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팔현습지의 아침... 이곳의 평화가 지켜져야 하는 이유
정수근 2024. 1. 27. 10:54
해뜨기 전 팔현습지를 찾아 온 생명과 온 누리의 평화를 빌어본다
27일 해 뜨기 전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았다. 팔현습지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싶어서.
이맘때 팔현습지의 강 안은 이들 오리류들의 차지다. 청둥오리, 쇠오리, 알락오리, 비오리 같은 오리류들과 물닭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강 안을 온통 차지해 이른 아침부터 물질을 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아직 잠에서 덜 깨어 고개를 죽지에 박고 잠을 청하는 게으른 녀석들도 보인다.
눈으로 하식애를 빠르게 훑어본 지 얼마지 않아 수놈인 '팔이'를 찾았다. 자주 앉아 있던 나무밑 그 자리에 오늘도 변함없이 앉아 있었다. 그럼 암놈 '현이'는 어디 있을까 싶어 다시 하식애를 열심히 훑었다. 놀랍게도 일직선으로 바로 위에 앉아 있는 '현이'도 찾았다.
지난밤도 이들 부부가 무사히 사냥에 성공하고 돌아와 안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돼 기분이 좋다. 팔현습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들이니 말이다.
혹여나 아직 굴을 찾지 않은 수달이 보일까 가장 안쪽 숲까지 들어가 보았다. 놀란 비오리가 강 한가운데로 달아날 뿐 그곳 역시 고요했다. 야생은 밤의 공간을 지배한다. 지난밤의 먹고 먹히는 장엄한 생존의 질서가 아침이 되자 고요로 돌아온 것이다. 야생의 친구들이 모두 그들의 집으로 돌아가고 고요한 정적이 찾아온 것이다.
오색딱따구리 암수인지 두 마리가 열심히 죽은 왕버들을 쪼고 있고, 그 소리가 습지에 가득하다. 그 순간 해가 동편 산 너머로 떠오른다. 찬란한 태양빛이 대지를 비춘다. 태양빛에 밤새 내린 서리가 더 새하얗게 보인다. 하천숲 사이사이로 태양빛이 파고들어 하천숲의 신비를 더한다.
팔현습지와 온 누리의 평화를 빌어본다
[정수근 기자]
▲ 팔현습지의 아침. 철새들이 분주하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27일 해 뜨기 전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았다. 팔현습지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싶어서.
오전 7시경 팔현습지를 찾았다. 맨 먼저 반기는 것은 겨울 철새들이다. 하늘에서는 잠자리를 떠나 먹이 활동에 나서는 큰기러기가 날아가고, 강에서는 다양한 오리류들이 '물질'을 하며 먹이활동에 바쁘다. 백로와 왜가리는 아직은 움직일 시간이 아니라는 듯 온몸을 웅크리고 고독한 성자처럼 강 한가운데 서 있다.
팔현습지의 장엄한 아침
서서히 해가 떠오르는 동쪽 산에서는 검붉은 기운이 서서히 올라온다. 팔현습지 하천숲에 들었다. 물가로 다가가자 강 가장자리에서 '물질'을 하던 물닭과 청둥오리가 화들짝 놀라 날아간다. 그러나 멀리 가지는 않고 바로 앞에 내려앉아 다시 무심한 듯 물질을 시작한다.
▲ 쇠오리들 무리가 열심히 물질을 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맘때 팔현습지의 강 안은 이들 오리류들의 차지다. 청둥오리, 쇠오리, 알락오리, 비오리 같은 오리류들과 물닭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강 안을 온통 차지해 이른 아침부터 물질을 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아직 잠에서 덜 깨어 고개를 죽지에 박고 잠을 청하는 게으른 녀석들도 보인다.
그 모습이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하천숲을 벗어나면 이내 하식애에 다다른다. 하식애 앞에 서니, 팔현습지의 깃대종(해당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종)이자 이 습지의 터줏대감인 수리부엉이 부부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지난밤 사냥은 만족스러웠는지, 그래서 배는 부른지.
