고 깜짝 1위를 차지해 16강 고지를 점했다. F조 사우디 아라비아도 2승 1무를 기록하며 무난하게 토너먼트에 올랐다.
B조의 시리아, E조의 요르단은 와일드카드로 16강행 열차에 탑승했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진출한 오만과 레바논은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동아시아 국가의 부진
대회 개막을 앞두고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동아시아의 한국과 일본이 꼽혔다. 두 팀은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16강 진출 국가이자 아시안컵에서도 각각 2회, 4회 우승을 기록한 바 있다. 1년 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나란히 16강에 진출하며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높였다. 포르투갈, 독일, 스페인 등 강호들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그러나 1년 뒤 한일 양국의 부진은 예상 밖의 결과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로 대회를 준비한 한국은 넓은 공수 간격과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바레인-요르단-말레이시아를 상대로 1승 2무에 그쳤다.
결과도 결과지만 매 경기 개선점 없이 졸전을 거듭했다. 특히 피파랭킹 130위 말레이시아전 3-3 무승부는 충격이었다.
일본도 이라크의 높은 피지컬과 답답한 공격 전개로 일관하며, 조 1위에 실패했다. 비교적 약체인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승리했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 시원함을 주지 못했다.
▲ 타지키스탄이 레바논을 제압하고 사상 첫 아시안컵 승리와 16강을 달성했다. |
ⓒ 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쳐 |
약소국들의 발전...언더독 반란 재미 배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에 속한 약소국들의 반란은 이번 아시안컵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과거와 비교해 많은 전술적인 발전을 이뤄냈다는 평가와 함께 아시아 축구의 상향 평준화에 기여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변방 타지키스탄은 2022년 6월 열린 아시안컵 예선에서 미얀마, 싱가포르에 승리하며 사상 처음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렇다 한 스타플레이어조차 없는 타지키스탄은 A조 최하위가 유력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중동의 레바논을 물리치고 아시안컵 역사상 첫 골, 첫 승, 첫 16강 진출의 기적을 일궈냈다.
동남아시아 축구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지난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16강에 2개팀을 배출했다. 태국은 키르기스스탄에 승리하고, 오만과 사우디 아라비아에 비기며 자력으로 F조 2위를 차지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약체에 속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베트남을 7경기 만에 승리하며, 와일드카드를 통해 극적인 16강행을 이뤘다.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도 작은 반란을 만들었다. 이미 본선 진출만으로도 역사를 써냈다.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한 2007년 대회 이후 16년 만에 아시안컵 진출이자,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것은 무려 43년 만이다. 비록 1무 2패로 탈락했지만 23위 한국과 3-3으로 비기며 말레이시아 전역을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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