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클린스만호, 조별리그서 드러난 3가지 문제점
[박시인 기자]
▲ 손흥민 손흥민이 말레이시아 수비진 사이에서 드리블 하는 장면 |
ⓒ 대한축구협회 |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컸던 탓일까. 그래서 실망감도 컸다. 역대 최고의 선수진을 구성해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자신했던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최악의 졸전을 펼쳤다.
특히 피파랭킹 130위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주전을 풀가동하고도 3-3으로 비기며 망신을 당한 건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1승 2무 E조 2위의 성적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면서, 우승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지난 3경기에서 문제점을 반복한다면 아시아 정복은 헛된 희망일 수 있다. 클린스만호의 약점을 되짚어본다.
▲ 마음 급해진 클린스만 감독 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역전 이후 자리에서 일어나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에 부임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공격 축구'를 강조했으나, 정작 뚜렷한 전술적 색채를 드러내지 못한 채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성격이 짙었다.
디테일하고 세부적인 전술을 선수들에게 주문하기보다는 자율성에 맡긴 것이다. 실제로 선수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격 상황시 자유롭게 플레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튀니지전에서 이강인과 이재성이 서로 대화를 통해 위치를 바꾼 것은 대표적인 예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는 통했다. 공격에서는 손흥민, 이강인에게 수비에서는 김민재의 개인 역량으로 연승을 내달렸다. 아시안컵 바레인과의 1차전에서도 중요한 순간 이강인의 원맨쇼 활약이 아니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이후 한국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나온 요르단, 말레이시아을 상대로는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제 아무리 유럽 빅리거들을 보유한 한국이라도 전술적인 준비 없이는 아시아팀들에게 언제든 고전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조별리그였다.
넓은 공수 간격... 미드필드 숫자 부족
클린스만 감독은 3경기 모두 투 스트라이커를 배치하는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주로 조규성과 손흥민을 전방에 포진시켰다.
하지만 좌우 풀백을 최대한 높이고, 좌우 윙어 역시 벌리는 움직임을 가져가도록 했다. 심지어 공수 라인의 간격마저 지나치게 넓다.
이러다보니 중앙 미드필더에게 굉장한 과부하가 걸린다. 언제나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하프 라인 밑에는 2명의 센터백, 수비형 미드필더 1명이 남겨지는 상황을 초래한다. 중원이 텅텅 빈 채로 경기하는 양상이 90분 내내 지속됐다.
상대팀들은 이미 이러한 한국의 약점을 간파하며 공격수들과 윙어들이 좌우 간격을 좁히고, 강한 압박을 시도해 패스 경로를 차단하고 있다.
수비 진영에서 압박을 벗겨내지 못하고 공을 빼앗기는 순간 위험 상황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에 대한 대처법을 전혀 내놓지 못하며, 3경기를 치러왔다. 매 경기 변화는커녕 같은 전술 콘셉트로 일관한 나머지 졸전으로 직결됐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수정하거나 빌드업 체계의 변화가 시급하다.
▲ 한국대표팀 클린스만호가 말레이시아전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 대한축구협회 |
바레인, 요르단전에서 2경기 연속 좌우 풀백으로 이기제, 설영우가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이기제는 느린 주력과 수비력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2경기 모두 후반 초반 이기제가 빠지고 김태환이 들어오면서 좌 설영우-우 김태환 조합으로 바뀐 것은 사실상 플랜A의 실패를 의미한다.
또, 클린스만 감독은 줄곧 김민재의 센터백 파트너로 정승현을 신임했다. 안정감이 결여된 정승현마저 대회 내내 불안감을 남겼다. 이에 김민재는 많은 짐을 짊어져야 했다.
마지막 말레이시아전에서는 설영우-김영권-김민재-김태환으로 구성된 새로운 조합을 내세웠지만 실점률은 더 늘었다.
한국은 이번 조별리그 3경기에서만 6실점을 허용했는데, 아시안컵 사상 조별리그 최다 실점 타이기록이다.
특히 수비에서의 집중력 부족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3경기 모두 선제골을 넣고 나서 전반 막판이나 후반 초반에 동점골을 내줬다. 1-0의 리드를 단 한 차례도 지켜내지 못한 것이다.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의 경기 운영 능력은 낙제에 가까웠다.
요르단, 말레이시아에는 역전을 허용하며 패배 위기에 내몰렸다. 특히 말레이시아전에서는 1-2에서 3-2로 재역전한 뒤 종료 직전 어이없게 실점하며 다 이긴 경기를 놓치고 말았다. 수비 불안과 집중력 부족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아시안컵 우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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