▲ 나무 바로 아래 수리부엉이 팔이가 늠름히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눈으로 하식애를 빠르게 훑어본 지 얼마지 않아 수놈인 '팔이'를 찾았다. 자주 앉아 있던 나무밑 그 자리에 오늘도 변함없이 앉아 있었다. 그럼 암놈 '현이'는 어디 있을까 싶어 다시 하식애를 열심히 훑었다. 놀랍게도 일직선으로 바로 위에 앉아 있는 '현이'도 찾았다.
두 녀석이 10여 미터 간격으로 아래 위로 앉아 있는 진기한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이른 아침 사냥에서 돌아온 지 오래되지 않은 시간이라 아직 잠을 청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망원렌즈로 보이는 현이의 눈망울은 무거워 보였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필자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잡힌다.
▲ 하식애 위 아래로 앉아 있는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지난밤도 이들 부부가 무사히 사냥에 성공하고 돌아와 안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돼 기분이 좋다. 팔현습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들이니 말이다.
이들을 뒤로하고 팔현습지의 또 다른 명물인 원시 자연성이 살아있는 오래된 왕버들숲으로 들었다. 왕버들숲 앞에 서리가 내려앉은 사초 군락지를 고라니 한 마리가 필자의 발걸음에 놀라 황급히 달아난다.
이윽고 왕버들숲에 들었다. 고요했다. 저 멀리서 큰기러기 무리가 이곳을 무심한 듯 서 있고, 그들 모습처럼 왕버들도 무심하게 서 있다. 차가운 아침 공기에 적막마저 더하니 설렁한 기운이 가득하다.
▲ 팔현습지의 또다른 명물인 왕버들숲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혹여나 아직 굴을 찾지 않은 수달이 보일까 가장 안쪽 숲까지 들어가 보았다. 놀란 비오리가 강 한가운데로 달아날 뿐 그곳 역시 고요했다. 야생은 밤의 공간을 지배한다. 지난밤의 먹고 먹히는 장엄한 생존의 질서가 아침이 되자 고요로 돌아온 것이다. 야생의 친구들이 모두 그들의 집으로 돌아가고 고요한 정적이 찾아온 것이다.
왕버들숲을 벗어나 다시 하식애를 지나 하천숲에 드니 그 정적 사이로 다시 힘찬 소리가 들려온다. 딱따구리의 아침식사 시간인 듯 오색딱따구리가 열심히 나무를 쪼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 오색딱따구리의 부리 쪼는 소리가 습지의 적막을 깬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오색딱따구리 암수인지 두 마리가 열심히 죽은 왕버들을 쪼고 있고, 그 소리가 습지에 가득하다. 그 순간 해가 동편 산 너머로 떠오른다. 찬란한 태양빛이 대지를 비춘다. 태양빛에 밤새 내린 서리가 더 새하얗게 보인다. 하천숲 사이사이로 태양빛이 파고들어 하천숲의 신비를 더한다.
▲ 팔현습지의 장엄한 아침.... 하천숲 사이로 아침햇살이 파고든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팔현습지와 온 누리의 평화를 빌어본다
그 모습을 저 하식애 수리부엉이 부부는 무심한 듯 내려보며 잠을 청할 것이다. 이것이 팔현습지의 장엄한 아침 풍경이다. 생명평화의 기운이 가득한 팔현의 장엄한 아침 말이다. 이 평화가 영원하길 절로 빌어보게 된다.
마침 오늘 이곳에서 오전 11시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된다. 팔현습지의 뭇 생명들과 온 누리의 평화를 빌어보는 시간이 이곳 팔현습지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온 생명과 온 누리의 평화를 간절히 빌어본다.
*관련기사: 올해 팔현습지서 시작될 일... 수리부엉이가 걱정됩니다 https://omn.kr/2744v
▲ 팔현습지의 아침 ⓒ 정수근 |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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