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카페 대신 오래된 다방으로!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김규림의 #취향일지도
〈일놀놀일〉, 〈아무튼, 문구〉, 〈뉴욕규림일기〉 등을 쓴 작가이자 브랜드를 만드는 마케터, 그리고 종이 한 페이지에 일상을 담는 ‘문구인’ 김규림을 만났습니다.
Q : 엘르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문구인 김규림입니다. 문구를 좋아해서 스스로를 문구인으로 종종 소개하고 있고, 본업으로는 브랜드를 기획하는 일을 해요. 요즘은 믹스커피를 재해석한 커피 브랜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Q : ‘문구인’다운 면모는 책 〈아무튼, 문구〉 소개글에서도 드러납니다. ‘문구점에 들러 뭐라도 하나 사고 난 뒤에야 여행을 시작한다’고 했는데, 지금도 여행의 0순위는 문구점 방문일까요.
목적지를 두고 다니기보다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재미있어 보이는 곳에 들어가 보는데요. 역시문구점과 서점이 제 레이더망에 가장 빠르게 걸려요. 여전히 작은 스티커나 티켓, 노트나 필기구 등을 구매하며 여행의 포문을 열곤 합니다. 그리고 카페에 가서 자잘하게 모은 물건을 테이블에 잔뜩 늘어놓고 써보는 시간을 가져요. 여행의 하이라이트죠!
Q : 도구 선택에 일가견이 있는 규림님이 최근 차에 관심이 생겼다고 하니 자연스레 어떤 다구를 사용할까 눈길이 갔는데요. 찻상으로 쓸 소반을 위해 왕복 10시간이 걸려 나주까지 다녀왔다는 글을 보았어요. ‘00을 손에 넣기 위해 00까지 가봤다!’ 하는 에피소드가 또 있을까요.
물건과의 우연한 만남을 선호하는 편이라 소반을 찾아 떠난 나주 여행 같은 경우는 굉장히 드문 케이스예요. 발걸음이 닿는 곳에서 새로운 물건을 알게 되거나 들이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어떤 방식으로든 발견한 물건들이 제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그 기억과 경험을 끌고 들어오는 모든 과정을 즐기고 있습니다.
Q : 도구만큼이나 공간에 대한 취향도 확실해보입니다. 학림다방과 터방내를 사랑하고, 오래된 문방구 탐방을 종종 떠난 적도 있죠. 올해는 다방 투어를 시작했고요. 오래된 것을 찾아다니는 행위는 규림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나’라는 사람이 선명해지는 시간이에요. 근사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보면 괜히 따라 하고 싶어지잖아요. 그러다 보면 원래 내 취향이 아닌 것을 내 것인 것처럼 착각하면서 살게 될까 봐 두렵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스스로에게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 집요하게 물어요. 끈질긴 문답 끝에 의심의 여지 없는 나만의 것을 발견했어요. 이를테면 유년 시절의 기억 같은 거요. 옛날 간판과 손글씨 POP가 유독 많은 아파트 상가가 저만의 놀이터였는데요. 그 기억이 쌓여서 취향이 되었는지, 아직도 오래된 간판이나 글씨만 보면 설레요.
왜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고 행할 때 가장 기분 좋고 당당해지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그걸 계속해서 좋아하려면 그만큼 또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인데요, 그래서 귀찮아도 늘 몸을 일으켜 또 오래된 것들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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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림의 취향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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