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세우기" VS "심사 공정"…전북대 교수 채용 '무더기 탈락' 논란

김준희 2024. 1.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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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오봉(왼쪽에서 넷째) 전북대 총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13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 대학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글로컬대학30' 사업 선정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최종 면접서 30% 탈락…1순위 9명 포함


전북대가 내홍에 휩싸였다. 최근 교수를 채용하면서 학과에서 1순위로 올린 단독 후보가 최종 면접에서 무더기로 탈락하면서다. 전북대 측은 "심사는 공정했다"고 했지만, 대학 내부에선 "총장 입맛에 맞는 교수를 뽑기 위한 줄 세우기"라는 주장이 나왔다. 전북대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 대상에 전북에선 유일하게 선정됐다.

27일 전북대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 5일 '2024년 상반기 교수 공채' 결과를 발표했다. 44개 학과에서 45명을 모집했는데 35명이 합격했다. 최종 면접을 본 지원자 50명 중 15명(30%)이 떨어졌다. 탈락자 중엔 학과 심사에서 1순위로 통과한 단독 후보 9명도 포함됐다.

이에 홍성출(58) 전북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지난 25일 "이번 총장 면접에서 전북대 집행부는 학문의 자유를 침범하는 직권남용을 저질렀다"며 대학 측에 재면접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e메일을 학내 전체 교수 1200여명에게 보냈다.

국립대 교수 임용 절차는 1차 서류 심사→2차 학과 전공 심사→3차 면접 심사다. 전북대는 최종 면접에서 양오봉 총장을 비롯한 면접관 9명이 교육자로서 인격과 품위, 의사소통 능력, 교육·연구 능력, 임용 후 본교 기여 가능성 등 4가지를 평가했다고 한다.

2023년 글로컬대학 최종 선정 어디가 됐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 교육부]


홍성출 교수 "권력 남용" 주장


교육공무원임용령에 따르면 국립대 교수 공채는 해당 학과에서 지원자의 교육·학문적 능력을 평가해 후보 1인을 선발한 뒤 최종 면접에서 인성 등을 평가해 당락을 결정한다. 그러나 홍 교수는 "'최종 면접에서 인성 관련 질문은 전혀 없고, 학문적 성과를 깎아내리는 질문 위주로 했다'는 게 대다수 탈락자 증언"이라며 "탈락자 일부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각 학과에서 전문가들이 결정한 채용 후보자를 해당 분야 문외한이 모인 전북대 집행부가 '전공 능력 부족'을 이유로 탈락시킨 건 권력 남용이라는 취지다. 현행법상 채용 후보자 전공에 대한 학문적 우수성을 심사하는 때엔 심사위원 중 3분의 1 이상은 해당 대학 소속 교직원이 아닌 사람으로 구성해야 한다.

홍 교수는 "탈락자 중 연간 개인 연구비 10억원이 넘는 연구자와 정부 주요 기관에서 탁월한 연구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현직 공무원도 여럿 포함됐다"며 "전북대에서 개인 연구비가 연 5억원이 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직권남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종 면접 때 모교 출신 지원자는 의치대 임상 분야를 제외하고 모두 탈락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이 지난해 6월 20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 대학본부 대회의실에서 '글로컬대학30' 사업 예비 지정 관련 기자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전북대 "적법한 채용" 반박


이에 대해 전북대 측은 "적법한 지침대로 교수를 채용했고, 최종 면접 대상자 중 불합격자는 매년 나왔다"며 "면접은 요식 행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전북대에 따르면 전임 교원 공개 초빙 최종 면접 불합격 비율은 2021학년도 하반기 14%(6명), 2022학년도 상반기 20%(8명), 2022학년도 하반기 6%(1명), 2023학년도 상반기 21%(8명), 2023학년도 하반기 14%(3명) 등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양 총장은 2023학년도 하반기부터 면접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했다.

전북대 관계자는 "면접은 총장 혼자 보는 게 아니라 부총장·교무처장·학생처장·기획처장·연구처장·초빙 분야 대학(원)장 등이 항목마다 수우미양가를 매겨 심사한다"며 "심사위원 3분의 2가 10점 만점 중 8점 이상으로 평가해야 합격하는데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어도 기준에 못 미치면 떨어진다. 전국에서 골고루 뽑았고, 합격자 중 전북대 출신이 제일 많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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