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작’ 김선덕 작가, 정통·퓨전 오가며 전하는 ‘사극’의 매력 [작가 리와인드(111)]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김선덕 작가는 2011년 대감집 아들 민장휘와 그의 친구인 가난한 서생 하인성이 기생 초연을 사이에 두고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KBS 드라마 스페셜 ‘미련’으로 데뷔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기생을 둘러싼 치정극을 다루며 퓨전 사극의 재미를 짧게 전했었다.
이후에도 과거 특정 시대를 배경으로 삼거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사극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KBS 대하 사극 ‘대왕의 꿈’에서는 난세를 평정하고 통일국가를 완수해 우리 민족문화의 최전성기를 이룬 태종무열왕과 김유신 등 영웅들의 일대기를 재조명했으며, ‘왕이 된 남자’에서는 조선 중기를 배경으로 임금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닮은 광대를 궁에 들여놓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퓨전 사극의 매력을 보여줬다.
지금은 높은 자리에 있지만 마음은 비천한 임금 이인과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세작(첩자)이 된 여인의 잔혹한 운명을 그린 ‘세작, 매혹된 자들’(이하 ‘세작’)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가상 인물들의 애틋한 로맨스를 그려 나가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 퓨전 정통 오가며 선보이는 ‘웰메이드’ 사극
김 작가의 첫 장편 드라마 ‘대왕의 꿈’은 김춘추(최수종 분)와 김유신(김유석 분)의 일대기를 무려 70부작으로 선보인 대하 사극이었다. 최수종을 필두로, 김유석, 이종수, 이진우, 정동환 등 사극 단골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역사적 사실을 묵직하게 전달하는 정통 사극이었던 것.
김춘추와 김유신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 이 드라마는 그들의 우정과 꿈, 성장 과정 등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며, 선덕여왕·무열왕의 등극에 이어 문무왕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서사를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태종 무열왕을 중심으로, 같은 꿈을 품고, 그 꿈을 위해 평생을 노력한 김유신을 비롯해 여러 역사적 인물들을 함께 아우르면서 마치 역사책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 것이 ‘대왕의 꿈’의 의미였다.
‘왕이 된 남자’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 독특한 설정을 통해 흥미까지 유발하며 퓨전 사극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줬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리메이크한 이 드라마는, 기대와 함께 2시간 내외의 서사를 어떻게 흥미롭게 확대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도 함께 받았었다.
그러나 진짜 왕 이헌과 광대 출신 가짜 왕 하선의 1인 2역 활약을 보는 재미에, 이헌과 유소운, 하선과 유소운의 엇갈리는 로맨스를 통해 더하는 애틋함, 진짜 왕인 이헌의 죽음 이후 시작되는 새로운 스토리까지. 원작의 재미는 이어가되, 새롭게 세계관을 확장하며 리메이크의 좋은 예가 됐다. 특히 조선의 15대 왕 광해군이 정적들에 의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압박에 시달렸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자신과 꼭 닮은 광대를 대신 궁에 들여놓는다는 완전히 새로운 상상력을 가미해 다양한 시청층을 아우를 수 있는 퓨전 사극의 장점도 성공적으로 보여줬다.
‘세작’ 또한 사극의 무게감과 퓨전 사극의 흥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청나라에 볼모로 가야 했던 진한대군 이인(조정석 분)의 서사와 그를 둘러싼 권력 암투를 통해 사극의 묵직함을 드러내는 한편, 천재 바둑꾼이자 세작 강희수(신세경 분)와의 애틋한 로맨스를 통해 재미도 놓치지 않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통 사극과 퓨전 사극을 능숙하게 오간 김 작가가 ‘세작’으로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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