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컴백' 김민성, 더 뜨거워진 롯데 2루 경쟁
[양형석 기자]
롯데가 사인앤트레이드를 통해 팀 내 취약 포지션 보강에 성공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과 LG트윈스 구단은 2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A 내야수 김민성이 LG와 계약기간 2+1년 총액 9억 원(계약금 2억+연봉 5억+옵션 2억)에 FA계약을 체결한 후 롯데의 내야수 김민수와 1대 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2007년 롯데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던 김민성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로 트레이드됐던 2010년 7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오게 됐다.
김민성은 롯데와 넥센, LG를 거치며 프로무대에서 총 17년 동안 활약하며 1696경기에 출전해 타율 .269 1406안타 131홈런 725타점 663득점을 기록했다. 김민성은 트레이드가 확정된 후 "롯데자이언츠로 돌아와서 감회가 새롭다. 부산 팬들의 응원 목소리가 생생하다. 진심으로 대하고 가치를 인정해 준 구단에 감사 드린다"며 "내 경험을 토대로 젊은 선수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공수에서 팀이 바라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치홍 이적으로 치열해진 2루 경쟁
롯데는 2023년 한 해 동안 1루수에 정훈과 고승민, 2루수에 안치홍(한화 이글스)과 박승욱, 유격수에 노진혁과 이학주, 3루수에 한동희와 니코 구드럼으로 내야진을 꾸렸다. 하지만 2023년 시즌이 끝난 후 구드럼 대신 외야수 빅터 레이예스를 영입하고 한치홍이 한화로 이적하면서 내야진에 큰 변화가 생겼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496경기에 출전했던 안치홍이 이탈하면서 롯데의 2루 자리는 사실상 '무주공산'이 됐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2023년 내야 전 포지션을 오가며 123경기에서 타율 .286 83안타 30타점 37득점 15도루를 기록하며 롯데 내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던 유틸리티 내야수 박승욱은 올 시즌 프로 데뷔 12년 만에 풀타임 주전에 도전한다. 실제로 박승욱은 2023년 시즌 주전 안치홍을 제외하면 2루수로 가장 많은 경기(77경기)와 이닝(447.1이닝)을 소화했던 선수로 현 시점에서 올 시즌 롯데의 주전 2루수에 가장 가까운 선수라고 할 수 있다.
2022년에는 우익수로, 2023년에는 1루수로 활약했던 롯데의 핵심유망주 고승민은 올해 2루에 도전장을 던진다. 고승민은 루키 시즌이던 2019년 2루수로 29경기에 출전해 185이닝을 소화한 후 최근 4년 동안 2루수로 나선 경험이 없다. 하지만 현재 2루에 확실한 주전 선수가 없는 만큼 고승민도 충분히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 특히 2022년 후반기의 타격감(타율 .414)만 살아난다면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하는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
롯데는 2023년 11월 20일 안치홍의 한화 이적이 결정되자 이틀 후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2루 수비가 가능한 내야자원 2명을 지명했다. 한화와 삼성 라이온즈를 거치며 프로에서 16년 동안 활약했던 베테랑 유틸리티 내야수 오선진과 SSG랜더스의 간판타자 최정의 친동생으로도 유명한 최항이다. 오선진과 최항 모두 전 소속팀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한 만큼 이번 롯데 이적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박승욱과 고승민, 오선진, 최항은 오는 31일부터 괌에서 시작되는 스프링캠프를 통해 롯데의 2루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하지만 4명 모두 한 팀의 주전 내야수로서 풀타임을 소화한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롯데로서는 2루 소화가 가능하고 주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내야수가 필요했다. 롯데가 사인앤트레이드를 통해 통산 1696경기 출전에 빛나는 김민성을 데려온 이유다.
느슨해진(?) 2루 경쟁에 긴장감을 줄 베테랑
덕수정보고를 졸업하고 2007년 롯데에 입단한 김민성은 2009년 114경기에 출전하며 유틸리티 내야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당시 롯데에는 1루수 김주찬(롯데 타격코치), 2루수 조성환(두산 베어스 수비코치), 3루수 이대호, 유격수 박기혁(kt 위즈 주루코치)으로 이어지는 주전 라인업이 확고했다. 그러던 2010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수비가 불안한 이대호를 1루로 옮기게 했고 김민성은 7월 황재균(kt)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히어로즈로 이적했다.
롯데 같은 인기구단을 떠나게 된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김민성에게 히어로즈 이적은 아주 좋은 기회였다. 이적 다음해인 2011년부터 넥센의 주전 내야수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2011년 주전 2루수로 활약한 김민성은 서건창(KIA 타이거즈)이 등장한 2012년부터 3루수로 변신했다. 2014년에는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5년과 2016년에는 2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연속 .280 이상의 타율과 110개 이상의 안타,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김민성은 2018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김혜성과 송성문 등 젊은 내야수들이 성장하던 히어로즈는 김민성과의 계약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결국 2019년 3월 사인앤트레이드를 통해 LG로 이적했다. 김민성은 LG에서 3년 동안 주전 3루수로 활약했지만 김민성은 규모가 큰 잠실야구장에서 히어로즈 시절 만큼의 타격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아쉬운 활약을 이어가던 김민성은 2022 시즌 젊은 3루수 문보경의 등장으로 주전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하지만 백업 내야수로서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인 김민성은 2023년 LG 내야의 빈자리를 메워주면서 112경기에서 타율 .249 8홈런 41타점의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김민성은 1월 말까지 계약소식이 없다가 26일 사인앤트레이드를 통해 13년6개월 만에 롯데로 컴백했다.
사실 김민성의 프로생활 17년 중 롯데에서 보낸 기간은 커리어 초기 3년 반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부산이 김민성의 고향도 아니다. 하지만 김민성은 프로생활을 시작했던 롯데에서 다시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물론 2루가 김민성에게 가장 익숙한 포지션은 아니지만 김민성은 2023년에도 2루수로 280이닝을 소화한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의 이적은 롯데의 2루 자리를 노리던 다른 후보들을 긴장 시키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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