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보다 더 참담한 삼성, 꼴찌의 역사 다시 쓸라
[이준목 기자]
▲ 작전 지시하는 김효범 감독대행 8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삼성 김효범 감독대행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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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창원 LG가 서울 삼성에 8연패의 굴욕을 안기며 대승을 거뒀다. 1월 26일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에서 LG는 삼성을 100-74로 완파했다.
LG는 1옵션 외국인 선수 아셈 마레이가 무릎 부상으로 여전히 결장중이었음에도 양홍석이 28점을 터뜨리고 후안 텔로(16점 9리바운드 7어시스트), 이재도(11점 8어시스트), 이관희(15점) 등이 고르게 뒤를 받치며 여유있게 낙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LG는 21승 13패로 4위를 지키며 서울 SK(23승12패)-수원 KT(21승 12패)를 추격하여 2위 경쟁에 불을 붙였다. 또한 지난 시즌부터 이어온 삼성전 8연승을 이어가며 천적 관계를 굳건히했다.
반면 삼성은 또다시 무기력한 완패를 당하며 시즌 두 번째 8연패 수렁에 빠졌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2일 안양 정관장전부터 20일 서울 SK전까지 8연패를 당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고양 소노전에서 마지막 승리를 거둔 이후 2024년 새해 들어서는 아직까지 승리가 전무하다.
시즌 5승 29패(.147)에 그친 삼성은 불과 한 계단 위인 9위 고양 소노(12승 22패)와도 7게임 차이나 벌어진 압도적인 최하위로 꼴찌 탈출의 희망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또 하나의 악몽 걱정되는 삼성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년 전이었던 '2022년 1월 26일'은 삼성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당시 삼성은 현재와 똑같이 34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2021-22시즌 7승 27패로 역시 압도적인 꼴찌를 기록하고 있었다. 또한 이날은 구단 역사상 최장수 감독이었던 이상민 전 감독(현 KCC 코치)이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날이기도 했다.
당시 삼성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코로나19 확진, 천기범의 음주운전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최하위로 내려앉았고 이상민 감독이 사퇴하기 직전까지 4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삼성은 이규섭 감독 대행 체제에서 고작 2승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2021-22시즌 최종성적 9승 45패, 승률 167로 구단 역사상 단일시즌 최저승률이자 최초로 한 자릿수 승리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삼성은 더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구단 역사상 최악의 시즌이었던 2021-22시즌을 뛰어넘을 또 하나의 악몽이 우려되고 있다. 2년 전의 이상민 감독처럼 연세대 후배인 은희석 감독도 올시즌 성적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에 사퇴했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김효범 감독 대행체제로 잔여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여전히 반등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2년 전 같은 기간보다도 -2승이 부족한 삼성은 현실적으로 남은 경기에서 올시즌 두 자릿수 승리도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삼성은 올시즌 개막 이후 아직까지 연승이 단 한 차례도 없다. 반면 연패는 8연패만 두 번, 6연패와 5연패가 각각 한 번씩이었다. 지난 시즌에 비하여 확실한 전력보강이 없었던 삼성은 노장인 이정현과 김시래가 노쇠했고, 이원석 등 유망주들의 성장은 정체된 상태다.
코피 코번이라는 준수한 정통 센터를 외국인 선수를 뽑았지만 국내 선수들의 지원이 부족했고, 코번마저 한동한 부상에 시달리면서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KBL에 정규리그가 54경기 체제가 도입된 2001-02시즌 이후 역대 최저승률은 2005-06시즌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기록한 8승 46패, 승률 .148이다. 현재까지 삼성의 승률과 단 1리밖에 차이가 나지않는다.
54경기 체제에서 단일시즌 최저승률 상위 5위권 중 2위(2022년 .167), 3위(2019년 ,204), 5위(2012년 .241)까지 무려 세 자리가 모두 삼성의 몫이었다. 삼성은 남은 20경기에서 3승 이상을 거두지 못한다면 전자랜드마저 뛰어넘는 역대 최저승률 불명예 신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
또한 삼성은 이변이 없는 한 2021-22시즌, 2022-23시즌에 이어 3년 연속 최하위는 현재로서 거의 확정적이다. 프로농구 역사에서 인천 전자랜드(2004-05, 2005-06)와 대구 오리온(2009-10, 2010-11)이 2년 연속 최하위를 달성한 바 있지만, 3년 연속은 KBL 역사상 최초다.
삼성은 지난 시즌까지 통산 6번의 꼴찌를 기록한 오리온과 함께 최다 꼴찌 타이기록을 세웠다. 올시즌도 꼴찌를 기록하면 7회로 오리온을 제치고 단독 최다꼴찌 신기록도 수립하게 된다. 오리온이 캐롯을 거쳐 소노에 인수된 이후 재창단하며 역사가 단절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삼성의 신기록을 넘어설 팀은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은 마지막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던 2016-17시즌을 끝으로 두 번 다시 플레이오프 진출과 5할 이상의 승률을 달성하지 못했다. 현재 진행중인 올시즌을 포함하며 최근 7시즌간 성적은 107승 240패(.308)로 같은 기간 10개 구단을 통틀어 압도적인 꼴찌다. 삼성이 마지막으로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5-06시즌으로 벌써 18년 전이고, 특히 2010년대 이후로는 플레이오프에 나선 것은 단 3번뿐인데 꼴찌만 무려 5번을 했다.
올시즌만이 아니라 벌써 몇 년째 계속되는 극심한 부진에 삼성 선수들은 갈수록 동기부여와 자신감마저 잃어가는 모습이다. 이날 상대였던 LG는 1옵션 외국인 선수 마레이가 결장하며 삼성에게는 연패를 끊을 호기였음에도 삼성은 힘 한 번 쓰지 못할 만큼 무기력했다는 것은, 연패와 꼴찌 탈출의 희망을 더욱 요원해보이게 한다.
김효범 감독 대행은 LG전 직후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라며 이례적으로 선수들에게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다. 아무리 전력이 악해도 명색이 프로인데 아마추어 선수들만큼의 투지도 승부욕도 보여주지 못하는 팀이라면, 팬들이 응원을 해야 할 이유도 없다. 이제는 올시즌을 넘어 KBL 역사상 최악의 구단이 되어가고 있는 삼성의 분발과 각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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