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킹의 정치입문…삼성서 281억 받은 고동진[기업&이슈]
삼성전자·현대차 출신 고동진·공영운의 가치
여야가 4·10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공영운 전 현대차 사장은 한 해 보수로 수십억원을 챙기는 재계 대표적 '연봉킹' 인사들이다.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국회의원 월급은 평균 1285만원꼴. 연간 1억5500만원으로 삼성전자 일반 직원 평균 연봉(1억3500만원)과 비슷하다. 정치권은 연봉킹 인사들의 영입으로 산업 및 기업정책 보완 및 민관 협력 강화를 통한 경제 활력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5년간 삼성전자에서 281억 받은 고동진
국민의힘으로 입당한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갤럭시 시리즈 흥행 성과를 인정받아 매년 수십억원의 급여와 성과급을 챙겨온 삼성전자 대표 '연봉킹' 임원이다. 고 전 사장이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보수 중 사업보고서에 공개된 내역은 그가 등기이사 임원(대표이사 사장)으로 있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기록이다. 보수 총액은 약 281억원. 5G 스마트폰 출시와 갤럭시 시리즈의 흥행이 그의 성과 보수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고 전 사장은 매년 사장 급여로 11억70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업무 성과에 따른 상여금이 연간 고정 급여의 3~5배 수준으로 추가됐다. 복리후생을 포함한 기타 근로소득은 연간 1억원 수준으로 따로 챙겼다. 가장 많은 소득을 챙겼던 해는 2021년. 고 전 사장은 2021년 총 보수 118억4000만원으로 삼성전자 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받았다. 당시 급여 11억7000만원, 상여금 40억5000만원, 복리후생 소득 1억9000만원에 퇴직금 64억4000만원을 추가로 받으면서 2020년(67억1200만원)의 두 배 가까이 챙길 수 있었다. 퇴직금은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이사회 결의)에 따라 퇴직기준급여 9800만원, 임원 근무기간 20년을 기준으로 한 지급배수(1~3.5)를 곱한 방식으로 산정됐다.
고 전 사장은 퇴직 후에도 월급과 성과급을 받았다. 그가 퇴직한 후 고문 역할로 있으면서 2022년 받은 돈은 총 36억8900만원이다. 임원 처우규정에 따라 1~12월 매월 7800만원씩 총 9억3600만원 급여를 받았고 여기에 상여금 26억5900만원과 기타 복지 등으로 9400만원을 추가로 챙겼다. 삼성전자 퇴직 임원의 가장 큰 혜택이 퇴직 후에도 3년간 받을 수 있는 '보너스'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 전 사장은 국회 일을 하면서도 삼성전자로부터 상여금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임원 장기성과보수 제도를 2011년부터 운영 중이다. 3년 단위로 분할 지급하는데, 2020~2022년 3년 성과를 2023~2025년 3년간 일정한 퍼센트대로 분할 지급하는 식이다. 통상적으로 3년 단위 첫 해에 전체 인센티브의 50%, 두번째와 세번째 해에 각각 25%씩 분할 지급한다. 다만, 삼성전자 실적이 안좋았던 지난해의 경우 장기성과보수 첫해 분할지급 비율을 기존 50%가 아닌 33%로 수정해 지급했다.
공영운, 2022년 현대차 총보수 55억5800만원
공영운 전 현대차 사장은 2022년 현대차로부터 55억5800만원을 받았다. 기본 급여 9억8100만원에 상여 4억8500만원, 기타근로소득 9400만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55억5800만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퇴직금이다. 공 전 사장은 2022년 11월 30일 퇴임으로 퇴직소득 39억9800만원을 받았다.
현대차 퇴직금은 평균임금에 근속년수와 직위별 지급률을 곱해 퇴임 임원 처우를 산정하는데, 공 전 사장에게 적용된 평균임금은 월 8000만원, 임원 근속기간은 17년이다. 현대차 연봉 구조는 임원들의 상승률이 더 높다. 2017년 임원 연봉은 직원의 9.2배 정도였는데 2022년 기준 11.6배로 커졌다.
공 전 사장은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2005년 이사 대우로 현대차에 입사했다. 현대차에서는 전략개발팀장과 해외정책팀장, 홍보실장(부사장)을 거쳐 전략기획담당 사장을 지냈다. 2022년 퇴임 후 지난해에 고문으로 활동했다. 공 전 사장 역시 전무급 이상 고위임원으로 퇴직할 경우 고문이나 자문 역할을 하면서 2~3년간 추가 월급을 받는 내부 시스템에 따라 지난해 고문 역할에 따른 추가 급여도 챙긴다. 고문 역할에 따른 보수는 연봉의 7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고액 연봉인 많큼 내는 세금은 많다. 세금 45%, 지방세 4.5%로 받은 돈의 절반 가까이 세금으로 낸다.
재계 연봉킹, 정치권에서 해야할 일
정재계에서는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두 축인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의 대표 기업 삼성전자와 현대차 전 사장 영입에 성공한 정치권이 산업정책을 보완하는데 이들의 역량을 적극 활용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제외한 17개 국회 상임위원회 중 운영위, 정보위, 여성가족위 정도를 뺀 대부분의 상임위가 민간 경제활동과 관련된 법안을 다루고 있지만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가운데 경제나 산업에 대해 잘 아는 기업인 출신이 많지 않다. 삼성전자 출신인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과 안랩 창업자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윤영찬, 이용우, 홍성국 의원 등 10명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 친화적인 행보로 민관 협력하에 경제를 끌어올리려는 시동을 강하게 걸고 있는 만큼 이를 적극 밀어줄 시의적절한 산업정책, 기업 관련 정책들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고 전 사장은 입당 환영식에서 "저의 첫 화두는 청년의 미래이고, 두 번째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세 번째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인력 양성, 네 번째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배려"라고 말하며 기업인의 역량을 정치권에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이 영입한 공 전 사장 역시 "민주당 의원들이 혁신성장 쪽으로 사회적 에너지를 모으는 데 힘을 발휘한다면 역사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기존 산업에 혁신의 옷을 입히고 경쟁의 판도를 바꿀 신기술에서 돌파구를 찾아 혁신성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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